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 앞둔 ‘PLS’ 순항할까
시행 1년 앞둔 ‘PLS’ 순항할까
  • 황보준엽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2.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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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암초… 부정적 전망 우세
농진청, 성공 위한 사업계획 발표

농약직권등록시험 26억→127억 예산 확대
등록농약부족사태 ‘그룹등록제도’로 해결
교육·홍보 활동 강화해 조기정착 이뤄야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농약 허용물질 목록관리 제도(PLS)의 시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선 해결해야하는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사용등록 및 농약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는 사용을 금지해 먹거리 안전을 도모하는 ‘PLS’의 시행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은 농약 허용물질 목록관리 제도의 조기 정착 및 성공적인 시행을 위한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일 농진청은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에서 ‘PLS’ 관련 사업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황규석 농진청 연구정책국장은 “등록된 농약이 없거나 적은 작물에 대한 농약등록을 위한 직권등록시험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면적 ‘농약직권등록시험’은 소면적 재배작물용 농약은 경제성이 낮아 제조업체가 농약 등록을 기피하자 농진청에서 직접 시험을 수행해 농약을 등록하는 사업이다.

직권등록 강화해 PLS 견인

농진청은 소면적 작물 ‘농약직권등록시험’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26억원 예산을 투입했지만 올해에는 127억원으로 대폭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등록농약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던 농가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등록이 필요한 작물, 병해충 등의 우선순위를 정해 등록시험을 실시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룹등록제도’를 확대·운영해 동일한 농약이 다양한 작물에 중복 등록될 수 있도록 했다. 그룹등록제도는 유사한 작물 중 대표작물을 선정해 농약 검사 후 일괄적으로 농약을 등록하는 제도다.

 

올해는 소면적작물의 ‘농약직권등록시험’으로 작물 84개 대상 약효·약해 248시험, 작물잔류성 949시험을 진행해 최소 농약 1670개를 등록시킨다는 방침이다. 직권등록시험은 지난 1998년 도입돼 현재까지 작물 101종에 농약 1223개가 등록된 상태다.

 

아울러 농약직권등록시험의 효율성 및 신속한 등록을 위한 ‘사업관리위원회’도 운영한다. 위원회는 농진청, 식약처, 외부전문가 등 30명 내외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설계심의 ▲진도관리 및 평가 ▲전문교육 및 컨설팅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농진청과 식약처 간 ‘잔류농약 안전관리 공동협의체’의 운영을 개선해 잔류허용기준이 조기 설정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홍보로 조기정착 유도

교육·홍보활동도 강화된다. 농진청은 유관기관과 협업해 농업인(약 124만명), 농약업체·판매상(1만명), 공직자(2만명) 등에 대한 교육을 확대한다. 또 리플릿, 포스터, 현수막, 안내장을 발송해 고령농·영세농 등 취약계층 농업인 대상 홍보활동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밖에도 유기농업에서 사용하는 허용물질 별 효과 분석결과와 유기농의 병해충 방제기술 등을 담은 ‘소면적 재배작물 방제 매뉴얼’을 발간·배부한다. 등록된 농약이 없는 농작물의 병해충 방제에 활용할 수 있게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농업인, 공무원 등에게 교육·홍보한다.

‘그룹등록제도’…농약 부족 해결

농진청은 원활한 농약 사용을 위해서는 작물별로 25~50여개의 농약이 등록돼 있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올해 시급한 농약 1670개의 적용을 우선 실시 후, 2023년까지 농약 1만800개로 적용대상을 늘려 농약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등록 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PLS 전면시행에 따라 등록농약이 전무해 농약 부족사태가 빚어질 수 있는 작물은 귀리, 죽순, 야콘 등 133종, 버섯 24종, 약용작물 59종 등이다. 이 작목재배농가에는 유기농업자재를 사용하도록 유동할 방침이다. 농진청은 우선순위에 따른 농약직권등록을 실시하되, 미등록 216개의 작물은 피해 발생 즉시 ‘그룹등록제도’를 통해 농약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룹등록제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그룹화된 작목 중 대표 작목의 농약 검사를 통해 타 작물에도 허용 농약을 일괄 적용해 신속하게 등록농약을 선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약이 모든 작목에 온전히 같은 효과를 보일 수 있을 지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팽배하다.

미등록 농약 구입 ‘차단’

재배작물에 맞지 않는 농약의 구입을 사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될 전망이다. 농진청은 농림식품부와 협업해 농약이력관리제를 추진하고 있다. 농약이력관리제는 농민의 농약 구입내역 기록을 의무화 하는 제도다. 농진청은 농식품부와 농약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예산을 60억원 확보한 상태다. 제도가 시행되면 농약 구입내역이 기록돼 소비단계에서 재배작물에 허가되지 않은 물질이 포함된 농약의 구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PLS’의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암초가 많아 무사히 순항할 수 있을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조기정착 계획 자체도 여러 난관에 부닥쳐 있다. 미등록 작물 사후대책, 이모작 농약검출, 비산농약 문제 등 고비가 산제해 있는 상태다.

‘사후약방문’식 조치는 한계

농진청은 현재 미등록 216종 작물의 경우 타작물에 비해 병해충 피해 발생빈도가 낮으므로 시급한 작물부터 ‘농약직권등록시험사업’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등록 작물에 대해선 피해 즉시 ‘그룹등록제도’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룹등록제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작목을 그룹화해 대표작물을 선정 후 농약검사를 통과한 농약을 타작물에도 등록농약으로 일괄 적용해 등록농약 부족에 신속히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예방이 아닌 사후처리라는 점에서 농가 피해가 들불처럼 번진 후에야 농약이 등록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등록 작목의 경우 등록농약이 없어 유기농업에 사용되는 57종의 물질을 사용하도록 하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농가의 반발이 거세다. 이는 농약과 유기농자재의 가격차이 때문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미등록 작물은 유기농업에 사용되는 물질을 활용토록 유도할 방침이라며 유기농업자재 가격이 안정돼 유기농자재 사용이 큰 걸림돌은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북의 한 농업인은 “유기농업자재로 방제 하도록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낮은 소득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 싸고 효과가 좋은 농약을 두고 더 비싸고 효과도 농약에 비해 약한 유기농자재를 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쌀 생산조정제도 덩달아 ‘흔들’

타작물 재배를 앞두고 등록농약 부족 우려로 쌀생산조정제도가 흔들거리고 있다. ‘귀리’는 조사료로써 ha당 400만원의 지원금 형성돼 전환 작물 중 가장 큰 지원액이 편성됐다. 즉 정부에서 가장 독려하는 작물인 셈이다.

 

하지만 벼 재배 농가에서는 현재 편성된 지원금으로는 농가소득을 보전할 수 없다며 지원금이 인상 돼야 한다 주장하고 있다. 그런 와중 내년부터는 ‘PLS’의 시행으로 귀리의 경우 등록농약이 전무하게 돼 전환농가에선 유기농업자재를 병해충 방제에 사용해야 한다. 유기농자재의 경우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으며, 효능 또한 일반농약에 비해 뛰어나지 않은 편이다.

 

이에 농업계 일각에선 “내년 ‘PLS’ 시행 후 조사료재배농가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는 전환농가의 이탈을 촉발할 수 도 있는 사안”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비의도적 오염 해결책 없나

농약 비산문제는 ‘PLS’ 연착륙에 있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농업에도 ICT가 적용되며 드론 및 헬기 등을 이용한 항공방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살포농약은 바람에 날려 타 농지로 비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달 2일 (사)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회장 권옥술)가 주최한 ‘친환경농자재산업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이상혁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이웃 농가가 사용한 농약이 비산되는 등 검출 원인 증명이 어려운 상황 속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농가 등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비산농약 문제는 친환경농가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PLS가 전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일반농가에서도 재배 작물에 허용되는 기준물질 외 다른 물질이 검출돼선 안 되기에 비산오염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김경선 농진청 농자재산업과장은 “산림방제 관련해서 산림청과 논의 중에 있다”며 “이밖에도 최근 농가에서도 드론 등으로 항공방제가 이뤄지는데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오전에 항공방제를 실시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산 오염의 문제는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하지만 제도 시행 1년여를 앞둔 지금까지 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아 농가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약 비산 문제 해결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