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조정 사실상 '실패'
쌀 생산조정 사실상 '실패'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9.04 0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계청, 올해 벼 재배면적 전년보다 1만7천ha 줄어
논 타작물 재배한 3만7천ha는 어디로?
농식품부, 참여 농가.미참여 농가 '수매 차별' 원칙 고수 강조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이 지난달 28일 쌀전업농강원도연합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쌀 생산 혁신기술 공유 심포지움'에서 식량산업 정책 방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이 지난달 28일 쌀전업농강원도연합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쌀 생산 혁신기술 공유 심포지움'에서 식량산업 정책 방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올해 벼 재배면적 감축 면적이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신청 면적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수급조절을 위해 쌀 생산을 줄이려고 논에 콩, 사료용벼 등 타작물을 재배하는 생산조정제를 농가의 신청을 받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통계청은 최근 2018년 벼 재배면적이 73만7769ha로 전년 75만4713ha보다 2.2%(1만6944ha)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등 영향을 벼 재배면적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전년 대비 감축면적 1만6944ha는 올해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신청면적인 3만7000ha보다 약 50% 적은 것이다. 논에 벼 대신 타작물을 심었으니 최소 신청면적만큼은 줄었어야 한다.

더구나 벼 재배면적 감소율(2.2%)도 최근 5년간 평균 감소율(2.3%)보다 다소 낮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쌀값 상승 추세와 쌀 목표가격 재설정에 따른 기대감 때문에 벼 재배면적 감축율이 둔화했다"고 풀이했다.

밭작물 재배경험 부족과 기술 미숙에 따른 어려움, 파종기 잦은 강우 등 이상기후에 따라 타작물 재배를 중도에 그만둔 농가가 일부 발생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 이후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다. 8월 25일 기준 20년 전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던 전년에 견줘서는 35.8%, 평년대비해선 14.2% 높은 17민7928원(80kg)을 기록했다. 5월 17만3180원에서 6월 17만4476원, 7월 17만7052원에서 지속적으로 올랐다.

2018년산부터 2022년산까지 적용되는 쌀 목표가격 재설정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높을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 작용했다. 농민단체는 연초부터 21만~24만원을 희망 목표가격으로 제시했지만 국회에선 하반기 원구성이 끝나자마자 이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이 속한 민주평화당은 "24만5000원이 쌀 목표가격 하한가가 돼야 한다"며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설득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회 의원은 이와 관련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을 지난달 24일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엔 1ha까지 고정직불금을 현행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통상 희망 목표가격보다 제시안을 다소 높게 잡는 관행을 고려할 때 농민단체 제시안인 21만~24만원은 19만~22만원을 염두에 둔 제안이 아니겠느냐"며 "그런데 국회에서 농민들에게 뒷심을 실어주자 기대 가격이 더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쌀값 좋은데 생산 줄이려는 농식품부...딜레마

쌀 목표가격은 변동직불금 지급 기준이 된다. 변동직불제는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쌀을 구매해주는 추곡수매제를 2005년 폐지한 대신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도입했다. 정부가 쌀 1가마니(80 kg) 목표가격과 현지 시세 차액의 85%를 보상해준다.

현재 민주평화당 외에 정의당, 자유한국당 등도 22만3000원에서 24만원을 쌀 목표가격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최소 22만원선에서 목표가격이 재설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1인당 쌀 소비량이 61kg인 것을 감안하면 80kg 쌀 한가마니 가격 18만원이 비싸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폭염 등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으로 원재료 값이 올라 마진이 적어진 외식업계에서 원성이 높을 뿐이다.

쌀 수급조절을 정책목표로 삼은 농식품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쌀값이 좋으면 당연히 농민은 벼 재배를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타작물 재배 목표면적의 70% 가깝게 농가의 신청을 받았지만 6만ha로 목표가 늘어나는 내년엔 30%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수급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산조정제를 실시했는데 참여를 많이 안 해서 사실상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확기에 쌀이 남는다고 추가격리를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생산조정 참여 농가에 인센티브, 안 한 농가는 수매에서 배제하겠다는 당초 원칙 두 가지는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