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형식 전북도 식량산업팀장 “마음만 갖고 되나요? 걸림돌 치워줬죠”
[인터뷰]오형식 전북도 식량산업팀장 “마음만 갖고 되나요? 걸림돌 치워줬죠”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2.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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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타작물 재배’ 전국 1위 공로 ‘대통령 표창’
청년농부 모아 콩 재배 장점 표 그려가며 분석
각종 지원 제도 연결해 농기계·창고 문제 해결도
내년 콩 가공공장 지어 콩기름, 두유 학교에 납품계획
청소년 GMO 걱정 해방에 김제 콩 브랜드 확산 효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젊은이들 면사무소로 불러 벼 대신 콩 재배했을 때 소득이 낫다고 표를 그려 가며 강의했어요.”

오형식 전북도 농산유통과 식량산업팀장은 올봄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 신청을 받으러 여기저기 뛰어다닐 때였다. 이미 지난해 이상 기후로 ‘쓴 맛’을 본 타작물 참여 농가들은 이번엔 다들 마다해 도 할당면적을 채우려 도내 시군을 날마다 돌아다녔다.

이랬던 오 팀장이 지난달 11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농업인의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타작물 재배’를 이끈 공로가 탁월하다는 게 주요 이유다. 실제 전북도는 오 팀장 같은 공무원의 열정과 농가들의 단합 덕에 올해 타작물 재배 실적 전국 1위를 달성했다.

그는 “전북은 기존 페이스가 있어서 내년 도별 목표량 달성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그 남는 면적만큼 타 지자체의 미달 면적을 끌어와 타작물 재배에 배정된 정부 예산을 전북 지역에서 집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북의 타작물 목표면적은 5000ha. 달성면적은 이를 3000ha가량 초과한 7800ha다. 초과달성한 3000ha만큼 타 지자체의 미달면적을 끌어와 도내 타작물 재배 농가들이 지원금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생산조정제 지원예산은 세워 놨으니 목표면적에 미달한 지자체들이 못 받는 지원금을 도내 농가를 위해 집행하도록 농식품부와 협의해 갈 예정이다.

전북은 콩 재배로 올 한해를 달구었다. 김제 지역 콩 선구자들의 재배기술 전수와 소득이 낫더라는 입소문을 타고 인근 지역에서 그 인근 지역으로 점차 콩 재배 참여 농가들이 줄줄이 늘어갔다.

그러나 실질적인 다리를 놓은 것은 오 팀장이다.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타작물 재배를 할 수는 없기 때문. 날마다 출장지를 정해 놓고 동네 면장에게 미리 일러 숫자에 밝은 젊은이들을 면사무소로 불러 모았다.

“벼에서 콩으로 소득이 옮겨가고 있다고 얘기했어요. 지원금 안 받고도 10a당 300kg 이상만 수확되면 콩이 더 소득이 좋아요.”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청년들은 콩과 벼의 수확량에 따른 소득 비교표와 지원금을 추가했을 때 소득액을 파워포인트 문서로 만들어 설명하는 오 팀장의 말에 차츰 수긍했다. 여기엔 죽산영농조합법인 한은성 대표가 실제 사례의 주인공으로 늘상 함께했다.

콩에 관심을 갖게 된 농가들은 이번엔 농기계를 걱정했다. 각종 지원제도 파악에 능한 공무원의 장점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파종기 사고 콤바인(수확기) 사고 창고 짓고…. 이런 거 4억이면 다 해요.” 오 팀장은 도청 농자재종자팀에서 하는 주산지 농기계단지화 사업을 알선해주고 이런 저런 제도를 다 연결해 농기계며 창고 문제를 해결해 줬다.

걸림돌들을 치우고 나니 그때부터는 일사천리로 술술 풀려나갔다. 이런 경험에서 오 팀장은 일찌감치 ‘단지화’가 타작물 재배 성공의 핵심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농식품부는 단지당 5억 범위 내에서 지원하는 타작물 재배 단지화사업을 내년 정식 시행한다. 지원단지로 선정된 전국 15개 단지 중 절반인 8개가 전북지역에 있다.

도는 현재 콩 가공공장 건립에 필요한 국비 지원예산 91억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공장은 콩 주산지인 김제에 총 182억원을 들여 짓는다. 콩기름 짜고 두유 만들어 학교급식으로 납품하면 청소년들이 GMO(유전자변형물질) 걱정에서 해방되는 동시에 김제지역이 콩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고, 콩을 심지 말래도 심는 파급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복안이다.

“수매를 해 준다고 해도 농가가 시장에 내다 팔아요. 수매가보다 시장가가 더 좋으니까. 그만큼 국산콩은 메리트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