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겨울채소의 몰락
끝이 없는 겨울채소의 몰락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03.2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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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양파, 대파, 마늘 등의 겨울채소류는 격년으로 가격 폭락과 폭등을 겪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배추와 무까지 노지에서 재배하는 겨울채소들이 올해 가격폭락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6일 전남지역 대파농가 100여명이 서울로 상경해 대파를 쌓아둔 채 정부에 책임 있는 가격대책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문제는 현재의 정부 대책이 폐기정책으로 일관돼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양념채소류의 가격안정대책에 따른 매뉴얼에 의해 수급을 조절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조절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의 채소류 수급안정 매뉴얼은 주의-경계-심각단계로 정해져 있으며 수급이 과잉이 되면 수매비축, 산지폐기(채소가격안정제, 긴급가격안정자금), 출하시기 조절(채소가격안정․출하안정제), 소비촉진 행사 등 추진하고 공급이 부족할 때는 비축물량 방출, 탄력적 TRQ 운용, 출하시기 조절 등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배추 7만1,000톤, 무 4만8000톤, 양배추 2만3000톤, 대파 2000톤, 쥬키니호박 220톤의 겨울채소가 폐기됐다. 정부의 단계별 수급안정 대책이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폐기된 물량만도배추·무·양배추는 정부 폐기와 산지 자율폐기가 집계된 양이며 대파·양파 등은 위 물량에 더해 훨씬 많은 양의 자율폐기가 진행 중이지만 시장가격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농산물 공급이 과잉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국내산 물량이 과잉이 생산이 많아서가 아니라 수입농산물로 인해서라는 것이 농가들의 주장이다. 채소가격이 폭락하면 수입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각종 FTA로 인해 관세 등이 인하되면서 지속적으로 수입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가격폭락이 만성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농산물은 산지에서 폐기되지만, 소비자의 식탁에는 수입농산물이 오른다며 국내 농산물을 폐기해 수입농산물 가격만을 지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겨울철에 재배할 수 있는 품목이 양파, 마늘, 대파 등으로 한정된 것도 문제이다. 농민이 소득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다양한 작물, 품종을 심을 수 있지만, 지금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돈이 되는 작물만을 찾게 되면서 과잉이 되는 측면도 있다.

채소류 수급안정대책의 마지막 단계인 산지폐기까지 왔다는 것은 수급조절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현재 매뉴얼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과 함께 수입물량에 대한 대책, 그리고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