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논란의 '암수살인' 실화 어떤 내용이길래?
그것이 알고싶다, 논란의 '암수살인' 실화 어떤 내용이길래?
  • 안영 기자 booleanhead@gmail.com
  • 승인 2018.09.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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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안영 기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이 피해자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함께 영화의 모티프가 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암수살인'은 감옥에 갇힌 살인범(주지훈 분)이 숨겨왔던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며 시작되는 형사(김윤석 분)와 살인범의 치열한 심리 대결을 다룬 범죄 스릴러다.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 사건들은 지난 2012년 11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먼저 다뤄진 바 있다.

당시 '그것이 알고싶다'는 '감옥에서 온 퍼즐 - 살인 리스트의 진실은?'이라는 제목으로 '암수살인' 속 실화를 이야기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2010년 11월, 22년간 강력 사건 현장을 누벼온 베테랑 김정수 형사가 받은 한 통의 편지로 시작했다. 발신자는 2개월 전 유흥주점의 여종업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두홍(가명)이었다. 김 형사는 이 씨가 수감 중인 교도소로 찾아갔다. 이 씨는 A4 두 장 분량의 자술서를 작성하고, 자술서엔 11건에 달하는 살인 사건의 리스트와 사건을 추리할 단서들이 적혀 있었다.

이후 김 형사는 혼자만의 수사본부를 차려 이 씨의 '살인 리스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교도소를 찾아가 이 씨로부터 진실일지, 거짓일지 모를 단서들을 얻고 이를 토대로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 씨가 죽였다고 자백한 인물은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동거녀 신 씨, 택시 운전사로 일하며 죽였다는 승객들 등이었다. 이 씨는 자백했다가 다시 번복하고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뒤섞어가며 마치 김 형사와 게임이라도 하듯 했다. 이 씨는 다른 형사도, 검사의 접견도 거부하고 오로지 김 형사에게만 편지를 쓰고 접견에 나왔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 회차를 통해 '암수범죄'(暗數犯罪, Hidden Crime, 실제 범죄는 발생하였으나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였거나 인지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나 용의자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를 이야기했다. ‘암수살인’은 이 ‘그것이 알고싶다’ 내용을 토대로 김태균 감독이 보강취재를 해서 만든 영화다.

하지만 '암수살인'은 개봉 전부터 실제 사건의 피해자 유족에게 제대로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영화가 제작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07년 부산에서 발생한 실제 살인사건 피해자의 여동생이 영화 '암수살인'이 해당 사건을 유사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것.

이에 영화 제작사 필름295는 “영화가 모티브로 한 실화의 피해자 유가족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분들이 상처받으실 수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 부족하게 느끼시는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늦었지만 제작사는 실제 피해자의 유가족분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치겠으며, 앞으로 마케팅 및 홍보 과정에서도 유가족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편 29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제주 초등교사 사망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지난 6월 2일 토요일 오전, 제주 서귀포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되었다. 그녀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신고 1시간 후 사망하고 말았다.

사망자의 신원은 초등교사였던 김지현 씨. 사망원인은 췌장 파열로 인한 과다 출혈이고 신체에서 폭행 흔적들이 다량 발견되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뒤 지현 씨 살해 혐의로 최초 신고자인 40대 남성 손 씨(가명)를 긴급체포했다. 사망자와는 종교적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였고 우발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게 경찰 조사 당시 손 씨의 진술이었다. 여기까지가 당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다.

과연 손 씨의 진술대로일까? 그녀는 왜 폭행을 당해야 했고, 두 사람은 어떤 관계였을까? 제작진은 이런 의문을 품고 두 사람 주변을 탐문하고 법의학적 분석을 의뢰하는 등 사건의 내막을 새롭게 파고들었다.

먼저, 법의학자들은 지현 씨가 사망 직전에만 폭행을 당한 것은 아니며,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이 점은 평소 지현 씨가 외출할 때 마스크와 선글라스, 긴 옷 등을 착용했다는 주변 목격담과도 일치한다. 또 통상 폭행사건에서 발견되는 피해자의 방어 흔적이 신체에 남아 있지 않은 점도 밝혀냈다.

이웃들 역시 폭행이 이뤄지는 동안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지현 씨는 왜 비명조차 지르지 않은 걸까?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확인한 지현 씨의 휴대전화에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와 음성녹음들이 있었다. 혹시 두 사람이 단순히 종교적 멘토와 멘티 관계는 아니었음을 뜻하는 걸까?

또한 제작진은 지현 씨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유가족에게 자신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는 여성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설득 끝에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를 통해 그간 지현 씨가 입었을 피해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피해자 역시 손 씨로부터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피해는 어떤 것일까? 왜 끔찍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손 씨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걸까? 해외 유명 음악대학을 나온 건실한 선교사라며 말하고 다닌 손 씨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지현 씨의 죽음 뒤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추적하고 피해자들의 새로운 증언을 통해 피의자 손 씨가 이들에게 놓은 덫과 굴레의 실체를 밝히는 '그것이 알고싶다'는 29일 밤 11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