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길 2017-한국 농업․농정 새판... 전문가 머리 맞대
농업농촌의길 2017-한국 농업․농정 새판... 전문가 머리 맞대
  • 유은영 you@newsfarm.co.kr
  • 승인 2017.11.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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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혁신’ 집중 단일주제 심포지엄 마련
농업의 새 시대 농촌 혁신과 농정 개혁 다뤄
예산 확대…직불금 제도 개편안 의견 분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업농촌의 길 2017' 조직위원회는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한국 농업농촌의 혁신, 진정한 농정개혁을 위하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현재 농정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농업과 농정, 새판을 짜야한다 ▲농촌, 고부가가치 창출의 공간으로 만들자 ▲농식품 가치사슬의 혁신을 이루자 ▲직접지불제도 확 바뀌어야 한다 등 4파트로 나눠 주제발표와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정환 조직위원장(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10년간 ‘농업농촌의길’ 심포지엄을 개최해 왔다”며 “올해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농업농촌의 진정한 혁신이라는 단일 주제에 집중해 심포지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한국농업신문은 4파트 가운데 쌀 농가들의 쟁점이 되고 있는 ‘직접지불제도’에 대한 의견들을 집중 정리한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교수의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는 김한호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태연 단국대 교수,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송남근 농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닭이 먼저 알이 먼저?


논점 빗겨나 산으로 흘러간 직불제 토론
‘공익형’ 용어 유래 찾느라 상당시간 논쟁


토론의 첫 장은 주제의 본질과 상관없는 내용의 전개로 청중의 혼란을 야기시켰다. 상당한 시간 동안 ‘공익형’이라는 용어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여졌다.
송남근 농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은 토론 첫 머리에서 “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른 점을 간과하고 외국의 제도를 도입하면 나중에 정책이 이상하게 가는 경우가 많다. 공익형 직불제라는 용어도 외국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좌장인 김한호 서울대 교수는 “용어가 발생된 정확한 정의가 있어야 정책 도입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호응했다.
박동규 농촌경제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문 해설을 몇 번을 읽어봐도 공익형이라는 단어는 안 나온다. 환경, 생태보전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따라 직접 지불한다는 말은 협소한 개념이다”며 “이 자리의 타이틀은 직불제를 확 바꾸어야 한다는 건데, 저는 선택과 집중을 해서 점진적 개선, 국민들 이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김태연 단국대 교수도 “여러 자료를 보니 외국의 퍼블릭(public, 공익)을 확대오역한 것 같다. 농업의 퍼블릭 생산 기능을 농업의 공익 기능이라고 잘못 번역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동의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과거에도 농업은 공익적 기능이 있으므로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해 준 것 아니겠느냐. 식량 생산, 국민건강보호, 경제성장 기여, 농촌 일자리 창출 등 모두 공익적 기능이다. 그러므로 공익형 직불제라고 별도로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직불제라는 명칭 자체가 농민들에게 소득을 거저 준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상황에서 직불제중심 농정으로 가자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할 일이 아니다. 직불제 명칭은 제한적으로 쓰고 나머지는 장려금, 지원금 형태로 들어오는 게 낫다. EU에서도 한정적으로 직불제를 쓴다. 우리나라도 기초수급자 직불제라고 하지 않지 않느냐”며 용어 사용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주제발표자인 임정빈 서울대 교수가 정리에 나섰다.
임 교수는 “이렇게 시각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에 놀랐다. 과거 소비자 부담형 농정에서 재정부담형으로 간다는 선에서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엔 공익기능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고, 하는 식이 아니라 정책적 관심사안이 달라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미국의 경우 2014년 환경보전에 대한 규율을 안 지켜도 농업보험료 지원이 나왔지만 2014년 농업법에는 농험보험료 지원을 받고자 하는 농가에 이행조건을 강화했다”며 “미국 사례를 봐도 우리나라도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강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직불제를 바꿔야 하는데 ‘공익형 직불제’가 어떻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주제보다 ‘공익형’이라는 용어의 적정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몇몇 청중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한 방청객은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새 판을 짜자는 의견에 동의하고 싶지 않는 것 같다. 더구나 직불금을 농업예산의 50%로 대폭 늘리자고 하니 더 그렇지 않겠나”고 풀이했다.
또 다른 방청객도 “주장하는 내용이 한국 실정에 맞는지를 따져야지 용어를 가지고 쓸데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지적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다원적 기능 덕에 국민 삶의질 향상됐나?
박동규 농경연 명예연구위원

직불금의 농가소득에 기여하는 비중이 EU가 20%, 스위스는 50%나 되는데 우리는 4%에 불과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농업을 현장에선 매우 관대하게 보는데 국민도 그럴지 생각해야 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 때문에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됐는지 의문이 든다.


전남 나주 혁신도시는 아침저녁으로 축분냄새가 심하다. 농업이 환경에 부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농업인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가격변동대응 직불제의 확장은 필요하지만 품목을 쌀에서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 작목의 선택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가격변동대응 직불 품목에 속하게 될 작물들도 쌀과 유사한 수준에서 목표가격이 설정돼야 품목전환의 유인효과가 생길 것이고 식량자급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특정 품목이 경제외적 요인으로 인상되면 다른 품목의 목표가격도 같이 올라가는 문제가 생기므로 굉장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서로 평준화시켜서 어떤 부분은 낮추고 어떤 부분은 올릴 것인지, 기존대로 할 것인지를 정하고 통합 운영했을 때 단가 차이로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꼼꼼히 살펴야 가격변동직불제의 확장이 현실화될 것이다.


시행착오 두려워 말아야
임정빈 서울대 교수

가격변동대응 직불제의 확장과 관련, 품목을 어디까지 할 것이냐에 대해 저도 고민했다. 미국은 15개다. 경종작물, 과수나 특수작물에 대한 지원이 다른 항목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토지를 기본으로 하되 쌀, 옥수수, 면화 등 나라별 특수성이 가미될 것이다. 큰 틀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단가가 정해지고 정책이 정해진다. 큰 고민 끝에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지불정책과 관련된 역사가 일천하고 그에 대한 인식의 통합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전면적 개편이 필요해지고….


시행착오를 너무 두려워 말아야 한다. 가격변동직불제에 경제외적인 논리가 적용되면 목표가격이 높게 형성돼 쌀 이외 다른 품목까지 공급과잉 현상이 확대될 것이다. 이런 우려는 과도할 수 있다. 사업별로 이행조건과 규모가 다를테고 프로그램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환경장려제’ 용어도 고려
김태연 단국대 교수

공익형은 다원적 가치이고 환경보전에 대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환경보전형이라고 쓴다. 환경보전형이라고 했을 때 역사, 사회적 가치는 저절로 따라온다. EU처럼 우리도 농업환경지불제, 농업환경장려제 등 용어를 쓰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가격변동직불에 대해서는 어느 부분을 앞으로도 계속 가져갈 것이냐, 아니면 점차 축소할 것이냐에 대해 명확하게 농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통합한다는데 이 통합은 모든 걸 다 하나로 통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EU도 그렇지만 통합하되 내부에선 별도의 기준을 갖고 간다. 세부사업의 시행기준, 금액, 모두 별도로 가져간다.


선진국만큼 투자여력 못돼
송남근 농식품부 농업정책과장

우리나라는 선진국만큼 투자를 많이 못한다. 정책수단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 이걸 투입하면 다른 걸 줄인다든지,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경영이양직불제 효과 눈여겨봐야
김한호 서울대 교수

유럽 직불제 관련 회의에 참석했었다. 유럽 농민들은 농가소득에서 직접지불금 비중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 정부가 직접 소득을 주다 보니 유럽의 농민들은 준공무원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공무원은 타 직업보다 의무규제가 강하다. 그래서 농민들의 의무도 굉장히 강화됐다.


이태리 농민들은 한편으론 KGB 감시를 받는 듯하다고들 한다. 영국 브렉시트 투표할 때 농민들이 찬성표를 많이 던진 이유가 농업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였다고 한다. EU로부터 자율성을 회복하자는 구호가 농민에게 상당한 동의를 얻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유럽도 28개 회원국으로 이뤄져 있다보니 직불제 효과가 농민들에게 정형화돼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정책대상 중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얼마나 될까. 공익형 직불제와 가격변동대응 직불제를 효율적으로 빨리 정착시키는 방법은 오히려 구조개선과 관련되는 경영이양직불제의 활성화에 있을 수도 있다.


은퇴 후 생활을 보장해 주고 높은 토지가격 부담도 덜어주고, 농업 유동성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농업인 숫자가 줄고 고령화되고 있는데 까다로운 의무조건을 이행해야 하는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경양이양, 폐업지원이 오히려 시기적으로 맞지 않느냐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