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병완 농협RPC회장 “농가와 RPC 손해 안 보는 적정선까지 쌀값 올라야”
[인터뷰] 문병완 농협RPC회장 “농가와 RPC 손해 안 보는 적정선까지 쌀값 올라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2.0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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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 3선의 벼 수매 지침 조언
매해 수확기 농가와 산지 유통업체 갈등 발생
예측 가능한 시장상황 만들면 해소…자동시장격리제
농협중앙회장 선거 “나 아니어도 된다 생각 가져야”

쌀값은 더 올라야 유통업체들 경영부담 줄어

농업농촌 어려움 놔두고 쌀산업 활성화는 잘못

범농업계가 쌀산업의 유지.발전 고민해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기존 문제 해결책 포함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수확기(10~12월)를 한 달 남겨놓은 가운데 2019년산 벼의 정부 수매와 RPC의 매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농가와 RPC간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있기 마련이다.

벼값을 좀더 올려 받고 싶은 농가와 산 가격보다 팔 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RPC 사이에 미묘한 힘겨루기다. 더욱이 올해처럼 태풍으로 벼가 모자란 해에는 벼 출하를 미루는 농가가 많은 탓에 RPC들은 벼 확보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문병완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은 “농가 위주로 매입을 하되 너무 쌀값이 올라가면 쌀가공식품회사들이 어려워지니 농가와 RPC, 가공회사들이 윈윈할 만한 적정선의 이윤만 추구하도록 서로가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조합장은 보성농협 조합장 5선에 이르는 전남지역 최다선 조합장이자 산지 쌀 유통 및 수급을 담당하는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 자리도 3선에 이르고 있다.

-RPC와 농가 사이 갈등을 줄이는 방법은.

농가와 정부, 농협 및 민간RPC가 서로 신뢰 위에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쌀 가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시장을 만드는 자동시장격리제가 도입돼야 한다. 그간 쌀 가격 지지를 위한 수급조절 방안으로 논 타작물 재배 정책 등 여러 제도를 시행했다. 이제는 그때그때 뗌방식 제도 말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농가가 확실히 알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RPC들도 마음 놓고 매입하고 쌀 가공식품회사도 안정적으로 제품 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

-자동시장격리제 반대파도 있다.

왜 시행 전부터 문제를 제기하는지 모르겠다. 민간RPC 쪽에선 농협이 터무니없이 값을 올려 팔까봐 걱정한다는데, 정책은 쌀농업에 종사하는 업체나 기관들의 이해에 맞춰 접근해선 안 된다. 쌀 재배농가만 보고 만들어야 하고 그것에 우리는 적응해야 한다. 쌀 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은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최근 국회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예전과 다를 게 없다고들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 문제점들을 개선시킬 방안이 다 들어 있다. 정부와 농협을 신뢰하고 그 바탕 위에서 서로 노력해야 좋아진다. 네 탓만 하고 앉아 있으면 될 일이 하나도 없다.

-기업으로서 경영 때문에 반대하는 면도 있을 텐데.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놔두고 산업을 활성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거다. 범농업계가 쌀산업의 유지.발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면 산업 종사자인 중간유통업체나 RPC, 쌀가공식품기업들을 비롯해 소비자까지 모두가 잘 살게 된다. 또 처음엔 무리있는 것처럼 보이는 제도도 하다보면 활로가 생기고 영역이 확보된다. 해당 산업 종사자들을 따로 떨어뜨리지 말고 유기적인 관계로 봐야 한다.

다만 개인 사업자로서 기업을 이끄는 민간RPC의 입장도 이해한다.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선 농가소득에 기여하면서 영업이윤도 추구해야 한다. 농협도 그런 면을 이해하고 서로 함께하려고 노력하겠다.

-WTO 개도국 포기로 농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쌀 관세 513%는 유지했으니 다행이다. 향후 다자간 협상시 철저히 준비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WTO 타결된지 26년 됐다. 국가가 많은 투자를 했지만 쌀농업 악순환이 지속된 것은 사실이다. 생산조정제, 공익형 직불제 등 여러 제도를 시행했을 때 문제점 여부를 잘 점검해야 한다.

-농정이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서다. 방향이 정해지면 정부, 농협, RPC 등이 농업인과 신뢰 쌓으며 믿고 ‘올인’할 수 있다. 생산조정제도 참여농가들이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서로 노력을 해 줘야 한다. 밥쌀용이 수입되는 상황에서 수급조절 필요 때문에 쌀 생산조정제를 운영해야만 한다면 문제점에 대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내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대한 소견.

농협 회장의 선거 역사가 흑역사다. 이제는 투명하고 깨끗하게 가야 한다.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않고 편법을 쓰면 흑역사가 다시 시작된다. ‘당선’만을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니 법을 위반하게 되는 거다. 농협조직이 잘못되면 직원들이 피해 보고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 지연, 학연, 혈연 따지는 간선제의 폐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조직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조직에 피해를 주면서 뭘 얻겠다는 거냐.

여러 사람이 모인 협동조합은 그 사람들이 가진 성격이 하나로 어울어졌을 때 비로소 조직이 발전하는 특성을 가진다.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할 농협이, 그 조직을 이끌어가야 할 수장을 뽑는 선거부터 불법으로 얼룩져서야 쓰겠나. 선거는 살아왔던 과정에 대한 평가를 받는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아니더라도 조직이 잘 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억지’가 들어가는 것이다.

-현재 쌀값에 대한 생각은.

좀더 올라야 농가도 유통업체도 부담이 덜어진다. 작년 수준은 돼야 한다.

-더 올라야 하나.

통계청이 조사한 11월 25일자 산지쌀값이 80kg 한 가마당 19만204원으로 수확기 10월 5일자 첫 조사 가격인 18만원대에서 조금씩 올랐다. 더 올라야 한다. 꼭 재배 농가를 위해서만 올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쌀값이 지금 구매한 값보다 올라야 유통업체도 적당한 이윤을 남기고 인건비 지출 등 경영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다만 그 적정선에 대해선 쌀 산업 종사자들 모두 손해를 안 보는 쪽으로 결정해야 한다. 쌀을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가공식품기업 등도 생각해야 하고 쌀을 사 먹는 소비자, 외식업 종사자들도 고려해야 하니 말이다.

-농가와 RPC간 양보와 화합을 특히 강조하신다.

쌀 농업정책은 농가를 중심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RPC도 어느 정도 적정 이윤이 남아야 벼 매입을 계속할 수 있고 농가들이 원하는 쌀 가격에 근접해 벼를 살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