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GMO표시제는 소비자 알권리 박탈 제도
현행 GMO표시제는 소비자 알권리 박탈 제도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7.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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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국제심포지엄서 개선 촉구 한목소리
광범위한 표기 면제조항.엄격한 non-GMO 표시 기준 지적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9일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소비자 알권리와 GMO표시제 한미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9일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소비자 알권리와 GMO표시제 한미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GMO(유전자변형식품) 완전표시제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그칠 줄 모른다. 시설 투자비용 증가와 불안감 조성을 우려하는 식품업계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한국, 미국, 일본 전문가가 모여 해외 GMO 표시 사례를 알아보는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19일 열렸다.

한국, 미국, 일본 전문가는 GMO 원재료 사용여부가 실제로 표시되고 있지 않는 한국 표시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우리나라는 작년 2월부터 개정된 GMO 표시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름만 '완전표시제'일뿐 GMO 함유 여부를 파악할 길이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개정된 법안은 당류, 유지류 등 GMO 원료를 사용했더라도 최종 제품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현재 과학기술 한계상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예외 규정을 뒀다. 이에 따라 GMO 원료가 많이 쓰이는 된장, 간장 등 장류와 식용유 등 유지류에 GMO가 함유됐는지 여부를 여전히 알 수 없다.

뿐만 아니라 GMO가 함유되지 않은 식품에 non-GMO 표시도 못하게 한다. GM작물의 원료 함량이 3% 이하일 경우 비의도적 혼입으로 보고 표기를 면제해 주지만, non-GMO 표기도 금지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아영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회장은 “한국의 GMO표시제는 유럽과 일본식 표시제도를 혼용한 형태로, 다른 나라에 비해 무표시 구간이 넓다”며, “면제되는 구간에 대부분의 식품이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GMO표시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도하지 않은 혼입조차 전무해야 non-GMO 표시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GMO원재료 사용여부를 소비자가 정확히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 공약 이행 촉구와 GMO 표시 개선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젠 허니컷 미국 MAA(Moms Across America) 상임이사는 “GMO에서 의도하지 않은 변이가 1600건 발생했다.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GMO 제초제 성분 글리포세이트의 유해성을 언급하며, “MMA에서 직접 조사한 결과, 미국 전역의 수돗물과 여성 모유에 글리포세이트 잔류가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식용 GMO 수입은 세계 1위로, GMO표시제 도입과 제품에 GMO표시.경고문구 부착, GMO 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국 GMO 수입량은 연간 1082만톤으로 세계 2위지만 식품만
따질 경우 세계 1위로 추정된다. 유해성 여부보다 다량의 GMO를 수입하면서도 정작 소비자들에게 정보가 제한돼 있다는 게 지금 논란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이 GMO를 원료로 만든 식품에 단백질이 남았든 남지 않았든 무조건 표시를 하게 하는 '완전표시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서 3국 전문가들은 원재료 사용여부가 실제로 표시되고 있지 않는 한국 표시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소비자가 정확히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표시제 개선이 국가적 차원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쏟아냈다.

코케츠 미치요 일본 소비자 연맹 사무국장은 “일본에선 대부분의 두부, 된장, 간장 등에 ‘대두(유전자조작 아님)’를 표시할 수 있게 해 식품업체가 GMO를 먹고 싶지 않은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은 GMO DNA 검출 및 단백질 잔류 여부를 기준으로 GMO를 표시하며,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소비자가 GMO를 회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준다. 하지만 비의도적혼입치를 5%까지 인정해 비교적 허용범위가 높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치요 사무국장은 그러나 "한국은 아예 표기를 할 수 없는 실정으로 더 심각하다“며, ”일본 간장을 한국에서는 ‘유전자조작 아님’ 표기를 스티커로 가려 판매하는 것이 충격적이다”고 폭로했다.

시미즈 료코 일본 생활클럽 생협 기획부 담당자는 가공식품에 함유된 GMO 유래 조미료, 첨가물에 대해 언급했다.

“GMO 옥수수 전분에서 유래한 물엿, 포도당이 일반 가공식품뿐 아니라 아이들이 즐겨먹는 청량음료, 아이스크림에도 함유돼 있다”며, “일본 생활클럽은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2000년부터 GMO에 대한 독자적 표시제를 마련해 취급하는 상품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GMO 농산물이 유통되지 않는 사탕수수 유래 첨가물을 사용해 제품을 개발, 포장재에 표기한다”며 GMO 유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실제 일본 생활클럽은 소비자 요구에 따라 농협과 연계해 미국에서 non-GMO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IP핸들링(분별유통 생산관리)을 통해 미국 농장에서 일본까지 오는 생산, 유통, 가공 각 단계에서 GMO가 혼입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최승환 경희대 법합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식품’의 경우 GMO 최소허용수준이 0%이고 해당 원재료 함량이 50% 이상 또는 1순위로 사용된 경우에만 non-GMO에 대한 자율적 표시가 허용된다"며 “100% GMO-FREE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농산물과 식품의 표시제 차이로 인한 소비자 혼란 방지를 위해 GMO표시제 일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non-GMO 표시 허용기준을 비의도적혼입치 1%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등 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정연구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환경운동연합 등 소비자, 시민단체, 식품업계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