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허태웅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미래 농업, 한농대가 책임집니다”
[화제의 인물] 허태웅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미래 농업, 한농대가 책임집니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7.0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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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농촌에 ‘후계농 양성’ 하러 온 ‘해결사’ 허태웅 총장
종자주권, FTA, 굵직한 현안 풀어내며 농업 보호 최선
“10년 후 5500명 졸업생 농업계 리더 될 것” 확신

평균 나이 31세 젊은 농업 CEO들 연간 1억 순소득
졸업생 86% 농업 종사…지역사회 농업 대표 자리매김
스마트팜 등 농업 환경변화 발맞춰 4개 학과 신설
교수와 직원들 추적관리하며 영농정착 집중지원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고령화와 인구공동화로 침체에 빠진 한국 농업을 살릴 ‘해결사’가 내려왔다. 올해 1월 ‘예비 농업인’들의 요람인 국립한국농수산대학(한농대) 총장으로 취임한 허태웅 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그 주인공.

허 신임 총장은 지난 1989년 기술고시 23회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농식품부 경영인력과장과 정책기획관, 대변인, 유통소비정책관 등 주요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특히 한국을 종자강국으로 육성하기 위한 ‘골든 씨드 프로젝트(GSP)’ 마련, 한·칠레 및 한·EU FTA 농업인 피해 최소화대책을 수립하는 등, 국가 종자주권 확립과 갈등과 분열이 있는 중대사안마다 원만히 처리하며 ‘해결사’로 통하고 있다.

그가 한농대 총장으로 부임한 것도 필연일 수밖에 없다. 농촌인력과장 재직 당시 요령에 근거하던 학교설립 근거를 설치법으로 격상시켜 명실공히 3년제 농업후계자 배출의 산실(産室)로 어엿하게 세워 놓았다. 허 총장은 당시 농촌 후계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대내외에 강조하며 농촌 정예인력 10만명 육성법안을 만드는 등 실질적인 ‘농촌 살리기’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우리 농업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후계인력 부족 문제를 꼽고 청년농 육성지원정책을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文 정부는 다시 한번 해결사로서 그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성농작인(聖農作人)이라고 했어요.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사람이 있어야 해요. 바로 한농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농업 전문가로서 한국 농업을 보는 생각, 농정의 틈새와 대안, 앞으로의 전망 등을 허 총장 개인사(史)와 함께 들여다봤다.

 

-농업계가 긴박하게 돌아갈 때마다 선두에서 해결하셨는데 가장 최근의 일은 무엇인가.

식품산업정책실장으로 부임한지 3일만에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졌다. 2300 양계 농가를 전수조사할 때 8개 농장 샘플링을 농관원, 지자체, 식약처 각각이 갖고 있는 것을 다 조사해서 돌리는데 3일이 걸린다. 3일 동안 계란 유통을 못 시키는 농가 입장을 생각하니 가슴이 타 들어갔다. 소비자 불신 회복과 양계농가 영업 정상화라는 목표 사이에서 식약처와 정책목적이 달라 다툼도 일었다.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더 힘들었다.

-보람도 크실 것 같다.

한·칠레 FTA 체결 때 농업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복숭아도 폐원 지원대상에 넣었다. 그 일로 감사를 상당히 세게 받았지만 후회 없다. 골든씨드 프로젝트(GSP)와 농협 신·경 분리 방안을 마련한 일도 농촌에서 태어나고 농학을 전공한 저에겐 보람된 일이다. 한·미 FTA를 앞두고 농민들 불만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농협의 프로야구단 인수를 만류했던 일, 식물검역직 부활로 승진인사에 상대적인 피해의식을 가진 식물검역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생방안을 찾았던 일들이 아직 생생하며 잘했다고 생각된다.

-한·칠레 FTA 피해보전직불금을 기금으로 만드셨다.

FTA로 인한 피해는 시간이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에 예산으로 따 놓으면 불용될 위험이 있어서 기금으로 만들어야 했다. 돈을 못 쓰면 기금으로 뒀다가 다시 쓸 수 있으니까. 기재부하고도 대판 싸웠다. 7년간 1조2000억원의 이행지원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특별법에 명시했다. 제 자랑 같지만 법에 특정액수를 지원한다는 문장이 들어간 건 우리나라로선 처음일 것이다. 약속하고도 안 주는 경우가 많아 관철 시켰다.

-골든시드 프로젝트(GSP)는 어떻게 나왔나.

흙방울토마토 가격이 금값의 3배였을 때다. ‘종자가 金’이라고 생각했다. 1조 프로젝트였는데 예산이 5000억으로 다운돼서 좀 아쉽다. 현재 추진중인 2단계는 좀더 실용중심으로 가야 한다.

-한농대 총장 자리는 평소 농정철학과 잘 맞는 것 같다.

언제나 농정의 1순위는 청년 후계인력 양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산업이 그렇겠지만 그 산업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후계인력이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과 신품종 개발, 새 정책 등에 해마다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기술을 익히고 성과를 낼 후계인력이 없다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지 않겠나.

-한농대를 소개하자면.

총 6개 계열에 18개 학과에서 약 1400여명의 재학생이 미래 농업 CEO를 꿈꾸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졸업 후 1년의 전공심화과정을 추가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20년 전 경기도 화성에서 한국농업전문학교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올해는 2015년 캠퍼스가 전북 전주로 이전한 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의미있는 해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외국연수를 나갈 때마다 다른 나라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고 하더라. 국가적으로 농업인재를 육성하는 나라가 외국엔 없다. 졸업 후 농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일반대학은 1.5%에 불과하지만 한농대는 86%에 달한다. 

-졸업생 평균 순소득이 1억이라던데.

졸업생 평균 나이 31세로 고령화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2016년 8910만원의 평균소득을 올렸다. 일반농가보다 2.4배, 도시근로자가구보다 1.5배 더 번 셈이다. 양돈, 가금쪽은 순소득이 1억6000만원이 넘는다.

-졸업생 사후관리에 역점을 두는 이유는.

현재 40세 미만 농가경영주가 1만가구가 안 되는데 10년 뒤 한농대 출신 농부 5500명이 배출되면 만명이 넘어가게 된다. 지금이야 농업계 막내이지만 10년 지나면 베테랑 농군이 되어 농정 입안자로서 역할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졸업생의 성공적인 영농정착을 돕는 것이 곧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현하는 길이다.
구체적으로는 졸업 후 6년간의 의무 영농이행 기간에 아이디어 과제사업 지원, 보수교육, 졸업생 연구모임 활성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영농활동을 관리하고자 이행상황보고서를 받고 있으며, 수시 또 정기적으로 교수와 직원이 추적관리를 한다. 우리 학교 출신들이 있는 마을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졸업생을 꼽자면.

2008년 화훼학과 출신 정유경 졸업생은 충남 예산에서 봄봄꽃 농원을 운영하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농수산업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영농기반이 없었음에도 스스로 판로를 개척해 순수익 1억2000만원을 올리는 어엿한 여성 CEO로 성장했다. 2017년 특용작물학과를 졸업한 김지용 졸업생은 전북 익산에서 그린로드를 운영중이다. 재학기간 중 작두콩 커피와 해바라기씨우유 등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농업 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카페인은 없으면서 순한 아메리카노 맛을 내는 작두콩 커피는 임산부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에 사랑받고 있다.

-학과 소개도 부탁한다.

18개학과 중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4개학과를 소개하고 싶다. 시설농업에 ICT, BT를 융복합한 스마트팜이 등장하는 농업 환경에 맞춰 원예환경시스템학과를 신설했다. 또 6차산업 관련 매출은 매년 증가추세지만 현장 인력 부족과 판로 문제를 겪는다. 농수산가공학과와 농수산비즈니스학과가 좋은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곤충산업 시장규모가 최근 5년만에 17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성장했지만 국립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찾아볼 수 없다. 국립대 최초로 개설한 산업곤충학과에서 창업이 가능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것이다.

-농정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농기반 없는 학생들이 대출받을 때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보증 비율을 100% 다 해줘야 한다. 특히 농지은행에서 고령농 농지를 매해 2000ha는 확보하고 그 절반은 청년농에게 줘야 한다. 매매 지원금도 현행 농지가의 50%라고 하지만 가장 싼 곳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10%에 불과하다. 기계 한번 끌고 가는 비용이 더 든다. 지원금도 현실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한농대 졸업생은 이미 마을 단위의 농업에서 지역사회의 농업을 대표하며 농업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년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농업정책을 이끌어나갈 핵심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전 교직원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