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초점] 새 장관 취임…쌀 산업 변화 예고
[이슈초점] 새 장관 취임…쌀 산업 변화 예고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8.17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개호 장관 “현재 쌀값 절대 비싸지 않다”
인사청문회·취임식에서 ‘쌀값 지속 회복’ 의지 밝혀
올해 쌀 목표가격도 농업인 눈높이에서 설정
정부안 19만4천원…“20만원대 끌어올려야”

작년 수확기 이후 지속된 상승 행보
1년만에 30% 이상 올라 괴담까지 확산
‘북한 석탄-쌀 맞교환’…농식품부 진화 나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신임 장관이 지난 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신임 장관이 지난 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쌀 생산 농가들의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신임 이 장관은 장관 취임사뿐 아니라 앞서 치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쌀값 인상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쌀값이 올라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쌀값 상승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는 말에는 절대 동의 못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현재 쌀값이 비싸다는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한 푼이라도 더 끌어 올리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새롭게 정해야 하는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 설정 과정에서 농민들의 입장을 수용하는 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한국쌀전업농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쌀 농민단체는 21만~24만원을 희망 목표가격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이 장관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19만4000원이 얘기되고 있는데 반드시 그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밥쌀용 쌀 수입 금지에 대한 소신을 밝혀 사는 형편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쌀 농가들 사이에 팽배한 상황이다.

새 수장을 맞은 농림축산식품 분야에 일대 전환이 예상된다. 이 장관 취임과 함께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는 쌀 업계 현황을 쌀값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쌀값 이례적 상승에 '숨은' 대북 쌀 지원설 회자
올해 들어 쌀값이 가파른 상승 행보를 이어가자 툭하면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쌀 농가들이 수난을 당했다. 특히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표심(票心) 유도책으로 활용되며 집중 공략을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생활물가가 줄줄이 오른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지만 대중들은 다른 품목에 비해 월등히 큰 30% 상승률에 주목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괴담까지 도는 상황이다. 얼마 전 외신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은 배가 한국을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가 시중의 쌀을 사서 북한에 몰래 보내고 대신 석탄을 받아 와 쌀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소문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드러난 ‘북한 석탄 밀반입’ 사건이 작년 초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광물과 남한 쌀 맞교환’ 발언과 맞물리며 낳은 추측성 소문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 북한의 지하광물을 외국에 팔지 못하게 하는 유엔 대북 초강력제재가 발효됐다. 북한은 러시아에 석탄을 미리 갖다 놓고 외국배를 이용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석탄을 날랐다는 것.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입항 회수가 20여회 구입 규모는 1만9500톤이다.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런 배신감은 석탄을 내려주고 쌀을 실어 보냈다는 이야기로까지 발전했다.

급격한 쌀값 상승이 괴소문의 원인이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25일자 산지 쌀값은 17만7052원(80㎏ 기준)으로 지난해 7월 12만8500원에 비해 1년 만에 38%나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공공비축미 8만3600톤을 인수도하고 6월 작년산 정부양곡 10만톤 공매에 이어 이달 4만톤을 추가 공매했다. 하지만 워낙 시중 재고량이 부족해 쌀값 상승세를 늦추지는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석탄 맞바꾸기 괴담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작년 생산량 감소·정부 매입 등 상승 원인
쌀값 하락으로 생계에 지장을 겪던 쌀 농가들은 이번에는 물가인상을 초래한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 일각에선 농민단체가 제시한 쌀 목표가격 희망안을 표적으로 삼기도 한다. 21만~24만원이 현재의 18만8000원보다 무려 15~30%의 인상폭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정부안이 19만4000원으로 잡혀 있다는 것도 한 몫 작용했다.

사실 지금의 쌀값은 ‘인상’이 아닌 ‘회복’으로 봐야 한다. 작년 20년 전으로 회귀했던 쌀값은 2013년 10월에만 해도 지금보다 더 높은 17만8551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후 2016년까지 4년 동안 기상상황 호조에 따른 생산량 증가로 쌀값은 하락을 거듭해 2017년 6월에는 12만6767원까지 추락했다.

이 때문에 최고의 농정 과제는 ‘쌀값 회복’이었고 농식품부는 작년 수확기 72만톤이라는 사상 최대 물량의 시장 격리 조치에 나섰다. 그러자 2017년산 수확기 쌀값은 15만3000원 수준으로 올라섰고 지금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쌀값 상승은 정부 매입 외에도 작년 쌀 생산량 감소와 소비 감소 추세 둔화, 쌀값 상승 기대감에 따른 농가 출하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전년 대비 상승률이 높은 것은 지난해 쌀값이 20년 전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만원대 입성하나
의기소침해진 쌀 농가들은 신임 농식품부 장관 취임으로 오랜만에 설레고 있다. 물가인상의 주범, 이기주의 집단 등등 여론의 뭇매를 맞는 농민들에게 이개호 신임 장관이 “현재의 쌀값은 절대 비싸지 않다”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신임 장관은 장관 임명 전날 치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19만4000원 정도 돼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산지가격을 농민이 만족할 수준까지 최대한 접근시키는 게 중요하다. 쌀값을 20만원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 변경을 위해 농업소득보전법에 따라 연내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 역시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 반영을 추진하고 있다. 쟁점은 물가상승률 포함범위를 놓고 농민단체와 의견이 갈리는 것. 정부안은 최근 5년간의 물가상승분만을 반영한 것이지만 농민단체는 물가상승률에 쌀 생산비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쌀 목표가격 변경시 수확기 쌀값 변동만을 고려하게 돼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시)이 발의한 개정안은 법사위(제2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농식품부는 법률이 개정되면 농업인, 전문가 등 의견수렴을 거쳐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산출방식을 변경하고 정부안을 산출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한영 과장은 “쌀 목표가격 정부안의 구체적인 수준은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지낸 신임 장관이 ‘쌀값 20만원대’를 천명한 이상 농민단체 제시안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근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밥쌀 수입 안돼” 사이다 발언
이 장관은 연방 ‘사이다’를 날렸다. 쌀 농가들의 골칫거리인 ‘밥쌀용 쌀’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나선 것. 청문회에서 “밥쌀용 쌀은 수입해선 안 된다는 게 개인적 소신”이라고 밝힌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도 “농업인의 정서를 감안해 밥쌀 수입문제의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국내 평균 쌀 생산량은 약 420만톤, 한해 쌀 수요량은 390만톤 정도다. 따라서 매해 30만톤 정도가 남는다. 여기에 저율관세할당(TRQ)으로 수입하는 약 41만톤을 합하면 71만톤의 쌀이 남아도는 셈이다. 특히 41만톤에는 반드시 밥쌀용으로 판매해야 하는 물량이 포함돼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농민단체는 밥쌀용 쌀 수입을 당장 중지할 것을 촉구해 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 장관 취임에 따라 그간 논의에 그쳤던 쌀 제도 개선방안들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장관은 과거 수량 중심에서 품질과 기능성 중심으로 쌀의 생산과 유통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직불금의 공익형 개편 ▲농민수당 도입 ▲후계농 육성 ▲푸드플랜 확산 ▲축산업의 동물복지형으로 전환 ▲스마트팜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투자 확대 ▲PLS·축사 환경기준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직불금 제도의 손질은 변동직불제 폐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 쌀 농가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 장관이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만큼 제도의 손질에 앞서 농업인들의 의견 또한 충분히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