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흡수 위한 절차 투명성 확보해야
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법적 명시 필요
강창용 박사 “쌀 가고 비료 다음 농약 갈 것”
강영식 총장 “지원품 사용처 공개로 공감대 형성”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11년만에 성사되면서 농업계에도 대북지원이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기존 대북지원책의 핵심이었던 쌀 업계는 그간 쌀 수급조절의 큰 대안으로 항시 거론돼 왔던 대북지원 재개 일정의 구체적인 날짜까지 가늠하며 술렁이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오전 9시 30분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민정기 작가의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후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10시 15분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시종일관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외 안팎으로 낙관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이런 분위기를 몰아 비료, 농약, 농기계 등 농자재 지원과 쌀 지원을 서둘러 북한 내 농업기반 시설 복구를 지원하고 우리 남한의 쌀 수급조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회장 김지식)도 이날 성명을 통해 “농업계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40만톤 이상의 대북 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경의선 철로로 대북 지원 쌀을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북으로 들어가 진정한 대동세상이 열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문가가 바라보는 전망도 농업계 희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지금 당장은 농업쪽 얘기는 나오지 않겠지만 남북한간 협력의 큰 틀이 마련되고 나면 그 안에서 농업 얘기도 나올 것”이라며 “일단 쌀 문제가 가장 빨리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한이 급한 불을 끄러 쌀 지원을 시작하고 북한은 화학비료를 요구할 것이라는 거다. 또 다음에는 농약, 종자 등이 들어가고 길게는 북한에 농약공장이 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박사는 “비료는 워낙 커서 상대적으로 짓기 쉬운 농약공장이 설립될 것”이라며 “이전에는 민간에서 대북교류를 주도했지만 지금의 포괄 협상 단계에선 정부가 적극 나설 명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병도 있다. 이전 정권에서 쌀 지원을 할 때마다 존재했던 반대 의견을 어떻게 끌어들이냐는 것이다. 바로 ‘사회적 합의’ 문제다. 이런 점에서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남북 농업협력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편다.
강 총장은 “이번 회담은 비핵화 평화 체제에 초점이 맞춰져 후속 회담에서 민간 차원의 교류사업이 재개될 것”이라며 “쌀 문제는 국민간 논쟁거리가 될 수 있으니 농민단체가 나서서 국민적 합의를 먼저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지원 결정으로 국제적인 대북 제재의 틈새가 벌어진다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것이다.
강 총장은 “두 정상이 인도주의적 차원의 합의를 하고 농민단체 주도로 쌀 지원의 원칙, 정기성, 정량성 등 투명성을 확보하면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남북 공동의 모니터링 기관을 만들어 무상지원이든 물물교환이든 원칙을 정하고 얼마만큼의 양을 1년에 몇 번 지원할 것인지를 정한 다음 사후 쌀의 용처를 객관적인 방법으로 공개하면 반대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종완 충남쌀조합 이사는 “대통령 임기 5년만 지나면 정권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헌법 조항에 명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