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탐구] 준비 안 된 PLS 농가 ‘과태료 폭탄’ 예고
[정책탐구] 준비 안 된 PLS 농가 ‘과태료 폭탄’ 예고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5.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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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기준 적합판정 농산물 PLS선 부적합 비율 10배로
내년 1월 첫 제도 적용 제주 월동무농가 ‘영농 포기’ 선언도
기후변화 따른 신종 병해충․소면적 작물 등록농약 갖춰야

 

농식품부 ‘농약 바르게 사용하기 운동’ 추진
127억원 투입, 소면적 작물 84개 등록 예정
농협, 사회관계망 ‘NH농사봇’ 농약정보 제공  

유콘시스템의 농업용 방제드론 '리모팜'이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유콘시스템의 농업용 방제드론 '리모팜'이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실시되는 ‘농약 허용물질 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PLS)’를 두고 우려와 기대가 상존하고 있다. 먼저 무분별한 농약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입 농산물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긍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등록되지 않은 농약 사용으로 부적합 농산물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진작부터 제기해 왔다. 주요작물에 방제 가능한 농약도 미비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등록농약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한해 동안 127억원을 투입, 방제농약이 부족한 소면적 작물 84개의 농약 직권등록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600여개 농약을 등록할 예정이다.

기준 미설정 농약성분 0.01mg 이하로 엄격 관리
최근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 결과 ‘농약잔류 적합 판정’ 농산물도 안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LS(농약 허용물질 목록 관리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확대될 전망이다.
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농산물에 새 잔류농약 검사방법인 ‘농약 허용물질 목록 관리제도’를 적용했더니 부적합 비율이 1%에서 10%로 10배나 높아졌다고 밝혔다.

PLS는 국산 또는 수입 농산물에 사용등록이 된 농약 외에는 모두 불검출 수준(0.01㎎/㎏)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2016년 12월부터 견과종실류(호두, 아몬드, 커피, 카카오 등)와 열대과일류(바나나, 파인애플 등)를 대상으로 실시했고 2019년부터는 채소, 과일 등 모든 농산물로 확대 적용된다.

농산물에 잔류허용 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의 성분이 1㎏ 당 0.01mg을 초과해 검출되면 부적합 대상이 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해당 농산물 전량 폐기와 출하연기 등 처분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현행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에선 쑥갓에서 사용이 등록되지 않은 농약인 ‘클로란트라닐리프롤’이 검출되면, 1㎏ 당 3.0mg만 넘지 않으면 적합 판정을 받지만 PLS를 적용하면 1㎏ 당 0.01mg을 넘게 될 경우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도 보건환경연구원은 PLS 시행에 대비, 지난해 잔류농약 검사를 마친 농산물 902건을 대상으로 PLS를 적용해 봤다.

그 결과 지난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산물은 9건(1%)에 불과했으나, 새 검사 방법인 PLS를 적용 했을 때에는 91건(10%)이 부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적합이 많아지는 농산물로는 참나물과 비름, 깻잎 등이 각각 5건으로 가장 많았고, 쑥갓이 3건으로 뒤를 이었다. 검출 농약 성분은 클로란트라닐리프롤 11건, 테부페노자이드 10건, 아세타미프리드 8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적합시 농민 100만원, 농약판매상은 500만원
PLS는 농약의 오남용과 과다사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15년 10월 도입이 결정됐다. 현 제도는 농산물에서 사용등록이 돼 있지 않은 농약이 검출될 경우 유사 농산물 기준을 대신 적용하고 있어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PLS는 사용등록이 된 농약 외에는 모두 불검출 수준(0.01㎎/㎏)으로 엄격하게 관리한다.

농가들은 농작물 병해충 방제를 할 때 농약 라벨에 적힌 해당 작물인지를 확인한 후 살포해야 한다. 만약 농산물에 잔류 허용 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의 성분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부적합 판정을 받아 폐기되거나 출하 금지되고, 농민은 100만원, 농약판매상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앞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1~9월 7258건의 농산물 잔류농약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은 607건을 대상으로 PLS를 적용한 결과 31%에 해당하는 189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PLS를 적용했을 때 부적합이 많아지는 농약 성분이 함유된 작물은 일부 농약성분 기준이 없어 유사 작물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PLS제도가 전면 시행돼서도 지금과 같은 양의 농약을 사용하면 애써 지은 농산물을 전량 폐기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물별 등록농약 미비
농가들은 전전긍긍한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작물별로 농약품목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제도만 시행해선 농가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도농업기술원 조사결과 21개 작물에 542개 농약이 미등록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메밀, 방울토마토, 아로니아, 콜라비, 비트 등은 등록된 농약이 전무한 상태다. 무·당근·양배추·브로콜리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상이변으로 각종 신종 병해충이 발생하고 있고 소량(소면적) 작물은 등록 농약이 전무하다시피하다.

제주 대표적인 월동작물인 월동무는 올해 하반기 정식돼 내년 1월중 본격 출하된다. PLS 시행제도의 첫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제주도 농업인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준비 안 된 PLS 전면 시행은 농업인에게 농사를 포기하라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내년부터 출하되는 모든 농산물이 아닌 내년부터 파종되는 모든 농산물에 대해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카톡 ‘NH농사봇’ 이용을
농협은 농약사용법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보급에 나섰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농협하나로앱’을 내려받은 뒤 ‘농약정보’ 메뉴에 접속하면 한국작물보호협회의 작물보호제지침서에 등록된 1600여종의 농약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품목명·상표명·작물명 등 기초정보를 입력하면 농약의 사용시기·처리방법 등이 자세히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에서도 ‘NH농사봇’을 검색하면 대화창 형태로 농약정보를 알 수 있다. NH농사봇을 통해 제공하는 정보는 농촌진흥청이 체계화한 기술정보를 농협 빅데이터센터가 활용하기 쉽도록 재가공한 게 특징이다. 농가들은 일반 카카오톡 대화방처럼 채팅창에 작목 등을 입력·전송하면 심는 방법, 병충해 방제 등 원하는 정보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정부, 소면적 작물용 1600개 등록 예정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부적합 농산물 증가 등 PLS 시행에 따른 농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등록농약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한 해 동안 127억원의 예산을 투입, 방제농약이 부족한 소면적 작물(84개)의 농약 직권등록 시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1600여개 농약을 등록할 예정이다. 직권등록은 농약관리법에 따라 정부가 직접 약효·약해, 잔류시험 등을 실시한 후 안전성이 입증된 농약을 신속하게 등록하는 것이다.

또 농업인들이 PLS 제도를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 지자체, 농협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농업인 대상 교육 활동을 벌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3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농협중앙회 등 민간 주도의 ‘농약 바르게 사용하기 운동’을 발족하고 농업인들이 농약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하도록 캠페인에 들어갔다. 농업인들에게 ▲해당 작물·병해충에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기 ▲농약별 희석배수에 맞게 정량 살포하기 ▲농약 사용시기와 횟수 준수하기 ▲농약이 이웃 농지에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살포하기 ▲농약 빈 병 수거하기 등을 홍보한다.

농식품부는 “향후 우리 부는 PLS 시행과 관련한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등과 지속적인 협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