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잃은 쌀 산업, 개인 취향 공략해야”
“성장동력 잃은 쌀 산업, 개인 취향 공략해야”
  • 황보준엽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9.0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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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조사, 가구당 쌀 구매 3년 전보다 23% 줄어
축산물 구매 대폭 늘 때 쌀 가공식품 소폭 증가
고급미 생산보다 생산비 절감에 초점 둔 게 원인
문정훈 교수 “까다롭고 세련된 소비 성향…요구와 용도에 맞춘 세부시장 만들어야”
곡류 및 채소류의 가구당 지출 구매액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지난 3년간 가구당 농식품 구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쌀과는 먼 나라 이야기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18 농식품 소비트렌드’ 분석결과 과일, 낙농품 및 알, 건과 견과류 구매 정체, 수산물, 축산물의 전체적인 구매가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쌀을 비롯한 곡류와 채소류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국내산 수입산 가릴 것 없이 증가세를 보였다. 그중 수입산 소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두 품목 모두 지난해 각각 17만4698원, 19만2071원으로 가장 높은 가구당 지출을 기록하며 2015년에 비해 4만원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곡물, 채소 구매액은 이러한 증가세와는 관계가 없다는 듯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쌀 구매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쌀 구매액은 11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지난 2015년 15만5000원 대비 77%에 불과한 수준이다.

다만 쌀 가공식품은 구매 지출액이 소폭 상승했다. 지난 2015년 쌀면 구매를 위해 1673원을 지출하던 것에서 2017년 3108원을 지출하며 50% 가량 구매비용이 늘었다.

쌀빵도 마찬가지다. 2015년에 비해 1800원 가량 지출이 늘은 6983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연간지출액이라는 점에서 아직 쌀 가공식품이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쌀 품종이 구분없이 소비되는 ‘혼합미’ 시장이 주류가 됐다”며 “국내 대부분의 신선 및 가공 식품 시장은 차별화 없는 일상재 시장에 머물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가성비 및 가격에만 민감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농식품을 구매했다”며 “최근 기호식품을 중심으로 ‘가격’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의 요소들을 고려하는 등 까다롭고 세련된 소비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신선식품에도 세분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쌀은 여전히 소비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고 고급미 생산보다는 생산비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쌀 산업이 성장 동력을 잃은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문정훈 교수는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니즈를 창출해야 한다. 소비자는 가격이나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닌 자신의 니즈와 용도에 맞는 세부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며 “이는 생산자로 하여금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압력을 덜 받게 하고 차별화된 농산물을 생산해 더 높은 마진을 남길수 있도록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