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성분·친환경인증 양계업계 ‘몸살’
살충제 성분·친환경인증 양계업계 ‘몸살’
  • 황보준엽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6.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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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농가, “친환경인증 반납한다”
피프로닐 침적 계사 새로 지어야할 수도
친환경 인증제 도움 ‘안 돼’ 반납 서둘러야

수입 수입원료 농약성분 허용…제도 모순적
농식품부, 2020년 양계 친환경인증 폐지
제도 개선해…일반 달걀도 판로 다양화돼야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이 지난 1일 열린 '2018 닭 진드기 및 산란계 질병 교육'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이 지난 1일 열린 '2018 닭 진드기 및 산란계 질병 교육'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불과 1년 전 살충제 달걀 파동이 불거지며 달걀 소비량이 급감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하며 상황이 다소 진정되는 듯 했으나 다시금 양계 산업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살충제 성분 검사 기준 강화 및 친환경인증 문제로 인해서다.

여기에 닭 진드기 방제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이에 살충제 성분에 한차례 큰 홍역을 치렀던 양계업계는 방제를 위해 사용한 약제가 검출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는 ▲농장 내 잔류 농약 제거 방법 ▲닭 진드기 피해 사례 및 관리 대책 ▲산란계 질병 및 예방대책에 대한 주제로 ‘2018 닭 진드기 및 산란계 질병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교육의 주요 관심사는 단연 닭 진드기와 피프로닐 제거 방안이었다.
 
닭 진드기는 와구모 및 붉은진드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1mm 크기의 아열대성 외부기생충으로 계사 내 틈새나 계분에 있다가 어두워지면 닭 몸에 붙어 흡혈을 하는 생물이다. 닭 진드기 감염 시 산란율 감소 및 오염란이 생산되며 빈혈, 발육지연, 수면장애, 영양결핍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김진현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질병과 수의연구사는 “방제 방법에는 화학적·물리적·생물학적 방제 방법이 있다”며 “그 중 물리적 방제가 안전한 천연물질을 사용해 내성이 없으며 오래 지속돼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살충제 검사 기준 강화와 관련해 그는 부적합 판정을 받지 않으려면 동물의약외품으로 허가된 살충제만을 사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피프로닐 양계산업 발목잡나
살충제 성분 기준 강화로 문제가 되는 성분은 피프로닐이다. 피프로닐은 벌레의 중추신경계를 파괴해 살충 작용을 하는 살충제로 지방 친화성이 높아 가축에 노출 시 지방을 함유하는 우유, 계란 등의 산물로 배출된다.
 
국내에서도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며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났다. 양계업계는 살충제 계란 파동에 따른 소비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휘청거렸다.
 
이에 농식품부에서는 칼을 빼 들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는 사실상 퇴출에 준하는 처분을 내린 것이다. 피프로닐이 기준 이상 검출된 경우 농가에서 생산된 달걀은 출하가 중지되며 6회 연속 검사 등 강화된 규제검사를 적용한다. 게다가 농약 불법 사용 등 위반사항이 확인된 농가는 고발 또는 과태료를 부과해 엄중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김재홍 양계협회 경영정책국장은 “한번 피프로닐 관련해 부적합을 받으면 0.02ppm 이하가 나올 때 까지 검사가 반복된다”며 “그동안 생산된 계란은 전량 폐기가 돼 사실상 폐업 선언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가에선 동물의약외품으로 허가된 살충제는 약효가 뛰어나지 않아 피프로닐을 닭 진드기 방제에 주로 사용해 왔다. 이에 농가들은 피프로닐 사용의 문제를 인식하고 수차례 새로운 살충제 또는 대책 마련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대책 마련되지 않아 불거진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한 양계농가는 “정부에 오랫동안 닭 진드기 방제가 가능한 살충제 개발을 요구해 왔으나 번번이 무시돼 왔다”면서 “모든 책임을 농가에게 돌리지 말고 새로운 살충제 개발에 힘쓰라”고 성토했다.
 
양계협회원들이 교육을 듣고 있다.
양계협회원들이 교육을 듣고 있다.

 

사용실태 파악 안돼…대응책 마련 어려워
피프로닐은 사용 후 소다액으로 즉시 세척을 하면 쉽게 제거가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반복사용 후 적절한 세척이 이뤄지지 않아 계사 내 침적이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계사 내 먼지 및 닭의 신체 분비 오염 등 무기 오염과 혼합된 형태로 쌓여 있어 일반적인 세정제로 제거가 어려워 양계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국장은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때까지 계사 세척을 계속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부적합 판정이 이어진다면 계사를 새로 짓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피프로닐 사용 실태가 조사되지 않아 대응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상당량의 피프로닐이 사용됐을 것으로 파악되지만 정작 피프로닐 검출 논란이 일고 나서 농가에서 실태 조사에 응하지 않아 실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급해진 것은 양계협회다. 정확한 사용 실태를 가지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자료가 없어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양계협회는 차선책으로 오는 8일 까지 전국에 걸쳐 닭 진드기 및 피프로닐 제거 방안을 교육을 진행해 피프로닐 제거법과 허용농약만 사용할 것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인증제 반납 서둘러야
이홍재 회장은 닭 진드기 제거를 위해 살충제 사용이 불가피함과 수입 원료를 통해 농약 성분이 검출되는 상황을 이유로 회원 농가들의 친환경인증 반납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사료 원료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며 원료에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기 때문에 친환경인증에 문제가 되고 있다”며 “친환경인증을 모두 반납해달라. 가지고 있으면 모두가 죽는 길이다. 늦어도 이달까지는 반납을 해달라”고 말했다.
 
수입 원료가 친환경인증제의 문제로 떠오른 것은 사료관리법과 관계가 있다. 사료관리법에는 수입 원료에 대한 농약성분을 기준별로 다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입 원료로 만든 배합사료를 먹인 친환경인증 농가는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어느 양계농가는 “친환경인증을 위해서는 사육단계에서부터 친환경적이어야 하는데 수입되는 사료부터 농약성분을 허용하고 있어 국내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이러한 문제를 공감하고 2020년부터 양계관련 친환경인증제를 폐지할 것이라 공표해 친환경인증제 반납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로확보 위해 제도 개선 필요해
하지만 농가에선 친환경인증 반납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양계는 쌀, 콩 등과 달리 수매가 없어 농가 스스로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친환경인증제를 쉽사리 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살충제 파동 후 대형유통업체는 친환경인증 달걀이 아니라도 구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급식의 경우 여전히 납품을 위해서는 친환경인증이 필수적이라 판로가 부족한 양계 농가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교육에 참가한 한 양계농가는 “친환경인증제가 실제로 양계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오히려 부적합 판정 시 농가에게 피해가 올수 있다”면서도 “학교 급식의 경우 친환경인증 달걀만 받으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친환경인증제 논란이 이어지자 농업계 일각에선 친환경인증제를 얻어야만 납품이 가능한 학교 급식 등에 일반 달걀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