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정부 PLS 세부방안 발표...표류하는 PLS 과연 조기 안착 가능할까
[포커스]정부 PLS 세부방안 발표...표류하는 PLS 과연 조기 안착 가능할까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18.08.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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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PLS 세부방안 발표하고 계획대로 ‘강행’
농촌 65세이상 고령인구 42.5%, 홍보·교육 부족
농축산연합회 “정부 대책 현장 농민 공감 얻지 못해”
쌀전업농중앙회, 일 년에 한번 수확 PLS 피해 시 여파 커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정부가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와 관련해 농업계에서 불거지는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당초 계획대로 시행하겠다고 나서 농업계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일 ‘농약 PLS 전면 시행을 위한 세부방안 마련’을 발표하고 PLS 시행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진화하고 나섰다.

정부, PLS 세부방안 마련…농업계 분위기 ‘싸늘’
하지만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농업계 일각에서는 기존의 내용과 달라진 것 없는 형식적인 발표라며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1월 1일 시행될 PLS는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에 한해 일정 기준 내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농약의 경우 일률적으로 0.01ppm을 적용하는 제도로, 당초 식약처는 농산물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입량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농약을 안전하게 관리해 국민 먹거리 안전성 및 국내산 농산물의 차별성을 제고하겠다며 PLS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 “PLS 현장 문제 해결하기 위해 총력”
식약처 측은 “그동안 PLS 전면 시행에 대비해 지자체, 유관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며 “사용가능한 농약 확대를 위한 직권등록, 농업인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홍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 농업인들은 작물별 등록된 농약이 여전히 부족해 부적합 농산물 발생이 증가, 토양에 장기 잔류하는 농약으로 인한 비의도적 오염, 장기 재배 또는 저장 농산물의 PLS 적용시기 등의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식약처·농식품부·농진청·산림청 등 관계부처는 이러한 현장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심도 깊은 협의를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식약처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PLS, 피해는 결국 농민 ‘몫’
정부 발표 이후 한국농축산연합회(상임대표 이승호)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준비 없는 성급한 대책 추진에 농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회 측은 이번 발표를 두고 ▲현장 사용 가능 농약 부족 ▲비의도적 오염 ▲장기재배·저장 농산물 PLS적용기시 등 세 가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충분한 준비 없이 PLS가 시행된다면 문제 발생은 물론, 피해는 오롯이 농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사용가능한 농약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말까지 1670개 농약의 직권등록시험을 마무리한다는 정부의 대책은 현장 농민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짧은 기간 안에 등록부터 현장 홍보까지 한다는 대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농촌현장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42.5%나 되는 만큼 PLS 시행 전 장기간 교육과 홍보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제기된 비의도적 오염 문제가 금번 대책에 포함되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알맹이 없는 이번 대책은 그간 국회나 농민들이 제기한 정부의 PLS 졸속 추진을 드러낸 것이며 근본대책을 요구하는 농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로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식약처는 농약 부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권등록 시험과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잠정기준 및 그룹기준 설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비의도적 피해 막기 위한 방안 모색 
특히 방제농약이 부족한 소면적 작물에 적용할 수 있는 1670개 농약의 직권등록시험을 올해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토양잔류, 타작물 전이, 항공방제 등 비의도적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농약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을 추가하고 농약사용 매뉴얼 등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토양에 장기 잔류하면서 농산물에서 검출된 사례가 있는 엔도설판, BHC 등 4개 물질의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동일 농지에서 여러 작물을 이어서 재배하는 경우 이전 작물에 사용된 농약은 후작물에 대부분 잔류되지 않으나 일부 농약이 후작물에 전이될 수 있으므로 농약의 토양 흡착률, 반감기 등을 감안해 잔류가 우려되는 시급한 농약의 잔류허용 기준을 연말까지 우선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산림 항공방제의 경우, 농약 비산거리 및 잔류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시장출하를 앞둔 농작물 재배지역이 인접한 경우 한공방제를 금지하는 한편 비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경지 이격거리 기준을 설정하고 항공방제 대신 나무주사 사용 등이 가능하도록 항공방제 매뉴얼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식약처의 방안모색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농민 “농작물 특성이나 알고 있는지”
충남 홍성에서 논·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한 농민은 “PLS 도입이 왜 필요한지는 알고 이해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하고 자 한다면 그에 맞는 제도를 갖춰놓고 해야 하는데 이제 시행 5개월 남겨둔 지금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과연 이번에 진행되는 PLS가 농작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농업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대부분 고령인 농업계를 고려한 홍보 역시 부족해 주변에서는 PLS가 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다”면서 “적극적인 홍보와 더불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 등 한번 수확 작물 피해 시 타격 커
이번 발표를 두고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총장은 “그간 농업계의 의견을 새겨듣지 않던 정부가 세부안을 발표하고 나섰다는 것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발표가 그간 논란이 됐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덧붙여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최선의 방법은 한시적인 유예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섣부른 제도의 도입으로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쌀과 같이 일 년에 한번 수확으로 한해를 결정하는 농민들은 말 그대로 생활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보장장치 마련하고 시행 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수축산연합회 측은 “농민들은 PLS 시행의 목적과 당위성에 공감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충분한 준비 없는 시행은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발표는 PLS 전면시행에만 급급해 현장 농민들의 이해 없이 진행하여 농민들의 공감은커녕 반감만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다른 무엇보다 폭염으로 피폐해진 농촌현장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은 뒷전인 채 PLS 전면 시행으로 농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업예산 삭감, 농업부문 조세감면 축소, 미허가축사 적법화 등 역대 유례없이 농업을 탄압하는 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만약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PLS 전면시행을 강행한다면 농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