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 변동과 쌀 자급”
“국제 곡물가격 변동과 쌀 자급”
  • 편집국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13.01.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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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실장

세계 곡물 중에서 쌀은 옥수수, 밀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품목으로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주식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식량으로 이용되고 있다. 더구나 쌀은 2012년 기준 전체 곡물생산량과 소비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쌀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교역량의 비중은 8%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쌀의 종류는 중단립종, 장립종, 향미 및 찹쌀로 분류되는데 국제 교역량 중에서 중단립종 쌀이 10%, 장립종 쌀이 80%, 향미 및 찹쌀 등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에서 우리가 식용으로 소비하는 중단립종 쌀은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캘리포니아, 이집트 및 일부 유럽지역에서 생산되는데 생산량 비중이 낮아 국제시장에서 단립종 쌀가격의 변동성이 비교적 높다.

국제 쌀 교역시장의 엷은 구조적 요인으로 일부 국가의 생산량이나 교역량이 조금만 변동되더라도 국제시장에서 쌀가격이 크게 요동을 친다. 특히, 태풍과 홍수가 잦은 아시아지역의 기상여건은 잔체 쌀 생산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서 그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클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캘리포니아 중단립종 쌀가격은 주요국의 생산량 증가로 2001년 9월에 톤당 231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500달러 수준 내외에서 2007년 말까지 안정세를 유지했다.

2008년 세계적인 곡물가격 급등과 함께 국제 쌀가격도 동반 상승하기 시작해 2009년 4월 톤당 1208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때 세계 쌀시장의 수급 불안과 태국, 이집트 등 주요 쌀 수출국의 수출금지로 인해 국제 쌀가격을 더욱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2010년 5월에는 톤당 719달러까지 하락했다가 2013년 1월 현재 중단립종 쌀가격은 톤당 75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가격보다 2∼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1990년 43.1%에서 2011년 22.6%로 하락해 지난 20년간 20.5% 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그동안 높았던 쌀 자급률이 2010년 104.6%에서 2011년 83.0%로 급격히 하락해 쌀 자급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풍랑 ···국민경제가 비교적 인 것은 쌀의 자급률이 높기 때문”

 

쌀 생산량이 2009년에만 하더라도 492만 톤에 이르렀으나 2010년 430만 톤, 2011년 422만 톤, 2012년 401만 톤으로 201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그동안 국내 곡물자급률을 어느 정도 지탱했던 쌀 생산마저 감소함으로써 우리나라 전체 곡물자급률이 더욱 하락한 것이다. 따라서 세계적인 기상변화, 식량 수요증가 등 중장기적 쌀 수급여건 변화에 대비한 국내차원의 안정적 쌀 확보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내 곡물 생산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해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경지의 유지 보존을 통해 국내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논면적은 1970년 127만 ha에서 2011년에는 96만 ha로 줄었고, 이중에서 벼재배에 이용된 면적은 1970년 120만 ha에서 2011년에는 85만 ha로 줄어들었다. 전체 논면적의 약 90%가 쌀 재배에 이용되고 있고 협소한 경지면적으로 국내 곡물생산을 증대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그 때문에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정 속에서 곡물의 국내 생산 및 공급을 확대하고 자급률을 제고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특히 쌀은 현재 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유사시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상시 체계를 갖추고, 세계적인 수급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 속에서 식량부족에 따른 정세 불안을 경험했던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의 식량수입국들과는 달리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풍랑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국민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일 수 있었던 것은 쌀의 자급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식인 쌀 가격의 안정으로 식량부족에 대한 우려가 진정됐다는 측면에서 볼 때 쌀 자급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따라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세계적 식량위기를 대비하는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바로 쌀 자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