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정부 대응 허점투성이
‘살충제 계란’ 정부 대응 허점투성이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08.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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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오류 거듭․친환경인증 ‘농피아’ 유착 구설수
부실검사 의혹제기 540 농가 재검…지적 잇따라

“인체 위해성 없다” 발표했지만 국민 불신 확산
환경보건학회 “불충분 정보 토대 성급한 결론” 반박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허술한 관리 감독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민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친환경인증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나오는가 하면 전수조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를 ‘부적합’ 명단에 올리는 등 연일 잘못된 발표를 거듭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특히 4개월 전 살충제 성분을 확인하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사건 은폐시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안전과 관련된 사안인데도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1239개 산란계농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간지 나흘만인 지난 18일 적합판정을 받은 1190개 농장에 대해 계란 출하를 즉시 허용했다. 하지만 곧 부실검사 의혹이 일자 19일 부랴부랴 재검사에 착수했다. 일부 지역에서 에톡사졸 등 일부 살충제를 검출할 시약이 없어 검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해당 농장인 전국 13개 시도 420개 농장에 대해 재검사를 결정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앞선 전수조사에서도 시료채취 지침을 어겼다는 지적을 한 차례 받았다. 시료 채취 담당자가 사전에 농장 방문을 통보하고 무작위 샘플 조사가 아닌 농장 주인에게 조사용 계란을 준비시켜 수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적을 받은 농가 121곳에 대해 재검사를 진행했고, 이후 시약부족으로 인한 재검사 농장 420곳까지 모두 540여곳이 중복 검사를 받았다.


조사결과 발표도 오류를 거듭했다. 17일 오전 2차 전수조사 결과 부적합 판정 농가가 총 29곳이라고 발표했다가 곧 31곳이라고 내용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내 부적합 농가 명단 31곳 중 10곳이 적합판정을 받은 농가로 확인되면서 국민 불신만 키웠다.


더 큰 문제는 농식품부가 살충제 계란의 존재를 이미 4개월 전 알았다는 것이다. 소비자연맹이 자체 검사 결과 국산 2점에서 잔류 허용치를 넘는 피프로닐 및 비펜트린의 검출 사실을 보고했고, 정부 조사에서도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됐지만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비펜트린이 초과검출된 건에 대해선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지만 비펜트린 역시 기준치를 초과하면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전수조사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적합 판정 농가는 전체 조사 농가 1239곳 가운데 49개 농장으로 22일 현재 재검사 과정에서 나온 3곳까지 합하면 모두 52곳이다. 이 중 31곳(63%)이 살충제 성분이 나와선 안 될 친환경인증 농가다. 그간 친환경인증이 무작위로 이뤄지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다시 한번 충격을 안겼다.



이처럼 ‘마구잡이 인증’의 배경에는 관피아, 전관예우 등 적폐가 도사리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에 따르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친환경 농가 31곳에 대해 친환경인증을 해준 민간인증기관 13곳 중 9곳에 농피아(농림축산식품부+마피아) 40명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업체 64곳 중 5곳의 대표가 농식품부 산하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이었고 임직원도 15%가량이 농관원 출신이었다.


이낙연 총리는 19일 농식품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모종의 유착관계 형성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해를 줄 정도는 아니라는 정부 발표를 전문가 집단이 정면 반박하고 나서 또 한번 파문이 일고 있다.


환경보건학회는 “체중 10kg 미만인 아이의 경우 주요 독성물질인 피프로닐이 든 계란을 하루 1개만 먹어도 만성독성에 근접한 수치가 나온다”며 “정부가 불충분한 부분적 정보를 토대로 성급한 결론을 공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