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남북 농업협력 경제적 차원 접근 '안 돼'
[시선집중]남북 농업협력 경제적 차원 접근 '안 돼'
  • 황보준엽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5.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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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지원→기근 해결·국내 수급량 안정
신뢰회복 우선…북한 농업 환경 이해 필요
농기계 향후 10년간 '10만 대' 필요해
북한 농업 안정 위한 인프라 지원 검토해야
[사진제공=케티이미지]
[사진제공=케티이미지]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새 정부 들어 두 차례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훈풍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경제협력의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는 가운데 방법론을 두고 각 분야별 다양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경협에서 남한은 큰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며, 특히 농업분야는 경제적 이득을 위한 경협이 아닌 인도적 차원의 경협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5월호에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남북관계의 개선과 남북 간 교류가 한국경제의 성장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이것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경제협력의 일환인 농업 교류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당장 눈으로 확인 가능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당장 손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을 수 있지만 쌀 지원, 농업기술 보급 등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우리 역시 크고 작은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쌀 수급안정’ 이득
농업관련 경협은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농업계 일반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먼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농업 교류를 통해 북측에 부족한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하지만 이러한 지원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가물에 대한 기대감이 사실상 적지 않다. 최근 수 년간 쌀 산업의 묵은 골칫거리인 수급조절이 가능해져 쌀값의 안정적인 유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북한 식량 생산량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해 북한이 수입 또는 국제 지원으로 보충 받아야 할 식량의 양은 약 46만 톤에 달한다.
 
국내 농업계는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15-2017년)간 국내의 연평균 쌀 생산량은 417만 톤으로 적정생산량의 370만 톤을 훌쩍 뛰어넘는다.
 
북측에 추가 생산된 쌀 47만 톤 중 일부를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다면 북한의 식량난 해결과 남한의 쌀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0~2007년까지 국내산 쌀과 외국산 쌀 270만 톤을 북한에 차관방식 또는 무상으로 지원했다. 연간 약 40만 톤의 쌀을 지원한 셈이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이래 10여 년간 쌀 지원이 중단된 후로 쌀 생산량을 온전히 국내에서 떠안게 되면서 쌀값은 하락세를 걸었다. 물론 내리 풍년이 든 것도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업계에선 대북 쌀 지원을 속히 재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들은 현재 남북의 관계가 훈풍을 탄 가운데 남북경협이 추진되면 쌀을 지원해 북한 주민 기근을 해결함과 동시에 남북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북의 한 쌀 농가는 “사실 쌀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요 몇 년간 계속 떨어지지 않았느냐”며 “이를 북한에 지원한다면 북한주민의 기근 해소와 국내 수급량 안정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촉구했다.
 
대북지원 쌀 관리 감독 강화 요구도
반면 대북 쌀 지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대북지원 쌀이 군량미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부터다.
 
한 탈북자는 “북한은 유니세프 직원 등이 있을 때 주민에게 나눠 준 후 직원이 돌아가면 다시 구호품을 회수해 군량물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증언을 했다.
 
이러한 증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민들에겐 대북지원은 무용지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에 따라 대북 쌀 지원을 하더라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실제 주민들에게 대북지원 쌀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자생력 갖추도록 지원해야
또 농업계 일각에서는 쌀 지원을 통한 북한의 식량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농업개발협력을 재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북한은 열악한 경제사정으로 농업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며 북한 농업은 다양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이에 따른 문제점으로 농업계 전문가들은 ▲산성화된 토지 ▲농업 기계화 미비 ▲농업 종사 노동인구의 도덕적 해이 등을 지적한다.
 
북한 농업 전문가는 “북한은 특히 산성화된 토지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식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토양의 산성화로 단위면적당 곡물 생산량이 매우 낮다”며 “이에 퇴비를 활용해 알칼리성을 띄도록 토양의 성질을 변화시켜 생산성 회복에 나서야 하지만 비료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료·농기계 등 농기자재 지원도 시급
실제 북한은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 1~4월 당간부도 동원되는 퇴비전투를 통해 퇴비 확보에 열을 쏟는다. 하지만 해마다 퇴비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농번기에 사용할 퇴비도 부족해 지력회복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이에 비료 지원을 통한 생산성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규용 (사)한국비료협회 이사는 “토양 산성화는 무기질 비료와 유기물도 투입하는 균형있는 해결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기질 비료만을 무조건적인 해결책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볏짚환원과 같이 유기물 투입하는 등 북한 스스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기계 또한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지원이 시급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농기계 업계 관계자는 “북한의 농기계는 상당히 부족한 편”이라며 “향후 10년간 10만대 이상의 농기계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수동 제초기 및 소를 이용한 밭·논갈이 등 원시적인 방안으로 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농기계 업계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농기계 지원이 추진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농기계가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기름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북한에서는 기름을 수입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대북제재에 의해 북한이 수입할 수 있는 원유량에는 한계가 있다.
 
유엔이 대북 원유 공급량 상한선을 연간 400만 배럴(약 64만 톤)로 한정해 군사적 및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농기계 지원 사업이 이뤄진다하더라도 대북제재가 단계적인 해제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미뤄볼 때 경협이 재개됐을 때 농기계 지원 시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남북경협은 대북제재 해제가 우선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 해제의 단초가 되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단추를 잘 꿰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북한농업 문제 해결, 제도 개선만으로는 ‘역부족’
이어 전문가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농업 종사 노동인구의 도덕적 해이다.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아 스스로 노동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의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성의 약화는 필연적이다. 결국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 또한 떨어져 수급을 맞출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북한도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듯 김정은 체재에 들어서며 농업 분야에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해 농민들의 생산열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포정담당책임제는 협동농장 규모에서 탈피해 4-6명의 가족영농이 가능하도록 해 정도 정부가 제공한 농자재 비용과 국가 몫(생산량 30%)을 납부한 뒤 초과 생산물을 생산자가 처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제도다. 그러나 북한의 5년간 곡물 생산이 정체를 보이며 포전담당제의 효과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2월호에서 “북한은 농업 생산기반, 필수농자재의 공급 부족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며 제도 개선만을 통한 농업 생산성 향상에 명백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며 “실제로 2012년 이래 지금까지 북한의 농업 생산, 특히 곡물 생산의 증가 속도는 매우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단기적으로 볼 때 북한 농업의 획기적인 생산 증대와 그것에 연유한 식량 수급 사정의 획기적인 호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농업개혁이 국제사회의 자본공급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도 북한 농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북한 농업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