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쌀가공식품의 진화와 과제
[전문가 칼럼]쌀가공식품의 진화와 과제
  • 황보준엽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5.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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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이사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이사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이사

간편하면서도 영양을 고려한다면 가공밥 한 그릇 권한다

 
한 때 ‘라보때’(라면으로 보통 때우기) 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가볍게 한 끼니를 때운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제 바빠서 또는 귀찮아서 한 끼의 식사를 간편하면서도 영양을 고려하여 해결하고 싶다면 가공밥 한 그릇을 드실 것을 권한다. 가공밥엔 고기나 나물, 해산물 등이 첨가된 것도 있고 조리도 간편해서 잠깐 데우기만 하면 된다.
 
쌀가공식품이 무한 변신하고 있다. 2008년 5월 1일부터 4일간 SEOUL FOOD 박람회에서 전시된 쌀가공식품 전시관은 명실공히 ‘RICE SHOW!’라고 할만 했다. 2018년에 선정된 ‘TOP 10’ 제품을 비롯해서 현대의 식품 트랜드가 된 HMR(가정간편식), CMR(간편대용식) 식품이 한층 고급화되고, 영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맞춤형으로 다양한 쌀가공식품이 출시되었다. 동 행사를 주최·주관한 농식품부와 농정원,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쌀을 원료로 한 식품이야말로 글루텐프리식품으로서 ‘대체불가’한 식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쌀가공식품은 밥과 떡, 술, 한과, 식혜, 조청으로 대표된다. 쌀이 귀해 노임을 쌀로 받고 현찰과 같은 대우를 받던 시절에는 밥을 제외한 대부분의 쌀가공식품을 명절이나 제사 때가 아니면 구경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주식으로 쌀을 자급하게 된 이후 정부가 가공용 쌀을 공급하면서 쌀가공식품산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쌀가공산업체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하면 떡, 과자, 면류 등 대분류 15개 분야, 떡볶이, 한과, 쌀면류 등 중분류 32개 분야에 이르고 각 분야별 쌀가공식품은 그 품목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졌다.
 
쌀로 만들지 못할 식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주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쌀부침가루 등에 이어 떡피자, 쌀만두피 등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이용한 제품이 새롭게 선을 보였으며, 대체가 불가한 영유아용 천연쌀과자, 간편한 쌀이유식, 고급스런 가공(볶음)밥, 한층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떡과 면, 조청을 이용한 무설탕 라이스잼, 카카오나 파인애플과 만난 막걸리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든 신제품들을 보면서 쌀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신상품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고 트랜드를 선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쌀가공식품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떡류업은 소상공인 생계유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권장돼 보호되고 있기도 하다. 중소기업은 R&D 투자 및 유통망 확보, 소비홍보에 취약한 구조이다.
 
더구나 쌀은 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쌀가공산업이 본격 발달하게 된 것도 1990년대 초반 정부양곡을 가공용으로 일반미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2013년에 정부양곡 특별공급을 통해 한류를 이용한 떡볶이, 막걸리의 붐을 일으키면서 가공용 쌀 소비량이 47만 톤(주정용 제외)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정부양곡 특별공급이 중단되고 지속적인 제품개발 및 마케팅에 실패하면서 2015년에는 42만 톤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2016년 이후 정부양곡 특별공급을 재개하면서 2017년에 49만 톤 이상으로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한층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쌀가공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료 조달방안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신수요 창출을 위한 신제품 개발, 유통 및 소비홍보 대책 등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 정부와 유관기관·단체 등은 가공적성에 맞는 품종개발, 전문재배단지 조성, R&D 지원, 우수한 TOP 10 제품 선정 및 쌀가공식품산업대전, 글루텐프리 엑스포 등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마련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쌀 생산자와 제조업체도 서로 힘을 합치고 자조적으로 노력할 것이 요구된다. 특히 아직까지 결실을 보고 있지 못한 쌀자조금이 전업농의 주도하에 하루빨리 조성돼야 할 뿐만 아니라 향후 쌀가공식품자조금 조성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