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 망할, 모판이 너무 많아
[기자수첩 米적] 망할, 모판이 너무 많아
  •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9.04.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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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의 일이다. 직접 벼농사를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벼농사를 직접 접하진 못했다. 벼농사의 기계화율은 97.9% 이르고 있다는 것을 들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앙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너무 고됐다. 새벽부터 일어나 긴 장화를 신고 모판을 나르고 이앙기에 넣는 작업이 반복됐다. 망할, 모판이 너무 많았다. 휴일 봉사활동이라는 가벼운 생각을 가지고 덜컥 오겠다고 말한 내 입이 미웠다. 첫날 이앙작업이 끝난 시간은 7시. 이틀간 이앙작업을 도울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이튿날은 다음날 출근을 핑계로 예정보다 빠르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튿날 작업은 야간작업까지 진행됐다. 수확 시기를 맞추기 위해 심는 시기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고된 논농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없어서 이 시기 농촌에서는 인력난에 부딪힌다. 혹여 그해 선거라도 있으면 편한 선거 운동 아르바이트 자리와 경쟁해서 이겨낼 재간도 없어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실습으로 참여하는 학생, 인력사무소에서 구한 일용직, 외국에서 온 근로자들도 일이 고돼 도망가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이앙작업은 농업 체험이 아니라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농가에서 도움의 손을 청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물론 농촌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 그 당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되감아 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아! 모판이 너무 많았다. 

이앙작업은 물먹은 모판을 옮기는 일과 이앙기에 넣는 일 등 모판을 이동시키는 일이 대부분이다. 모판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이앙작업이 쉬워지리라 추측할 수 있다. 최근 모판을 줄이는 재배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현행 농법 대비 60~70%의 모판을 절감하며 노동력, 시간, 비용 등 생산비 절감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소식재배와 밀묘농법이 바로 그것이다. 현장을 직접 경험한 농가들도 모판을 줄인다는 측면에 크게 만족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에 생력화 제품들은 노동력을 감소시키는 만큼의 제품의 비용 증가로 농가들의 심리적 부담도 컸다.

하지만 이번 소개된 기술들은 큰 비용 소모와 커다란 작업 변화 없이 노동력을 크게 절감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기자에게 이앙작업 체험을 제안하는 농가에서는 밀묘농법과 소식재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