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협, 쌀 적응기술 개발 필요
기후변화 위협, 쌀 적응기술 개발 필요
  • 편집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3.09.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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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제외한 식량작물 자급률 매우 저조…쌀 자급률 유지, 식량안보의 마지막 지킴이”

[칼럼]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1970년 80.5%, 1990년 43.1%, 2010년 27.6%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도 자급률은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2015년 정부의 곡물 자급률 목표치 30%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나마 단일작목으로는 유일하게 2010년까지 자급을 유지하던 쌀도 2011년에 83.3%, 2012년에 86.2%로 떨어졌다. 향후 세계적인 식량수급 불안 요인이 발생한다면 우리 국민의 식량수급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이처럼 식량자급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또 다른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는 중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온상승과 일조량 저하, 단기적으로는 기온상승에 따른 기상재해 증가와 병해충 발생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보경 국립식량과학원 답작과장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평균에 비하여 기온상승 폭이 크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이 더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는 농업생산과 생태계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벼는 시설을 활용하는 작물과는 다르게 노지에 재배되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작물이다.

작물모형을 이용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온이 5℃ 상승하면 쌀 생산량은 15~35%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최근 10년간 이상기상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농업재해 복구비용은 연평균 6705억 원에 달하며, 앞으로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에 따른 쌀 생산 환경 악화는 최근의 쌀 자급률 하락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벼 재배면적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등 여러 변화요인에 따른 쌀 생산성 저하 문제의 해결은 ‘기후변화 적응기술 개발’이 거의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기후변화의 벼 생육영향 평가, 지역별 적합 생태형의 변화 추정, 벼 재배시기 이동, 적응 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 등에 대한 노력이 요구된다.

먼저,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적응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정보 제공 측면에서 중요성이 있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연구는 작물모형을 이용한 추정 방법이 주를 이뤘으나, 앞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영향정도를 평가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벼가 생육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역별로 적합한 생태형이 바뀔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셋째, 벼 재배시기를 조정함으로써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온난화에 따른 쌀 생산성 저하는 벼 여뭄 불량에 기인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벼 품종의 여뭄 적정온도가 출수 후 40일간 평균 21~22℃로 고온이 되면 불리한 반면 어린 이삭이 형성되기 전까지의 기온상승은 수량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온에서도 생육기간 단축정도가 적은 품종 개발이나 생육단축에 따른 생육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재배기술 등의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넷째, 생육기간 단축이 적고 고온에서도 잘 여무는 벼 품종과 적합한 재배기술 개발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벼 출수생태에 대한 기초생리 연구, 현재 주를 이루고 있는 중만생 품종보다 생육기간이 긴 만생종 개발, 그리고 여뭄기간 동안 적정 온도가 높고 출수 후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장립종 자포니카 품종 개발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개발된 신품종의 특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재배기술 개발 등 다양한 연구와 대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쌀의 자급이 이뤄진 이래, 주곡인 쌀은 IMF, 유가 상승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안정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쌀을 제외한 식량작물의 자급률이 매우 저조한 점을 감안할 때, 쌀 자급률 유지는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마지막 지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쌀 생산에 대한 기후변화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기후변화 적응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