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1차산업에서 2차 3차산업으로 진화해야
[전문가칼럼]1차산업에서 2차 3차산업으로 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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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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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쌀가공식품협회 이성주 전무이사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이사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이사

벼농사로 돈 좀 만져 보셨습니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벼농사를 2만평(약 6.6ha) 정도 지으면 농촌에서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엔 생산한 쌀을 정부가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이중곡가제를 시행하였기 때문에 수지도 맞고 판로를 걱정할 일도 없었다.

빌려 쓴 영농자금과 학자금 등으로 지출요인이 많은 수확기의 집중출하를 견뎌내면 이듬해 봄에 쌀값이 올라(쌀값의 ‘계절진폭’)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었다.

요즘에도 쌀 목표가격을 정해 이보다 시장가격이 내려가면 그 차액을 보전토록 직불금을 지원하므로 기계화 된 벼농사는 안정적인 면에서 아직은 해 볼 만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대한 토지용역비를 계산해 본다면 과연 수지맞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벼농사로 대박을 터트릴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벼농사가 1차산업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생산비 절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14년 10월에 발표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의하면 국산쌀 3만6000원어치로 떡국떡을 만들면 9만3000원(쌀값 대비 258%), 막걸리를 만들면 14만원, 전통떡을 만들면 16만1000원, 무균밥을 만들면 무려 28만3000원(쌀값 대비 786%)으로 부가가치가 커진다.

밥, 떡, 술 등을 통틀어 쌀가공식품이라고 하는데 생산자가 쌀가공식품으로 가공해서 유통시키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만들어지고 떡이나, 가공비빔밥, 술 만드는 체험행사 등을 하기에 따라서는 1차산업이 2차 3차산업을 넘어 6차산업으로까지 진화할 수 있다. 벼농사를 기초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것이다.

전북의 김제평야는 한반도를 통틀어서도 가장 넓은 평야 지대로 농촌경제시대에는 어느 지방보다 풍요로웠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정자립도가 243개 시·군·구 중 217위로 산악지대가 많은 무주·장수군보다도 낮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관광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즈음 밋밋한 평야지대보다는 산과 들, 바다를 고루 갖춘 농촌 지역이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졌다. 드넓은 곡창지대 외에는 뚜렷한 관광자원도 없는 김제시에서 쌀 산업을 기반으로 6차산업을 통한 반전을 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김제평야에서 벼농사에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한 쌀을 원료로 2, 3차 산업에 진출한 성공사례가 있다. ㈜H영농조합법인은 2006년에 설립하여 20개 농가가 벼농사를 지으면서 김제 일원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1차 가공(전처리)하여 식자재 등으로 식품회사에 납품하였다.

그러다가 2008년 식품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체 생산한 쌀을 이용하여 ‘곤드레나물밥’을 만들어 유통함으로써 단일품목으로 연간매출액 40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이를 토대로 ‘냉동볶음밥’에 도전하여 2018년에 연간매출액이 500억원을 돌파했으며 식품시장의 HMR(가정간편식) 트랜드 확장세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은 ‘곤드레 나물밥’은 농식품부가 선정하는 ‘우수쌀가공제품 TOP 10’으로 선정되었고, 2019년 9월부터 코스트코 입점을 계기로 수출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혹자는 기술연구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농업인들 입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사례라고 치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생산자가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힘을 합치고 기술연구, 마케팅 전문가 등을 영입하여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다.

고(故)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이 창조해 낸 신화의 시작처럼 해 보지도 않고 미리 안된다고 할 일이 아니다. 현대는 협업의 시대이며 각 분야의 전문가 컨소시엄을 통해 능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IT 혁명은 이러한 협업과 분업을 더욱 쉽게 할 것이다.

농업이 블루오션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러한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가 그만큼 많은 산업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벼농사에 종사하는 농업인들이 쌀 생산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들과의 연계협력과 연구를 통해 창의적인 쌀가공식품을 제조·판매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더 관심을 가진다면 대박을 내는 농업인들이 계속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