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쌀 퍼주기? 근거 없는 낭설
북한에 쌀 퍼주기? 근거 없는 낭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0.2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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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서 쌀 반출하려면 4곳 동시 연락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어불성설'
쌀값 상승 따른 괴담 퍼져...정부 양곡창고 공개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값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북한에 쌀을 퍼주고 있다는 괴담이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 등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북한에 쌀 퍼줘 국내 쌀값이 폭등했다”, “정부가 북한산 석탄과 쌀을 맞바꿨다”,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쌀을 주고 있어 정부의 곡간이 비었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퍼진 가짜 뉴스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국민들 사이에서도 떠돌고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를 정도로 논란이 가열됐다.

정부는 전례 없이 정부 양곡창고를 직접 공개하며 “쌀 수백 톤을 몰래 반출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쌀을 해외로 보내려면 포장, 가공, 수송, 선적 등에 상당한 시간, 인력, 장비가 필요하다. 지난 5월 군산항에서 출항한 2만2000톤의 쌀 선적시 전국 46곳 창고에서 2만4000톤의 벼를 방출하고 3개 가공공장에서 쌀로 가공한 뒤 군산항으로 수송, 선적, 훈증 등 전과정에 430여명이 투입되었고 출항까지 60일이 소요되었다. 정부양곡 창고주와 도정공장, 운송회사, 곡물협회까지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쌀을 반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2018년 쌀 해외 지원국에 북한은 없다

정부는 한중일 및 아세안 10개국 간 역내 쌀 비축기구인 애프터(APTERR)를 통해 지난해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750톤으로 식량 원조를 처음 시작했다. 올해 3월 태풍 피해를 입은 베트남에 긴급지원으로 1만 톤을 원조용으로 보냈다. 또한, 올해 1월 식량원조협약(FAC)의 가입을 마무리하고 연간 5만톤을 공여하기로 한 약정에 따라 예멘,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4개국에 원조하는 등 해외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그 대상국에 북한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실제 우리 정부는 1995년 15만톤 규모로 대북 쌀 지원을 시작한 이래 2007년까지 연간 10만~50만톤 규모로 총 265만톤을 북한에 차관방식이나 무상으로 지원했다. 2010년 신의주 지역 대홍수 피해로 긴급구호용 5000톤의 쌀을 지원한 이후 북한에 쌀을 보낸 적은 없다.

심지어 당시 한국 쌀은 비싸서 제외하고 동남아의 저렴한 쌀을 구해서 보냈다. 유엔식량계획(WFP)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북한에는 쌀이 들어간 적이 없고 주로 옥수수나 콩 등 영양강화곡식이 들어간다고 한다.

# 정부 곡간 쌀, 가격 조절 위한 것

2014년 24만톤이었던 초과 생산된 쌀 매입량은 2015년에는 35만 7000톤, 2016년에는 29만9000톤이 창고에 격리되다가 지난해 9월에는 ‘수확기 쌀 수급 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수확기에 공공 비축미 35만톤과 추가 시장격리 물량 37만톤 등 총 72만톤을 매입했다. 쌀값이 수년째 하락세를 보이며 2017년 12만원대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쌀 비축량은 186만톤이었는데 올해 쌀값 오름세를 조절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22만톤의 쌀을 시장에 방출했기 때문에 올해 8월말 기준 쌀 비축량은 160만톤이다. 2013년 75만톤, 2014년 88만톤이었던 것에 비하면 비축량이 두 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 괴담과 상관없는 쌀 가격 상승 원인

올해 쌀 가격이 급격히 오른 이유는 지난 해 쌀 가격의 하락폭이 너무 커서 정부가 예년보다 많은 쌀을 구매한 부분이 크다. 정부 구입 물량이 많다보니 민간 미곡처리장(RPC)을 중심으로 재고물량이 매우 적었다. 게다가 재배 면적이 감소했고, 지난여름 폭염과 태풍 콩레이 등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쌀의 최저가격인 12만 7000원은 20년 전 가격수준으로, 여전히 밥 한공기의 가격은 220원에 불과해 생산 원가에도 못치고 있다. 쌀값은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하락했지만 생산비는 매년 꾸준히 상승해왔기 때문에 밥 한 공기에 300원 정도는 되어야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게 농가들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은 생산자와 소비자 입장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적정 수준에 대한 견해차가 크다"며 “쌀값 동향과 수급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적정 쌀값을 유지하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폭염에 힘들게 키운 우리 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농업신문•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