[특별기획] 일본 농업현장을 가다[2] 우리쌀&일본쌀
[특별기획] 일본 농업현장을 가다[2] 우리쌀&일본쌀
  • 유은영.이도현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7.06.1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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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유통과 소비
국민 ‘입맛’ 잡기, 고품질․차별화 공략 通하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이도현 기자)한국과 일본의 쌀 농민들은 쌀 소비 감소와 쌀 과잉 수급,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 등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다. 양국 정부는 쌀 농업에 대해 국가 주권을 책임지는 생명농업으로 인식하고 정부 주도의 농가소득보전 정책을 펴왔다. 직불금 지급, 생산조정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일본 아베 정권은 내년 직불제와 생산조정제의 전면폐지에 들어간다. 농민들은 한해 쌀 생산량과 수급량을 스스로 결정하고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져야 한다.


본지는 충청남도와 공동기획으로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일본 쌀 농업 현장을 찾았다. 같은 여건의 다른 정책을 펴게 될 일본 농업 현장의 쌀 생산과 판매에 걸친 과정을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말>


글 싣는 순서
①프롤로그: 한국·충남도 쌀 농정과 일본 농정
②우리쌀&일본쌀: 쌀 유통과 소비<라이스센터와 스즈노부를 찾다>
③한국 농민&일본 농민: “쌀은 국가 주권 보호 수단” 한 목소리
④농자재 유통·가공식품 현장: “코메리에 다 있다”


<고카 라이스 센터>
“모양이 좋아야 맛도 좋아”


청결․안전 도정…흠집 없는 완전미 비율 90%
벼 투입구 완전 분리 품종간 혼입 확률 ‘제로’
모양․맛․성분 기준 1~3등급…생산이력 ‘인증’


일본의 쌀 경쟁력은 철저한 품질관리에 있다. 각 지역에 맞는 벼 품종 개발노력도 쌀의 브랜딩화를 이끌었지만, 좋은 가격과 소비자들 선택을 유도할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유통과정이 쥐고 있다.


농가에서 수확된 쌀은 건조, 저장, 도정 과정을 거치는데 이 모든 과정은 라이스센터(Rice Center)에서 이뤄진다. 우리나라도 수확된 벼는 콤바인 등 산물 운반 차량으로 미곡종합처리장(RPC, 알피시)에 입고된 뒤 건조, 저장, 도정 등의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대부분 품질이나 품종 구별없이 섞는데 반해 일본은 벼 투입구부터 분리해 품종 간 혼입을 철저히 막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방문한 ‘이바라키 무쯔미 농업협동조합 고카 라이스센터’ 호소이 유키 계장은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매년 품질이 다르다”며 “등급에 따라 가격 편차가 커지므로 될 수 있으면 높은 등급을 받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연간 8000톤가량의 쌀이 도정된다. 40년 전 지은 거라 시설이 너무 낡아 3년 전 농협과 정부지원금 4억엔(약 40억원)을 들여 새로 지었다.


수확된 쌀은 가장 먼저 육안으로 품질확인 작업을 거친다. 싹이 나지 않았는지, 가짜가 섞인 것은 아닌지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특히 비가 와서 습도가 높은 날씨에는 젖어서 썩을 수 있기 때문에 육안 확인 작업을 거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차 관문을 통과한 쌀은 통에 쏟아부으면 저절로 계량을 거쳐 10톤 규모의 건조기로 들어간다. 건조가 끝나면 잠시 열을 식혔다가 고무 롤이 두 개가 있는 정제기를 통과하면서 현미가 되고, 석발기에서 중량에 따라 저절로 분리가 되며 이물질이나 돌도 걸러진다.


석발기 안에 각각 눈의 크기가 다른 그물 모양의 기구가 있는데, 이 기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작은 쌀 큰 쌀이 따로 모아지는 것이다. 다음 도정된 쌀은 색채 선별기에서 검정색, 갈색 등 색깔별로 분류되며 마지막 자동포장 단계를 거친다.


보통 1톤 단위로 출하되지만 작은 봉투를 대고 쌀을 받으면 30㎏ 정도 소포장도 가능하다. 최종 단계의 쌀은 검사원에게 샘플을 보내 1~3등급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모양, 맛, 성분이다. 도정돼 나온 쌀을 먼저 눈으로 봤을 때 깨끗한 지, 깨진 곳 없이 형태가 온전한 지가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우리 쌀은 모양이 온전한 완전미 비율이 8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일본쌀은 대부분 90% 이상이다.


깨지거나 흠이 있는 쌀은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단백질 함량이 많을수록 밥맛은 떨어진다. 포장지에 기재된 생산이력 및 제조과정은 판매 직전 판매업자의 의뢰를 받아 일본곡물검정협회에서 인증서를 발행한다. 그만큼 소비자의 인증마크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


이렇게 나온 쌀은 일반미 중 70%가 식당, 공장 등 업무용으로 유통되고 30% 정도가 가정용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양국 미곡종합처리장의 공통점은 적자라는 것. 호소이 계장은 “전기료가 한 달 100만엔(약 1000만원)가량 든다”며 “가동을 안 할 때는 아예 전기를 차단시킨다거나 다른 물품을 절약하는 것 말고 경영비를 줄일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알피시도 농업용 전기료 적용 등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수용되지 않고 있다.


“쌀 유통의 문제점 중 하나가 쌀값을 적게 받는 알피시에서 많이 받는 곳으로 불법유통시키는 것인데, 일본은 없죠?”


“일본도 있죠. 뉴스에서 듣기도 하고, 주위에서도 가끔 봅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도쿄 메구로구 쌀가게 ‘스즈노브’>

쌀집에 소믈리에 있다


“한물 간 고시히카리…쌀은 세대교체중”
10가지 맛, 찰기도 여러 가지 소비자 기호 잡아

“레드와인은 육류와, 화이트와인은 생선과 즐기는 것처럼 쌀도 육류용, 생선용부터 국과 먹는 용도, 카레용 등 용도별로 세분화 돼 있고 연령대에 맞춘 쌀도 추천 받는다”


일본의 쌀 소비가 최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미곡기구에 따르면 2016년 일본의 1인당 월평균 쌀소비가 지난 2012년 4.91kg 이후 최대치인 4.66kg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쌀 업계는 일본 쌀값이 전년대비 8% 증가했음에도 소비가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쌀 소비 증대는 일본의 취반인구 증가와 다양한 소비 패턴을 파악한 홍보·마케팅 등 지속적인 투자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집으로 승부수 ‘고다와리’
도쿄 메구로구는 소위 잘사는 동네이다. 이곳에서 니시지마 도요조 스즈노브 사장은 소비자각각의 입맛을 겨냥한 쌀 품종을 공수하는 영업비법으로 3대째 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전국 각지의 63종의 쌀을 판매하고 있는 니시지마 사장은 ‘고다와리’를 강조한다. 우리말로는 ‘고집스러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의 고집스러움이 지금의 스즈노부를 이어온 원동력이다.


그는 또 “일본도 먹거리가 풍부해져 쌀의 진정한 맛을 모르는 이들이 많았지만 쌀의 단맛과 찰기 등을 즐기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스즈노부를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쌀 도슨트 혹은 소믈리에
스즈노부는 이 쌀이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재배됐고 어떤 맛이 있는지. 무엇과 함께 먹으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매장에는 지역에 따라, 먹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쌀들이 구분·전시돼 있다.


레드와인은 육류와 화이트와인이 생선과 즐기는 것처럼 쌀도 육류용, 생선용부터 국과 먹는용, 카레용 등 용도별로 세분화 돼 있고 연령대에 맞춘 쌀도 추천 받을 수 있다. 미술관의 도슨트 와인 가게의 소몰리에처럼 스토리와 정보를 함께 견식할 수 있다.


스즈노부를 찾는 단골 소비자는 “직접 만저보고 설명을 통해 원하는 쌀을 선택할 수 있어 단골이 됐다”고 말한다.


니시지마 사장은 “와인 가게에 소믈리에가 와인을 추천하는 것처럼 쌀가게에서 쌀 소믈리에가 쌀을 추천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대화를 통해 찰기, 단맛 등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또 생산자에게 소비자가 원하는 쌀 재배를 추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코메 마이스터(5성)라는 쌀 전문가 인증자격을 취득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식에서 기호식품으로

일본의 소비자들의 쌀 선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판매도 이에 맞춰지고 있다. 실제 맛 좋은 일본 쌀의 대명사였던 고시히카리도 다양한 특성을 가진 쌀들로 대체되고 있다.


니시지마 사장은 “고시히카리 쌀로는 더 이상 매출 증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년 4종류 이상의 새로운 브랜드 쌀이 탄생하고 있으며 고시히카리와 비슷하면서도 고유한 특성을 지닌 쌀들이 나와 쌀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쌀이 주식의 개념에서 기호 식품의 개념으로 표현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트렌드가 내 입맛과 취향에 맞는 쌀을 고르기 위한 이들을 스즈노부로 데려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시지마 도요조 사장은 “같은 것들을 많이 만들어 팔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소비자 맞춤형 전략이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