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에 '펜스'쳐 농약 비산 막아야 합니까”    
“농지에 '펜스'쳐 농약 비산 막아야 합니까”    
  •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8.07.2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약처, PLS 공식 계획 11월 공개
농민, 현장 반영 없으면 투쟁 불사
소면적 농약 등록 부족에도 ‘강행’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일 ‘농약 PLS 시행 사전 점검과 연착륙 방안’을 주제로 식품의약품 안전 열린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동시에 포럼장에서 몇몇 농민 단체가 PLS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국농업신문=이도현 기자)PLS 제도가 시행 5개월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제도 시행 대상자인 농민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듣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불완전하게 준비된 제도를 강행하겠다는 정부와 대안 마련이 선행된 후 시행돼야 한다는 농민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일 ‘농약 PLS 시행 사전 점검과 연착륙 방안’을 주제로 식품의약품 안전 열린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는 정부 부처와 농민, 산업체, 소비자 등 제도와 관련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식약처에서는 제도 시행에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농민과 대화가 적었던 부분에 잘못을 시인하고 소통을 늘릴 것이라는 말했지만 제도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는 굽히지 않았다.

안광수 식약처 소통협력과장은 “PLS제도는 농약으로부터 소비자와 농가, 국산 농산물을 보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 자리는 PLS제도 시행에 앞서 문제점을 서로 보완하고 개선해 혼란이 없도록 제도가 조기 정착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등록농약 부족 문제는 신규·직권 등록 농약의 신속 기준설정으로 비의도적 오염 문제는 잔류허용기준 설정 확대를 통해 풀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까지 생산된 농산물도 제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농민단체, PLS 즉각 중단 촉구 요구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는 2019년 1월 1일에도 등록된 농약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PLS 제도 도입이 예고됐지만 10여년의 가까운 기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소면적 작물 직권등록을 통해 지난해까지 1233개 농약이 등록됐으며 2019년 2월까지 2893개 농약을 등록한다는 계획이다. 직권 등록이 PLS 제도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진행돼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비의도적 농약 검출 등 다양한 문제 발생이 예상되고 있고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도 지적됐다.

이날 포럼장에도 몇몇 농민 단체가 PLS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카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관계자 30여명은 ‘농업현실 무시하고 무대책으로 추진하는 PLS 즉각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명이 전국여성농민회 사무총장은 “PLS제도에 대해 농민들은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라고 분노하고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그 이유로 ▲농민 소통 및 교육 홍보 미진 ▲국내 작부체계 현실 무시 ▲소면적 등록 약제 부족 ▲장기재배 작물 대책 없음 ▲비의도적 농약 검출 등을 들었다.

정명이 사무총장은 “현장 농민에게 먼저 가서 제도의 장점과 문제점에 대해 애해를 구하고 해결 방도를 모색하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농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라. 한국현실에 맞는 근본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제도 도입을 연기하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포럼에서는 PLS 제도 시행에 관해 각 계의 목소리가 교환됐다. 이날 토론에는 경기성 충북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영득 대구대 교수, 김경선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장, 이순호 식약처 유해물질기준과장, 마두환 한국농업경연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조윤미 C&I 소비자연구소 대표, 송성완 한국식품산업협회 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논의가 진행됐다.

◆농업-마두환 사무총장
“농민 공감 할 수 있는 대책 마련해야”

농업 현장에서는 토양 잔류, 비의도적 검출, 소면적 작물 등록 부족 문제 등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의도적 농약 검출에 대해서 식약처에서 전체를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두환 사무총장은 “타 농업 선진국들은 재배 면적이 광활해 비산 문제에 대해 신경을 덜 쓸 수 있다”며 “국내는 복합영농이 많아 논과 밭이 혼재돼 있으며 특히 밭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비산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며 “농지에 펜스를 설치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문제점들이 지적되는 가운데 제도가 시행되면 이웃과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골의 정서를 깨트리며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 사무총장은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농가에 현재 65세 고령인구 비율이 40.3%, 평균 66.3세”라며 “고령의 농업인들은 아직도 PLS에 대한 인식이 어렵고 설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11년 예고했다고 하지만 현 정부에서 무슨 노력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남은 시간 내 문제들이 해결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농민단체에서도 PLS제도 시행의 목적과 당위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나 비의도적 농약 검출, 비산 문제 등 눈에 보이는 문제도 해결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행 후 발생하는 문제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그는 “농업계에서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농업계를 이해시킬 수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농업계도 합심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품산업-송성완 부장
수입식품 잔류 허용 잠정 기준 마련 필요

식품산업계에서는 PLS제도 조기 정착을 위해 현재 유통중인 식품 중 잔류 허용기준이 없다고 해서 불공정하게 처리되는 것들에 대한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성완 부장은 “일본은 지난 2006년 PLS를 도입하면서 잔류기준이 설정되지 않는 농약에 대해 코덱스 기준 중 미국, 캐나다 주요 기준을 참고해 잠정기준을 만든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복제 농약의 경우 코덱스 코드가 없는 경우가 있어 ‘수입식품 잔류허용기준(IT)’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식품산업계에서는 농산물에 산지 관리 강화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잔류검사 모니터링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 부장은 “식품산업계에서는 중국 등에서 PLS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 농산물에 대해서도 계약재배를 통해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수입 농산물의 경우 어떤 농약이 사용되는지 정보 파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수입 농산물을 국산 농산물 대체 방안도 노력하고 있지만 IT 신청이 불가한 품목에 대해서 한시 기준을 설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이선호 과장 
“현장 소통하며 해결방안 마련 노력”

정부는 안전성만 보장된다면 국내에만 유통되지 못하는 농산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농민과 소통도 늘려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비의도적 농약 검출을 비롯해 현 시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일정 기간·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는 협상의 여지는 남겼다. 하지만 제도 시행을 한 달을 앞둔 11월에서야 설명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이선호 과장은 “비의도적 오염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며 “토양에 오래 잔류하는 물질은 분류해 농민의 잘못이 아닌 것들에 대해 일정 기간 기준 이상을 설정하는 방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실험 결과가 나오는 데로 오는 11월 경 공식적인 입장을 담아 설명할 계획”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자주 들으며 해결 방만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김경선 과장 
“시급한 농약 우선 직권 등록 추진”

농촌진흥청에서는 현장에서 우선 필요한 농약을 선발해 직권 등록하며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선 과장도 “현장에서 비의도적 농약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며 “비의도적 농약 오염 대책으로 사용금지 농약 15종 중 토양잔류 우려 농약 4종의 기준을 설정했다. 환경유해 MRL 기준도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후작으로 재배 되는 작물 문제는 결국 토양 살충제”라며 “주로 사용되는 토양 살충제를 60여종 되는데 올해 20종 농약 수로 400개가 직권 등록된다. 이런 직권 실험을 확대 하고 수요조사를 통해 시급한 농약에 대해서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조윤미 대표
“과학적이고 관리된 농업 전환 필요”

소비자들은 과학적이고 관리된 농업으로 전환되기 위해 농약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윤미 대표는 며 “최근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인증을 위한 농민들의 노력이 뜨겁다”며 “국내에도 지난 2004년부터 GAP 제도가 도입됐지만 최근 3~4년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2025년까지 전체 농산물의 25%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은 70%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한참 늦었음을 알 수 있다”며 “관행적인 농업에서 과학적이고 관리된 농업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약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갖추기를 소비자들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