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성차별 속담 1위 꼽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성차별 속담 1위 꼽혀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2.04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_설특집 발표

‘친가(親家)’ 대신 '아버지 본가', ‘외가(外家)’ 대신 ‘어머니 본가’로.

서울시여성가족재단(대표 강경희)은 설 명절을 맞아 성차별 언어.호칭 7건과 쓰지 말아야 할 속담 및 관용표현 TOP7을 담아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설특집'을 1일 발표했다.

명절에 흔히 겪는 성차별 언어 7건은 가족을 부를 때나 다른 사람에 소개할 때 주로 쓰이는 단어들이다. 지난해 시민이 직접 제안했던 성차별 언어 중 가족 호칭 등 관련 총 522건을 별도로 모아 국어·여성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선정한 것으로 다음과 같다.

○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 배우자: 남성 쪽은 집 밖에서 일하고, 여성 쪽은 집 안에서 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이라는 말을 지양하고 ‘배우자’로 부르자는 주장이다.

○ 외조‧내조 → 배우자의 지원, 도움: 남편의 도움을 외조로, 아내의 도움을 내조로 표현하는 것을 배우자의 지원, 도움 등으로 고쳐 부르자는 의견이다.

○ 친가‧외가→ 아버지 본가·어머니 본가 : 친할 친(親), 바깥 외(外) 자를 써 구분하는 것을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풀어 쓰자는 요구다.

○ 장인‧장모·시아버지‧시어머니→ 어머님·아버님 : 장인, 장모, 시아버지, 시어머니 등 처가와 시가를 구분하는 호칭을 ‘어머님, 아버님’으로 통일하자는 제안이다.

○ 주부 → 살림꾼 :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 여성을 지칭해 쓰이는 ‘주부’라는 말을 ‘살림꾼’으로 바꾸고 남성과 여성 모두 쓸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 미망인 → 故○○○의 배우자 :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미망인’을 쓰지 말고 사망한 남편의 이름 등을 사용해 故○○○의 배우자로 풀어쓰기를 권장한다.

○ 미혼모 → 비혼모 : ‘미혼모’라는 단어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체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아닐 비(非)자를 써 ‘비혼모’로 순화가 필요하다.

성차별 속담 및 관용표현으로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1위를 차지했다. ‘남자는 돈, 여자는 얼굴’, ‘남자는 일생에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자주 사용되는 성차별 속담·관용표현의 목록을 뽑아 서울시성평등생활사전자문위원회를 통해 선정했다. 지난 추석 명절 시민이 제안 내용 중 성차별 속담이 있던 것에 착안한 것으로 다음과 같다.

Top1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가정에서 여성이 집안 일을 좌지우지하면 안된다는 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Top2

남자는 돈, 여자는 얼굴

남성은 재력을 갖춰야 가족을 먹여살리고 여성은 보조적인 존재로 예쁜게 최고라는 가부장제적 편견을 담은 말.

Top3

남자는 일생에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

태어날 때, 부모님을 보냈을 때, 나라를 잃었을 때 정도로 큰 일이 있어야 남성은 눈물을 보일 수 있다는 ‘강한 남성’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말.

Top4

사내대장부가 부엌에 들어가면 OO가 떨어진다

남성이 주방일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하는 말.

Top5

미운 며느리 제삿날 병난다

미운 사람이 미운짓만 골라한다는 뜻으로 제사 준비는 며느리가 해야 한다는 말.

Top6

사위는 백년지객(백년손님)

사위는 언제나 깍듯하게 대해야 하는 어려운 손님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

Top7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다.

입구가 좁은 뒤웅박 속에 갇힌 팔자 또는 뒤웅박에 달린 끈에 매어있는 등 다양한 뜻으로 남편을 잘 못 만나 신세를 망치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말.

서울시여성재단은 1~11일 재단 홈페이지(http://www.seoulwomen.or.kr)를 통해 이번 설 명절 기간 동안 ‘내가 겪은 성평등 명절’에 대한 시민 의견을 조사한다. ▴내가 느낀 2019 설 명절의 성평등 점수 ▴우리집 명절 성평등 사례 ▴대안 마련이 시급한 도련님, 아가씨, 서방님 등의 가족 호칭 개선 등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고 그 결과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조사엔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여자 중 200명을 추첨으로 선정해 5천원 상당의 모바일 기프티콘을 증정할 예정이다.

한편, 재단이 작년 추석특집편 제작 당시 시민이 제안한 시가·처가 명절 방문 순서를 각색해 만든 ‘설 명절 할머니 단톡방 클라~쓰’ 동영상(https://youtu.be/kgUC9ltp1Pw)도 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설에는 시가→처가, 추석에는 처가→시가 등의 순으로 방문하는 ‘교대 방문’ ▴설에는 시가만, 추석에는 처가만 가는 ‘1명절 1본가 방문’ ▴각자 자신의 본가에서 명절을 보내는 ‘각자 자기집 방문’으로 구성됐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시민들이 명절에 겪는 성차별적 언어와 행동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해 이번 설 명절부터는 실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성평등한 명절팁을 제시하게 됐다”며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언어와 행동 대신 성평등한 언어와 행동으로 가족·친지와 함께 즐거운 설 명절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