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 '타 부처와 협의' 강조...쌀 목표 가격 험로 예고
이 장관, '타 부처와 협의' 강조...쌀 목표 가격 험로 예고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8.23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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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농업인 입장 반영” 의지에서 한 발 물러나
직불제 폐지도 본격화…‘농가소득 대책 마련’ 촉구

성과•보완점 검토 후 연말까지 직불제 개편안 마련

쌀값 하락 보전 변동직불제, 도입 취지부터 되새겨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요 농업인단체장과의 상견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상견례에는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 상임대표,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명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 등 주요 농업인단체장 34명이 참석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요 농업인단체장과의 상견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상견례에는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 상임대표,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명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 등 주요 농업인단체장 34명이 참석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쌀 목표가격 설정과 관련, ‘타 부처와의 협의’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해 쌀 농가 최대 현안인 ‘쌀 목표가격 설정(2018~2022)’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 장관은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서부터 연방 ‘사이다 발언’을 날리며 쌀 농가들의 체증을 해소해 준 바 있다. 그는 쌀값이 올라 소비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의원의 지적에 “쌀값 상승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말에 절대 동의 못 한다”고 잘라 말했다. 쌀 목표가격에 대해서도 “지금 얘기되는 19만4000원보다 반드시 그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쌀 목표가격을 20만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며 농민단체의 제시안인 21만~24만원과 간극을 좁혔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도 “쌀 목표가격은 농업인 눈높이에서 물가상승률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재설정하겠다”며 현장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태도가 중립적으로 바뀐 것은 지난 20일 주요 농업인단체장과의 상견례 자리에서다.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 상임대표,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명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 등 주요 농업인단체장 34명이 참석해 이 장관의 농정 개혁과 의지를 듣고, 인사하는 자리였다.

이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농식품부는 정부부처 중 현안이 가장 많은 부처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마감일은 다가오는데 현실은 마음대로 되지 못하고, 또 쌀 목표가격을 설정해야 변동직불제 얘기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민들 의견을 따르고 싶지만 타 부처와도 협의가 돼야 해서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농촌으로만 구성된 지역구(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를 가진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농업인과의 접점이 많아 현장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다 농정을 진두지휘하고 수행하는 입장으로 바뀌자 여러 이해관계와 타 부처의 견제 등 상황 변화가 중용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장관 취임 이후 일주일만이다.

이에 따라 쌀 목표가격이 여전히 10만원대를 유지하는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변동직불제 폐지까지 전격 거론되면서 쌀 농가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풍과 함께 쌀이 남아돌면서 직불제 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정부와 국회에서 계속 논의돼 왔다. 이 장관은 “직접지불제를 공익형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면서 “직불제 성과와 보완점을 검토하고 여러 의견을 종합해 연말까지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직불제 개편’은 사실상 변동직불제의 폐지를 의미한다. 수확기 쌀값이 떨어졌을 경우 목표가격의 85% 수준까지 정부가 보조해주는 변동직불금은 쌀 과잉생산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종종 지적돼 왔다.

그러나 단순히 농업예산의 편중을 이유로 제도의 폐지를 논해서는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변동직불제는 2005년 폐지된 추곡수매제의 대안으로 도입한 제도다. 정부는 추곡수매제를 통해 시장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쌀을 사 줬다. 두 제도는 모두 ‘쌀 농가의 소득 안정’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는다.

정부가 쌀 농가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원한 것은 어려운 농촌 현실에서 농업을 지속시킨 동력이 됐다. 따라서 이 제도의 폐지는 농업을 그만두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나아가 ‘농업 홀대론’까지 등장하면서 농가들 사이에선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팽배한 상황이다.

오는 27~29일 강원도 양양 낙산 해수욕장 A지구 일원에서 개최되는 ‘제6회 한국쌀전업농 전국회원대회’는 농가들의 농업의지를 북돋는 한마당이 될 전망이다.

농가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현 정부의 쌀농업 소외 정책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결의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정부는 쌀 과잉공급 대책으로 매해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농지를 없애면 회복하기 어렵다. 또 최소한의 농가소득 안전망까지 없애버리면 이 나라 농토는 누가 지키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