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또는 인사
농사 또는 인사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05.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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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근대 이후에 산업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으면서 농사는 농업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고 1차산업으로 분류된다. 유교가 정치이념이었던 조선에서는 사농공상이라 하여 공부를 하는 선비 다음으로 대접받던 직업이었고 양반들의 립서비스이기는 했지만, 농자지천하지대본야라 하여 농사짓는 사람이 천하의 근본이라 받들어주었다.

현대에 이르러 산업화된 농업은 섬김이 아니라 경영이 되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민에서 농업경영인으로 바뀌었다. 농민이라는 단어는 정부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농업농촌기본법에는 농업인이 정의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문서에 농업인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90년부터다. 당시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을 만들면서 농민의 명칭을 농업인으로 바꿔 부르기로 규정했고 1996년 농업인의 날을 제정했다. 다만 헌법에는 아직도 농민이라고 명시돼 있다.

농사의 사는 한자로 事(사)를 쓴다. 사는 일이라는 뜻도 있지만 섬긴다는 뜻도 갖고 있다. 따라서 농사는 밭에서 일하는 것, 일하는 사람을 섬긴다는 의미이다.

사람을 만날 때 하는 ‘인사’도 섬긴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관리나 직원의 임용할 때 사용하는 인사도 같은 한자어를 쓴다. 사람을 섬기는 일이 인사다. 농사도 인사도 섬김의 뜻이 있지만 현 정부는 농업과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해에는 청와대에서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농업비서관과 농업행정관, 그리고 농업정책을 집행하는 부서의 수장인 농식품부 장관까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내는 일이 벌어졌고 농정공백의 기간도 길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청와대의 농업비서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여기에 농식품부 장관은 인사청문회부터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8월 사퇴설이 들린다.

새롭게 임명된 농업비서관은 개혁성이 두드러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현장성이 강한 인사도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흔히들 인사를 사람 농사라고 한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농업에서 문재인 정부의 사람 농사는 흉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