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보전 효과 미미 직불제 개편 ‘한 목소리’
농가소득 보전 효과 미미 직불제 개편 ‘한 목소리’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09.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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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보전 중심에서 ‘공익형 직불제’ 전환해야
환경·생태보전 농업농촌 다원적 기능 인정을
유럽·스위스처럼 직불금 비중 80% 확대 제시


직불금 중심의 농정전환과 예산구조 개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


‘ha당 100만원 기본직불 + 가산형 중복지급’ 개편
5년 후 50%, 장기적으로 80%까지 늘리는 방안도
농업이 사회에 기여…‘농업기여지불’로 명칭 바꿔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농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직불금 규모의 개편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천안시을)은 지난 14일 경실련과 함께 ‘직불금 중심의 농정전환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리나라 올해 전체 농업예산 14조원 가운데 농민에게 지원하는 직불금 예산은 3조6000억원으로 약 25%를 차지한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이 평균 60% 지급하는 것과 비교할 때 이 비중을 5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토론회에선 직불제가 본래 취지인 농가소득 보전을 달성하려면 농업예산구조의 직불제 중심 재편과 농업농촌의 공익적, 다원적 기능을 인정하는 ‘공익형 직불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통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직불제를 환경과 생태보전 등 공익적 가치가 반영된 직불제로 개편하고 농업예산을 직불제 중심으로 편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현행 농업예산 규모에 대해선 “작지 않다”는 당국의 의견과 “증액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이 역시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으로 참석자 모두 예산 재편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농촌농업연구부 책임연구원이 ‘직불제 중심의 농정전환과 예산구조 개편’에 대해 발제하고 김호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좌장으로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명헌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 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부지원금 100원, 농민 혜택은 17원 불과
6차산업화 기업농·대농 위주 농정 중소농 희생
토목건축·시설·식품업체 혜택…농민·시민 소외


제도간 연계와 통합성 고려
강마야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새 정부의 농정개혁 과제인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구현’ 과정에서 기존의 사업군 조정, 농정예산 조정은 필연적이다. 그 첫 번째 단추는 무엇보다 직불제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핵심 수단으로 농정분야 예산구조 개편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농업농촌 문제는 예산이 작아서 생긴 결과라기보다 농정방향에 맞는 합리적 재원배분, 정책 집행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농정분야 예산은 규모화, 기업화, 산업화, 국제경쟁력 강화 위주의 생산주의 농정에서 국민 모두를 위한 다원적 기능 함양 농정으로 전환해 재편해야 한다. 첫째 과제는 대통령 직속 국민행복농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하부 조직으로 농업재정개혁 분과위원회를 운영해 농정예산을 농가 직접지원제도 중심으로 재편하는 ‘농정분야 재정개혁 5개년 이행계획’을 수립, 시행하는 것이다. 국가 전체예산 대비 농정예산 비중을 최소한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향후 5년 후 농정예산의 50%를 직불제 예산으로 편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 스위스 등 선진국 수준인 80%까지 확대해야 한다.
현행 직불제는 기본형과 가산형으로 전면개편한다. 농업인 모두 논 밭 구분없이 ha당 100만원의 식량안보직불금을 지급하는 기본형에다 생태보전 등 다원적 기능을 증진하는 농가에 지불하는 가산형을 추가하는 것이다. 동일 농지라도 친환경 농업(무농약, 유기), 조건불리지역 영농, 유기축산·동물복지, 생태환경보전, 경관보존, 토종종자, 종다양성 등 목적별 의무이행사항을 준수한 농가에 직불금을 중복 지급해 제도 간 연계와 통합성을 제고해야 한다.


농업소득 50%·농가당 연 500만원 직불금 지급
농지직불금 도입…밭작물 식량자급률 향상 효과
평균농가소득 이하 농가에 20만원씩 농민수당도


산업진흥·성장, 농정목표 안돼
이명헌 인천대 교수

농림수산업 GDP(국내총생산) 29조원은 농식품부 예산 14조원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 심각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2016년도 농식품부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 내역을 보면 농정과제 아래에 산업진흥적 목적의 수단들이 많다. 농가경영안정의 하부항목으로 경영비절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산업진흥, 성장이라는 정책목표는 더 이상 농정의 중심목표가 될 수 없다. 소득수준 증가와 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농업농촌의 다기능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농업이 사회에 기여하므로 용어를 ‘농업기여지불’로 바꿀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직불제로 기대할 수 있는 공익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얻기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농정당국과 농업인에게 소득보충이나 비용보전의 논리가 당연하고 충분할 수 있지만 납세자인 일반국민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투입재에 들어가는 정부 지원금이 100원이라면 조세감면 등 지원책을 합해 이익의 대부분이 금융기관, 기업에 돌아가고 실제 농민이 얻는 것은 17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OECD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예산구조를 개편할 때 직불제의 비중을 몇 %로 정하기보다 가정경제에서 교육비 비중을 정하는 것처럼 목적별 비중을 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투입재에 대해선 가격보조를 축소하고 농업인 교섭력을 강화한다. 경영체제 단위 투자지원에서는 시장의 선택기능이 앞서고 정부의 재정지원이 보조적이 되도록 재편해야 한다.


농어촌특별세 비과세·감면대상 없애고 징수 강화하면
1800억 예산 마련… 1조원 모금 농어촌상생기금 활용도
논 밭 각 100만원씩 ‘농지관리직불제’ 공익형은 선택메뉴


‘공익적 기능’ 지급판단 기준 부적절
김태훈 농경연 연구위원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3조9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6가지 기능(▲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의 보전 ▲농촌사업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보전)의 수행여부를 따져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농업농촌뿐 아니라 도시도 야경(夜景)에 기여하기 때문에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수행 유무가 직불금 지급의 판단기준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현재 농업예산에서 직불금 비중이 20% 내외이고 부정기 지급되는 쌀 변동직불금을 제외하면 10% 정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직불제 예산비중을 확대한다면 시설이나 생산·유통기반에 대한 투자와 지원현황, 사업의 평가, 적절성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농지관리직불제’를 연구중에 있다. 지금의 논 고정직불과 밭 직불을 합쳐 농지관리직불로 가자는 것이다. 모든 농가에게 기본형으로 주자는 건데, 단가를 쌀 100만원, 밭 100만원으로 지급하기 위해 예산이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제도 하에서 친환경 등 공익형 직불은 마을 단위에서 합의가 돼야 하므로 선택형 메뉴로 정해 한계를 터 주면 농가들이 기본직불금은 기본으로 받고 공익직불은 합동해서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익형 직불제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원적 기능에 대한 평가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과 지역·마을단위와 지자체의 협약을 지원할 중간조직 등 추진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농가 의무수준 설정시 지자체 역할 중요
박수진 농식품부 농업정책과장

직불금이 쌀에 편중(2018년 80.8%)돼 쌀 수급불안을 심화시키는 문제, 소득보전 중심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 직불제간 연계성이 낮고 구조가 복잡한 문제, 면적비례 지급방식이 직불금의 대농 편중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의 개편 방향은 2022년까지 논 밭의 직불금 차이를 해소하고 농지직불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친환경 강화 환경프로그램을 도입해 공익직불제에 맞는 환경보전기능을 추가해야 하는데, 검토할 내용이 굉장히 많다. 국민들이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의견수렴도 해야 하지만 일단 환경, 생태, 경관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 가운데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다음 관련 의무 수준을 지역별 상황에 맞춰 설정할 때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직불제 개편에 의해 정책간 상충이 발생해선 안 된다. 대표적으로 공익적 기능을 토양유지기능으로 보고 시비관리에 포커스를 둔다면 투입재 감축이 필요할 텐데 농업인 가운데 불편을 표명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지역개발정책들이 사업과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나가겠다. 현장 모니터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시스템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지자체 역할은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부분을 구체화 하겠다.
현행 면적별로 주는 직불금 지급 기준도 고민 포인트다. 겸업농가도 많기 때문에 면적이 농가소득을 보여주는 정확한 지표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은 면적 기준이 아니라 농가 당 얼마 이상은 주지 않는다고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다. 2018~2019년 생산조정제 시행 후 2020년 방향이 정리되면 입법과 예산반영 과정이 따를 것이라고 본다.


농민보다 시설업체에 혜택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

직불금 종류가 다양하지만 2017년 농식품부 본예산 14조4887억원 가운데 직불금 예산은 2조3419억원으로 16.2%다. 쌀값 폭락에 따른 변동직불금 증가분을 빼면 10%도 되지 않는다. 시장개방에 따른 생산중심의 규모화 정책으로 과잉생산이 유발되자 가격하락현상이 발생됐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농촌활력 증진 명목으로 토목건축과 6차산업화를 지원하는 대농, 기업농 위주의 농정을 펼치고 있다.
투입재 공급업체, 토목건축업체, 시설·식품업체가 혜택을 보고 농민은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6차산업, 농촌개발, 농업경영, HACCP 등 컨설팅업체가 난립하고 스마트팜 등 4차산업혁명도 농민, 시민보다 시설업체에 혜택이 간다.
농업소득의 최소 50% 이상, 농가당 연 500만원 이상을 직불금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농업예산을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기본직불제인 식량안보직불로 논 밭 구분없이 각 ha당 100만원을 지급하고 다원적 기능을 증진하는 의무이행사항을 준수하는 참여농지에는 추가로 가산형 직불금을 지급한다. 가산형직불제는 친환경·유기농업, 생태환경보전, 경관보존, 토종종자, 종다양성 직불제를 포함한다.
아울러 양극화 개선을 위해 약 70%에 해당하는 영세농가에게 연 100만원의 소농직불제를 시행해야 한다. 농가호수를 106만호로 단순추정할 때 농가당 연간 500만원을 직불금으로 지급하면 연간 5조3000억원이 든다.
농산물 가격변동은 직불금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따라서 가격하락과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가격변동 직불이나 계약재배 제도는 존속해야 한다. 직불제는 지역농정이므로 중앙정부가 설계해선 절대 안 된다. 설계, 집행, 점검, 모든 것들을 지자체에 일임해야 한다.


농지직불금·농민수당…예산 확대 필수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

논에 비해 밭 기반 정비가 미흡하고 낮은 기계화율로 인해 생산비가 증가하고 있다. 논의 공익적 가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쌀고정직불금과 밭농업직불금을 농지직불금으로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논 밭 작목 제한없이 농지형상 및 기능을 유지하는 농지를 대상으로 ha당 100만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농지직불금 도입으로 밭작물의 식량자급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농지직불금으로 확대개편시 2017년 예산 대비 2086억원 정도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65세 이상 고령농 비중이 1995년 16.2%에서 2015년 38.4%로 증가했다. 각종 FTA, 쌀 전면개방 등 무분별한 개방농정 속에서 농업의 희생은 만연해지고 농업을 이어갈 농민 수는 줄어들고 있다. 농가직불금(농민수당)은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기 위해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우선 농가양극화 완화 차원에서 평균농가소득 이하 농가를 대상으로 한 농가직불금(농민수당) 필요예산은 전체 108만7000호 중 64%인 69만5000호에 농가당 20만원씩 1조6672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직불제 확대강화와 농민수당 도입을 위해서는 농업예산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2018년 정부예산(429조원)에서 농식품부 예산 비중은 3.4%인데 3.8%만 되어도 농민수당의 단계적 시행이 가능하다. 충남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농어촌특별세 미수납액 징수를 강화할 경우 연평균 100억원 정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농어촌특별세 비과세 및 감면대상 불허로 연평균 1700억원의 확보가 가능하다. 농어촌상생기금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1000억원씩 1조원이 모아질 예정이다. 이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