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구제역’ 1만여 돼지 살처분…보상금만 30억
‘A형 구제역’ 1만여 돼지 살처분…보상금만 30억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18.04.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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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 ‘살처분’…혈세 낭비 지적 나와
전국 우제류 가축시장 폐쇄기간  2주 연장키로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소, 돼지, 양 등 우제류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 가축전염병인 구제역이 최근 김포에서 발생하면서 축산농가에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가축의 콧물, 침, 분변에서 직접적으로 접촉하거나 차량, 야생 동물 등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구제역은 발병 시 잇몸, 혀, 코 등에 물집이 생겨 식욕을 잃거나 수포가 온몸에 퍼져 다리를 절기도 한다. 잠복기는 최대 14일로 분뇨 등 야외에서는 최대 6개월간 바이러스가 생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 대곶면 A형 구제역 발생…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만의 첫 발생

지난달 27일 김포시 대곶면 양돈농가에선 A형의 구제역이 발생해 현재 정부 및 관련단체는 대책 마련에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구제역 발생은 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만의 첫 발생이다. 현재 전국 약 400만 마리의 돼지에 백신을 투여했으나 항체가 생기기까지 1~2주가 걸리는 만큼 다음 주까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축산업계의 입장이다.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가 최대 14일이기 때문이다.

무조건적 ‘살처분’…혈세낭비 지적도

이에 정부는 지난 5일 긴급 구제역 전문가협의회를 열고 6~15일까지 열흘 동안 한돈협회 주관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김포·강화지역 전 돼지농장이 참여하는 일제 청소와 특별 소독 캠페인도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매번 구제역이 발생 후 사후처리만 급급한 상황에 축산 농가들은 답답하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김포에서 발생한 A형 돼지 구제역이 예방 접종 시기를 챙기지 못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축산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현재 질병관리에 헛점을 드러냈다며 정부를 향한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번 구제역으로 인해 2011년부터 경기도에서만 1조원이 넘는 국비와 지방비가 살처분 보상비용으로 투입돼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3km 내 살처분’ 개선돼야 해

AI(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이 발생할 때 마다 조치되는 살처분 역시 부적절한 조치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발생 농가를 기준으로 3km 내 무조건 살처분하고 있는데 이는 축산농가를 고려하지 못한 방침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 표준 대응 정책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양돈국가들이 '살처분' 또는 '백신과 살처분' 정책을 쓰기 때문에 현재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9일 경기도 김포시에 따르면 이달 2~3일 김포 대곶면과 하성면의 돼지농장에서 국내 첫 돼지 A형 구제역에 잇따라 발생해 총 1만1726마리가 살처분 된 것으로 보고됐다.

시는 구제역이 발생한 2개 농가에서 사육하던 돼지 4435마리와 함께 해당 농가 3km 내 있는 8개 농가의 돼지 7291마리도 예방적 살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요령’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각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행 살처분 조치에 따르면, 발생 농가에는 손실액의 80%,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농가에는 100% 보전이 진행되고, 일정 기간 재입식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 6개월까지 생계·소득 안정자금도 함께 진원되는데,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김포지역 내 살처분 농가에 지급될 보상금이 3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돼 무리한 살처분로 인한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2010년과 2011년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큰 문제가 됐을 당시 정부는 ‘의심축이나 확진 판정’된 개체만 살처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재 3km 내 모든 개체를 살처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기존 O형과 다른 A형이기 때문에 의심축 주변 모든 개체 살처분 진행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북의 한 농가 대표는 “살처분 조치는 농가 입장에서 참으로 답답한 조치”라며 “분명 미리 준비할 수 있다. O형이든, A형이든 말이다. 살처분 이후 재입식이 당분간은 어려워 보상금을 지급받아도 농가 입장에서는 손해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포·강화 이동금지 1주일 '또' 연장해

이런 상황에 정부는 A형 구제역이 발생한 김포와 강화지역에 대해 가축 이동금지 조치를 연장하는 등 추가 방역 조치에 나서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구제역 전문가들이 김포지역에서 감염항체가 추가 검출됨에 따라 김포지역 내에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것은 추정하고 추가적 방역조치를 제안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포를 통해서만 내륙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강화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의 가축 이동금지 조치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강화지역 가축 이동금지 조치를 오는 16일까지 1주일 연장하고 당초 오는 24~26일 실시하려던 김포·강화지역에 대한 2차 백신 접종시기도 앞당겨 20일부터 조기 실시키로 했다.

전국 우제류 가축시장 폐쇄기간  2주 연장키로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달 26일 김포 구제역 발생에 따른 ‘전국 우제류 가축시장 폐쇄기간’을 당초 이달 9일까지에서 23일까지로 2주간 연장하고 가축시장에 대한 대청소와 일제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김포지역 내 소에서 두 차례에 걸친 구제역 감염항체(NSP항체, 6건) 검출과 최근 일부 가축시장에서 소독실시 미흡사례 지적, 4월 말 완료 예정인 전국 돼지에 대한 A형 구제역 백신접종 추진 상황 등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다. 

농식품부는 전국 거점소독시설과 도축장 등 축산시설에서 축산차량에 대한 소독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9일부터 차량 바퀴, 내부 운전석 및 발판매트 등에 묻어 있는 잔존물에 대해 구제역 항원 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감안할 때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가축 집합시설에서 접촉을 최소화하고 축산차량 등에 대한 꼼꼼한 소독실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가축 질병은 사전 예방이 최우선으로 진행되야 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지금처럼 발생한 후 진행되는 조치로는 농가 피해를 비롯해 이미 지적되고 있는 혈세낭비 등의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며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예방을 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예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