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벼랑 끝’ 축산농가…“법 유예·재검토” 주장
[시선집중]‘벼랑 끝’ 축산농가…“법 유예·재검토” 주장
  • 박희연 hypark@newsfarm.co.kr
  • 승인 2017.09.19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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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기간 6개월 앞, 농가는 연장 기대감에 소극적 대응
당국 “미룬다고 해결되지 않아…내년 3월까지 개선책”

내년 3월 24일 이후 시설규모 따라 행정처분 시작

이미 두 차례 연장, 대상농가 60%만 적법화 추진

“연장해줘야” vs “무조건 연장만 답 아냐” 갈등 심화

한시적 특별법 제정 또는 아예 법 폐지 주장도




(한국농업신문=박희연 기자)최근 우리나라 축산업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놓여 있다.

반복되는 구제역‧AI 등 가축전염병, 가축분뇨와 냄새, 급증하는 수입축산물, 국내산 축산물의 생산비 상승, 김영란법에 따른 선물 규제 등 최근에는 살충제 계란까지 많은 악재들이 둘러싸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는 유예기간이 내년 3월 24일로 6개월여 남아 있어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축산 과제 중 하나다. 이에 홍문표 국회의원과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병규), 농협축산경제(대표이사 김태환)는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무허가축사 적법화 가능한가?’를 주제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홍문표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무허가축사 법안을 개정하지 않으면 내년 3월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여야가 함께 해결하는 방법으로 큰 틀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는 더 이상 미룬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내년 3월까지 개선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축산인 분들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토론회는 ▲무허가 추진상황 및 정책방향(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 ▲현장에서 바라본 가축분뇨 정책의 효율성 재고 방안(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으로 진행됐다. 토론에는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조현수 환경부 유역총량과장, 이덕우 남양주축협조합장, 남영우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 서상교 경기도 축산산림국장, 전형률 축산환경관리원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적법화 추진 농가, 전체의 60.1%

먼저 민연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무허가축사 추진현황과 정책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내년 3월 24일까지 가축분뇨처리시설을 적법하게 갖추지 못한 무허가축사는 시설규모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사용중지‧폐쇄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인 2018년 3월 24일은 총 6년 연장된 날짜로, 앞서 이미 두 차례 연장됐었다. 현재 적법화 대상농가 1만1905호 중 60.1%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추진 중에 있다.


그동안 농식품부와 환경부, 국토부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대책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해 왔다. 이에 최근에는 ▲신고미만(소 100㎡, 돼지 50㎡, 가금 200㎡ 이하) 배출시설 행정처분 대상 제외 ▲개발제한구역 내 축산제한면적(수도권 500㎡, 일반지역 1000㎡)을 초과하는 축사는 위반 부분만 철거해 적법화 가능 등과 같은 제도가 개선됐다.


또 정부는 앞으로 적법화 조기 추진을 위해 대규모 중앙상담반, 관계부처 협동 점검추진단, 농협 자체 점검단, 그룹별 간담회, 민관합동점검회의, 중앙TF 등을 활용하고 부진한 지자체를 우선대상으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예외적용 영세농가 범위 확대해야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바라본 가축분뇨 정책의 효율성 제고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로 축산인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가축사육농가 가구 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마릿수는 늘고 있다. 이는 축산농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축산농가 규모가 커지면서 가축분뇨발생량도 2011년 4269만톤에서 2015년 4653만톤으로 9%나 증가했다. 이 중 90%는 자원화로 처리되고 있다. 정 교수는 “가축분뇨처리방법 중 자원화에 대한 범정부적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선(先)대책수립 후(後)규제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역별로 가축분뇨 적정처리시설을 확충한 뒤,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축산농가가 법을 지킬 수 있도록 해 달라. 또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고 중앙정부에서 책임져 달라”고 말했다. 이어 “답이 없는 무조건적인 유예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직업 전환이 어려운 고령농가는 사망 내지 자발적인 폐업 때까지 한시적으로 미루고, 적법화 예외 적용을 받는 영세농가 범위를 확대해 불법자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축산업, 보호‧개선 정책 펼쳐야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지금 우리나라 축산 정책은 축산말살정책이다. 그동안 정부의 대책 마련이 지연되면서 농가가 적법화를 추진하는 데 실질적 시간이 부족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을 더 연장해줘야 한다.

또 촛불집회,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바빠 정부가 무허가 대책을 제대로 추진한 적이 있나 싶다. 가축분뇨법만 신경쓰면 되지 언제부터 환경부가 무허가 건축물에 대해 이토록 신경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는 축산을 단순히 규제대상 산업으로만 보고 위축시키기보다, 식량산업 개념으로 산업을 보호하면서 개선시켜 나가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축산농가 적극적인 참여를

조현수 환경부 유역총량과장

“최근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수질오염 악취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제주도 산림지역에서 가축분뇨 무단투기 사실이 적발됐다. 이 때문에 제주도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이처럼 환경부도 여러 어려운 부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을 받아들여 이미 몇 년간 무허가축사 유예조치를 했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적법화가 잘 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어려운 측면이 많겠지만 축산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린벨트 농가 폐업 내몰려

이덕우 남양주축협조합장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한 축사는 현행법 상 적법화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이다. 법 시행 이후 생업을 포기하거나 불법적으로 축산을 영위해야 한다. 일례로 남양주시는 전체면적의 53% 이상이 그린벨트지역이다. 축산농가의 85%가 그린벨트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어 법과 규제기준이 완화되지 않는 한 폐업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여 있다.

농장을 폐쇄할 게 아니라 법의 유예나 재검토 내지는 법 폐지도 필요하며 한시적 특별법을 제정해 최소한 2015년 3월 이전 축산농가는 구제해줘야 한다.

그린벨트지역 및 입지제한구역 축산인들의 염원인 법적 제도적 양성화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축산농가가 안정적인 축산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


◆건축법 예외는 안 돼

남영우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각종 완화조치를 해 왔다. 그런데 그동안 도출되지 않았던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얘기가 많이 나와 다시 검토를 해야겠다. 하지만 건축법은 일반건축물, 일반시설 모두에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에 특정 시설이나 그린벨트 내에서 건축법 예외로 해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앞으로 국토교통부는 농식품부 주관 ‘무허가축사 합동 점검반’에 참여하고, 무허가축사 적법화 관련 민원사례집 제작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아울러 무허가축사 적법화 관련 지자체 담당 부서 간 원활한 협조를 위해 지자체에 협조사항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지자체 방어적 태도로 애로사항 많아

서상교 경기도 축산산림국장

“경기도가 타 도에 비해 적법화율이 앞서가고는 있지만 무허가축사가 5962농가로, 전체 축산농가의 44.9%를 차지하고 있고 3200호 가량은 전혀 손을 못 대고 있다.

지자체의 방어적 태도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 농식품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적법화는 한계가 있다. 국토부나 환경부가 공문이나 공식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 또 적법화 추진 시 발생되는 비용에 대한 부담과 유예기간 재연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축산농가의 대응이 소극적이다. 무허가축사 단속 및 행정처분 실시 안내를 적극 홍보해 축산농가들이 심각성을 인지해 적극적인 추진을 유도해야 한다.”


◆전문가 현장지원 필요

전형률 축산환경관리원사무국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절차와 시장‧군수의 의지부족, 축산농가의 노력부족 및 농가 건축‧환경 담당자와의 소통이 어려워 무허가축사 적법화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축산농가에게 신속한 진단을 내리고 함께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의 현장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지자체마다 관련 규정을 다르게 적용하거나 쟁점이 있는 사항을 중앙정부가 정리해 한꺼번에 공문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농가들은 적법화 기한 연장을 막연히 기대한다거나 내년 초에 임박해 적법화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