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 방출했더니...수매가격 영향
구곡 방출했더니...수매가격 영향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2.1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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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평균 수매가 6만2500원 소폭 하락
"출하쪽으로...농가 의향 변화" 해석
창고 물량 방출 '벼 부족' RPC '숨통'
정부 5만톤 구곡 방출 이후 산지 쌀값이 약보합세(80kg 19만3636원)로 돌아선 11월 25일 대형 마트에 쌀 포대가 쌓여 있다.
정부 5만톤 구곡 방출 이후 산지 쌀값이 약보합세(80kg 19만3636원)로 돌아선 11월 25일 대형 마트에 쌀 포대가 쌓여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구곡 5만톤 방출 영향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2018년산 벼 수매가 한창인 가운데 수매가격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출하를 미뤘던 농가들이 물량을 서서히 내놓으면서 RPC들의 물량 확보에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농협 양곡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전국 RPC 평균 수매가격이 6만2500원(40kg 조곡)으로 소폭 떨어지고 농가들이 창고에 두었던 벼들이 수월찮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올해산 벼 매입 목표량은 170만톤. 이날 현재까지 140만톤을 매입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만톤 늘어난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2만톤은 미미한 숫자다. 농협의 평균 매입량 150만톤의 1%밖에 안 된다”며 “다만 구곡 공매로 농가들의 의향이 출하로 바뀐 것 같다”고 해석했다.

사실 작년 수확기부터 RPC들은 벼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당시에도 농가들이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출하를 미뤄 시장에 벼가 없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작년엔 72만톤이라는 사상 최대 물량을 격리한 효과 때문이었지 농가들은 대부분 수확기 출하를 완료했다. 쌀값 기대치로 출하를 미뤘다면 이듬해인 올해 거듭된 쌀값 상승세에 물량이 대거 나왔을 텐데 시장에선 ‘벼가 없다’는 하소연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여전히 벼 부족을 호소한다. 업계는 올해야말로 농가들이 출하를 미룰 동기가 많다고 말한다. 이례적인 수확기 쌀값 상승이 대표적이다.

내년 3월 조합장동시선거도 있지만 그보다 쌀 생산량이 통계청 발표보다 더 떨어진 것을 체감한 농가들이 벼를 내놓지 않아 매입에 조급한 RPC들의 가격공세로 값이 떨어지는 수확기에 쌀값이 오히려 올랐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산 쌀 생산량은 386만8000톤으로 전년보다 2.6% 줄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보다 10만톤이 더 적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폭염, 태풍 등 영향으로 벼 껍질이 두꺼워져 도정을 해보면 수율이 줄었다는 것.

따라서 올해산 공급 초과 물량 9만톤에 농가들 주장 물량 10만톤을 얹으면 공급량과 수요량이 맞아 떨어진다. 이는 내년에도 시장의 쌀 부족이 계속된다는 의미로 농가들이 출하를 미루는 이유가 된다. 또 쌀값을 좌우하는 변수는 ‘공매’에 달린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구곡 방출이 시장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쌀값이 소폭 하락했다가 다시 조금 오르긴 했지만 상승폭이 더뎌졌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구곡 공매는 내년 쌀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으로 봐야 한다. 사실 5만톤은 그리 큰 영향을 미칠만한 물량은 아니다”며 “정부가 쌀값을 관리하겠다는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벼가 진짜 부족한지, 아니면 시기적으로 부족한지 여부는 내년 판명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계산이 맞다면 공급 초과분이 내년 풀려 쌀값이 많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인 쪽은 RPC다. 내년 물량이 풀릴지 말지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작년처럼 벼를 빨리 사들여야 할지 가격이 떨어질지도 모를 내년까지 지켜봐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2일 2017년산 공공비축미 5만톤을 공매했다. 이후 11월 25일자 산지쌀값은 10일 전보다 48원(80kg당 19만3636원) 낮아지며 약보합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