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농협RPC…방만경영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이슈추적-농협RPC…방만경영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3.11.28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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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통합RPC, “이익금 농민 환원 약속 어겨”
파주시 통합RPC, “이익금 농민 환원 약속 어겨”

해남 일부농협 묵은쌀 부정유통 부당이득 챙겨

적자 운영에도 이익금 성과급 지원…외부 감사 도입

약속 안 지킨 파주 통합RPC 대화 거부…모르쇠 일관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RPC에서 연일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설립 취지 방관, 방만한 운영, 농민을 무시하는 처사 등에서 쌀 부정유통까지 이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곳곳에서 비위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 발생요인으로 농협의 투명하지 않은 감사 시스템과 조합장들의 무소불위의 권력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주시농협 통합RPC의 경우 통합 전 농민과의 약속을 무시한 채 방만한 경영과 독단을 일삼고 있어 통합RPC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쌀전업농파주시연합회 관계자는 “파주시농협 통합RPC가 농민을 무시한 채 통합 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방만한 경영과 독단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하며, “또 통합 전 이익금은 농민들에게 준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지급된 사례에서 보듯 농민의 피해가 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합RPC의 책임 및 투명경영을 위해 농업인 대표를 운영위원회 사외이사로 위촉해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관을 자기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농업인을 몰아낸 것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쌀 부정유통을 하다가 적발된 해남의 옥천농협과 황산농협의 경우 국내 최대 RPC를 이용해 이런 일들을 벌였고, 무엇보다 감독해야 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공무원까지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감사 시스템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했다.


방만경영·독단 피해는 농민에게

파주시 농협통합RPC의 방만한 경영과 독단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쌀전업농파주시연합회는 파주시 농협통합RPC가 관내 지역조합에서 통합RPC 설립 시 농민들과 약속한 사안을 지키지 않아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통합 시 이들은 파주시청으로부터 보조금 13억 원을 받아 홍보간판 설치 및 30인 이상 업체에 급식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통합RPC의 책임 및 투명경영을 위해 농업인대표를 운영위원회 사외이사로 위촉해 상설 운영하기로 했지만 이 약속 역시 어겼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통합RPC 운영에서 이익금이 생기면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배분해준다고 해놓고 배분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적자 운영 때 이익금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원하는 등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약속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통합RPC와 지역 조합장에게 대화의 장 마련을 요청했으나 묵살 당하고 있다고 연합회 측은 밝히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파주시, 파주시의회 등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의 경우 연합회에서 제기한 문제를 검토한 결과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해왔을 뿐이며, 파주시와 파주시의회는 통합 시 13억원을 보조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답변만 왔다고 연합회 측은 밝혔다.

이에 연합회 관계자는 “통합 시 농민을 상대로 이런 약속들을 해 통합에 동의를 해줬는데 통합 후 통합RPC 대표를 비롯한 이사(지역 조합장)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통합RPC의 태도 때문에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면 풀리는 일인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최후의 보루로 법적 투쟁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그동안 농협RPC의 효율적 운영과 경영안정성 향상을 위해 지역 농협이 출자해 농협으로부터 독립 운영되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파주시 농협통합RPC의 경우 이런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 지역 농민들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파주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농협통합RPC에도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나 농협중앙회가 직접 나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구곡·햅쌀 섞어 신뢰 떨어트려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해남군 옥천농협이 2009년산 묵은 쌀을 햅쌀과 섞어 전국 160여개 시중마트로 유통시키고, 해남의 다른 농협인 황산농협에서는 일반미를 친환경쌀이라고 속이고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옥천농협은 지난 2008년 전국 최대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시설(RPC)을 갖추고 매년 400억 원 이상의 쌀을 판매했지만 2011년 재고미가 발생하자 햅쌀과 섞어 마치 햅쌀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농협은 구곡과 신곡을 2대 8의 비율로 섞고 전산시스템의 생산날짜를 바꿔가며 감쪽같이 소비자들을 속여 왔다. 특히 판매한 쌀은 전국적으로 1만3400톤, 2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산농협도 일반 쌀 71톤을 친환경 쌀로 속여 시중에 유통시켜 2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수확시기로부터 6개월 이상 지나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잔류 농약이 거의 사라진다는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경찰 측은 해남군 옥천농협 조합장 L씨 등 임원 5명과 황산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소장 등 3명을 양곡관리법위반과 사기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농협의 신뢰도는 분명 떨어졌을 것이다. 더욱 문제는 농협뿐만 아니라 이런 신뢰도 하락이 우리 농민들에게까지 전가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며, “특히 이번 사건이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건진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관련자 처벌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국의 농협에 대해 특별감사를 펼쳐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비자와 농업인들이 믿고 거래하는 농협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면서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번 사건이 국내 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수확기를 맞이하고 있는 국내산 쌀 소비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농협중앙회 및 해당 지역 농협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 짓기 위해 농협중앙회는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나승렬 품목유통담당 상무, 양곡사업부장, 박종수 전남지역본부장을 지난 13일자로 대기발령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해당 농협에 대해서는 신규자금지원 및 업무지원이 제한하고 검찰조사와 함께 내부적으로도 철저한 감사와 징계조치가 진행한다고 밝혔다.


“외부 감사 기능 강화 선행돼야”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단속이 돼도 솜방망이 처벌과 투명하지 않은 감사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 농정 전문가는 “이런 부정유통의 문제는 국민 불신을 부르는 동시에 농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특히 쌀 목표가격 인상과 한중FTA 저지 등 농업계가 전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의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강력한 처벌을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파주시 농협 통합RPC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통합RPC에서는 이런 유사한 문제가 잠재돼 있다”면서 “하지만 통합RPC 대표나 이사(지역 조합장)들의 권한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쉽사리 해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옥죄기 위해선 외부 감사기관이 철저한 감사를 통해 이들을 감시해야 하고, 특히 정부도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감시)역할을 해야 한다. 또 농업인들이 외부 감사 역할을 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