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국산 열대과일로 이이제이(以夷制夷) 가능할까?
[전문가칼럼]국산 열대과일로 이이제이(以夷制夷) 가능할까?
  • 편집국 ley@newsfarm.co.kr
  • 승인 2017.07.0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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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과일 수입 증가로 도시 전통시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시골장터에서도 수입과일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00년 이후 과일 수입은 연평균 10% 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과일의 국내 과일소비시장 점유율은 이미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과일 중에서도 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포도, 뉴질랜드산 키위, 미국산 체리, 필리핀산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대중과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거기에 열대과일까지 수입과일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망고, 용과, 아보카도, 구아바, 망고스틴 등이 대표적이다. 그 국적도 다양하다. 망고만 보더라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 국가 외에 남미의 페루에서도 수입되고, 최근에서 인도산도 수입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과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산도 아닌 ‘외래’ 과일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과수농가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내 과잉 공급으로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품목을 생산하는 농가에게는 또 다른 위협요인이다.

오렌지, 포도, 키위, 블루베리 등 주요 수입과일과 경합하는 품목을 생산하는 농가는 직접피해를 우려한다면, 열대과일 수입시기와 출하시기가 중첩되는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는 간접피해를 걱정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열대과일의 ‘국산화’가 시도되고 있다. 틈새시장을 겨냥해 국산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260호 농가가 열대과일을 생산하고 전체 재배면적도 100ha를 초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두고 역발상이라고나 할까?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 상승으로 인한 열대과일 소비시장 확대 외에, 기후 온난화에 따른 재배환경 변화, 기존 소득작목의 수익성 저하와 대체작목 선택의 폭 축소 등도 열대과일 재배면적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재배지역도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제주도와 남부 일부지역에 국한되었으나 점차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최근 경기도와 충청북도로까지 북상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인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열대과일을 새로운 지역특화작목으로 발굴하여 지원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1990년대에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열대과일 ‘열풍’이 불었다. 당시 바나나와 파인애플의 재배면적이 약 670h로 현재 전체 열대과일 재배면적의 6배나 더 큰 규모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수입자유화로 저가의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수입되면서 대부분의 농가가 폐원하면서 다른 작목으로 전환해야 했다.

물론 열대과일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농가도 있다. 20년 이상 망고농장을 운영하면서 자체적으로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단골고객을 중심으로 안정된 판매망을 확보한 농가가 있는가 하면, 소위 6차 산업을 접목한 관광농원을 운영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도 있고, 태국식당에 식자재로 파파야를 납품하여 생산자와 수요처의 상생발전을 실천하는 농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사례는 극히 소수이고, 대다수 농가가 농장 운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열대과일 재배농가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애로사항 중의 하나는 판로 확보의 어려움이다. 국산 열대과일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농가 개별적으로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국내 열대과일 전문가가 부족하고 전문기관도 기술 보급에 소극적이어서 재배기술 습득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농가 대부분이 재배기술을 스스로 터득하거나 이웃농가의 노하우 공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생소한 열대작물의 생리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해 수정율이 낮고 병해충에도 취약하여 작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그 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의 미발달로 비료와 농약은 고가의 수입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온난화로 과거에 비해 겨울철 기온이 상승했지만 열대과일 재배를 위해서는 난방시설을 갖춘 온실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용과 난방비는 농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가을 늦장마로 인한 일조량 부족, 겨울철 냉해 등의 이상기후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열대과일을 신규 작목으로 선정 시 고려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철저한 시장조사로 판로 확보 가능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바나나, 파인애플을 제외한 기타 열대과일의 소비층은 여전히 특정 계층에 한정되어 있고, 국산 열대과일의 유통경로는 인터넷과 전화 주문 및 방문객 직거래 방식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생산기술 지도 서비스 및 생산자재 조달 여건을 확인해야 한다. 국내 유일의 열대과일 전문연구기관인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등을 통한 기술자문을 의뢰하고, 묘목, 농약, 비료 등의 확보방안을 사전에 강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정보는 해당 품목 작목반이나 연구회를 통해서도 획득할 수 있다.

셋째, 수익성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초기 투자비용과 난방비 등의 경영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열대과일 수입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다수의 FTA 이행으로 수입개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관세율 인하에 따른 수입가격 변동에 예의 주시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산 열대과일과 경쟁이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상 국내 열대과일 생산농가가 직면한 과제에 비추어 볼 때, 신규 진입 농가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품목 선택부터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1990년대 경험했던 열대과일 ‘파동’을 교훈삼아, 작목전환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농가와 이를 지원하려는 지자체가 신중의 신중을 거듭하기를 바란다.

지성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