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 미허가축사 적법화, 이대로 괜찮은가...제도는 안 고치고 ‘우격다짐’만 
[현장중계] 미허가축사 적법화, 이대로 괜찮은가...제도는 안 고치고 ‘우격다짐’만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18.05.30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사 적법화’ 무성의 정부 태도 도마 위   
전체 축산농가 40% 적법화 신청했지만
제도 개선 없이 이행 불가능…줄폐업 예고

환경부 “미허가 축사 폐쇄조치 강행” 재확인
TF회의 소득 없이 파행…축단협 불참 선언 
시한만 내년 9월로 연기했을 뿐 문제는 그대로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각하결정…재청구 방침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지난 3월 정부의 개정안 도출로 급한 불을 끈 것처럼 보였던 미허가축사 적법화가 현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미허가축사 적법화 시한을 내년 9월까지 연장키로 한 개정안이 시행된 지 3개월여가 지났지만 적법화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제도개선을 두고 주무부서와 축산단체 및 축산농가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청농가 불이행시 축산업 전체 ‘흔들’
접수 마감 시한이었던 3월 24일 3만9501명의 축산농가가 적법화 신청을 했고 이는 전체 축산농가의 40%에 이르는 수준으로 만약 적법화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축산분야의 붕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가 개정안을 제시하면서 내건 제도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갈등만 심화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축산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것은 시간만 늘리는 임시방편이었을 뿐 정작 축산농가들이 원하는 내용은 아니었다”면서 “그간 적법화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는 적극적으로 축산농가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개선 약속했지만…바뀐 것 ‘없어’
개정안에 따르면, 적법화 신청을 한 축산농가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할 경우 행정조치 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하겠다며 이른바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축산단체를 비롯해 해당 축산농가들은 기간만 늘어났을 뿐 적법화를 위해 진행 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은 여전히 축산농가를 어렵게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문정진) 측은 “가축분뇨법이 개정 된지 2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하겠다던 제도개선은 답보 상태에 있다”며 “축산농가들은 이행계획서 제출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성토했다.
또 “이와 같은 상황들은 가축분뇨법이 축산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하고 불평등한 규제 법률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회의는 했지만 결국 축단협 ‘보이콧’
현재 적법화를 두고 축산단체와 축산농가와 주무부서인 농식품부, 국토부, 환경부 등이 TF회의를 진행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도개선을 위한 큰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축산단체 및 축산농가는 제도개선과 관련해 ▲지목변경 없이 농경지 축사 인정 ▲건물이 두필지 이상에 걸쳐 있는 경우 건폐율 적용대지로 인정 ▲면 지역에서는 현행도로만 있어도 도로법 미적용 ▲축산에 대한 소방법 최소 적용 ▲원상복구면제신청서 제출시 현 상태로 산지전용 허용 ▲시군 부지 등 공공부지는 최대한 사용승낙 및 매각 ▲미허가 면적이 400㎡ 이하인 경우 10년간 행정처분 유예 ▲부지경계선과 축사외의 최소 이격거리 완화 적용 ▲원상복구 없이 사후 개발 행위 허가 및 일괄 심의 ▲민원 발생시에도 양성화 추진 ▲수질오염총량제 미적용 ▲2018년 3월 24일까지 증축되는 퇴비사에 대해 건폐율 제외 ▲가금농장의 경우 바닥이 콘크리트가 아니더라도 사설건축물 신고 허용 ▲한 동의 건물이 2개의 필지에 펼쳐있는 경우 필지 통합 및 철거 없이 적법화 진행 ▲이행강제금 지자체 추가 감경 등 16개 사항을 요구하며 주무부서 및 관계 단체와 한 달여 넘게 회의를 진행 중 이다.

하지만 합의는커녕 지난달 17일 진행 예정이었던 ‘무허가 적법화 실무 TF 6차 회의’에 앞서 축단협은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갈등만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축단협의 이런 결정은 이미 지난달 26일 제도개선 실무 TF 회의에서 환경부가 밝힌 입장이 불씨가 됐다. 

환경부 “계획대로 축사 폐쇄조치 강행할 것”
이날 환경부는 “국가 발전을 위해 가축분뇨법에 의거, 미허가 축사 폐쇄조치를 강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환경부의 태도는 상황이야 어찌됐건 개정안에서 제시한 것처럼 오는 9월 25일 적법화 이행 계획서 제출 시한

이 지난 이후에는 예외 없이 축사 폐쇄조치 등의 행정처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이를 두고 축산단체 및 축산농가들은 국내 축산분야를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소원 재청구…하고 싶어도 못하는 ‘적법화’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축단협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법률위헌확인심판 재청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혀 적법화를 두고 정부와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2일 전국 262명의 축산농가들은 전국의 축산농가들을 대표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이 축산농가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침해했다고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각하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를 두고 축단협 측은 “헌법재판소는 ‘가축분뇨법’이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대한 실체적 심의 없이 3월 7일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각하결정의 이유로 ▲법률이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없고 ▲시행된지 1년 이상이 지나 신청기간이 지났음을 들었다.

이에 축단협은 “가축분뇨법은 축산농가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법률임에도 그 규제의 대부분을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의 조례에 위임함으로써 헌법 상 중요한 가치인 백지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그 위헌성을 심사하여 달라고 청구하였으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임에도 헌법재판소가 청구내용과 동떨어진 형식적인 판단만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가축분뇨법이 형식적으로는 2015년 3월 24일 개정 법률이 시행되었지만, 동법 부칙 제8조에 의하여 2018년 3월 24일까지 유예하였으므로 실질적인 법률의 시행은 2018년 3월 24일까지 봐야 함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오로지 형식적으로만 고찰해 청구기간을 간과 것으로 판시하였다”며 “이 또한 2018년 3월 20일 1년 6개월 이상 다시 유예하는 것으로 법이 새로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법 시행 후 1년이 지났다고 판시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논리가 맞지 않다”며 ‘위헌법률확인심판재청구’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축산업계 일각에서는 시간만 연장됐을 뿐 결국 적법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다시 작년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농가 입장에서는 작년과 상황이 달라진 것 없다. 오히려 환경부 입장만 더욱 강경해진 것 같다”며 “축산농가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안정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