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 10년만에 바뀔까?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 10년만에 바뀔까?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2.04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쿱생협연합회, 생협법 전면개정 국회 토론회 개최
"금융업 금지 현행 법률 정비해 조합원 차입 허용" 주장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최근 몇 년 새 성장한 사회적경제에 발맞춰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생협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인자 아이쿱생협연합회장은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생협법 전면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사회적경제 영역이 많은 변화와 성장을 이루었다”며 “그 중심 역할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하고 있고 더 해야 할 시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소비자후생복지, 친환경농업 경쟁력 향상, 또 지역사회 생협 활동가들의 운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새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됐다”며 생협법 전면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인자 아이쿱생협연합회장이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생협법 전면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인자 아이쿱생협연합회장이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생협법 전면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란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환경오염 해결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경제활동을 가리킨다. 경제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기존 시장경제와 달리 사람과 분배에 가치의 중심을 둔다.

1999년 시행된 생협법은 2010년 전부개정 됐다. 이후 10년이 흐르는 동안 생협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법은 그대로여서 현재에 맞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생협법개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추혜선 의원, 전해철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추혜선 의원은 축사에서 “생협이 새 옷을 입을 때가 됐다는 박 이사장님 말씀에 공감하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지난 법안소위 때 6220명의 서명지를 들고 가 이 법안 통과를 촉구했는데 아직도 계류중이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그러나 “20대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생협이 공동체에 풍성함과 따뜻함을 더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추혜선 국회의원(정의당)이 축사 하고 있다
추혜선 국회의원(정의당)이 축사 하고 있다

 

‘생협법 전면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주제발표한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장에 따르면 1999년 처음 공포된 생협법은 협동조합의 설립근거 마련에 초점을 뒀다. 사단법인,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던 생협이 법적인 형태를 가질 수 있었다. 23개 조항에 불과하던 법령이 88개로 늘고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춘 것은 2010년 전부개정 때다. 이때 2차 협동조합인 연합회의 설립 근거와 공제사업 시행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생협법에 의한 법인이 아니었던 조합 및 연합회는 생협법에 의한 조합, 연합회로 전환하거나 새로 창립하는 절차를 거쳐 법인화하게 됐다.

사업범위도 공산품의 경우 친환경 상품으로만 한정하고 있던 것을 소비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자를 취급하도록 보편화했다. 또 생협법에 근거해 설립하지 않은 경우 생협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무분별한 명칭 사용을 차단했다. 반면 의료생협이 난립하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개정 법이 보건의료사업을 별도의 사업으로 규정하고 50%까지 비조합원의 사업이용을 허용한 점을 악용한 결과다. 의료인이 아니어도 조합의 형태로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조합원 가입이 급증하고 생협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전됐다”며 “그러나 법 체계는 과거 10년 전에 머물러 현재 생협의 사업구조와 정책적 필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제사업 시행 근거는 마련됐지만 인가 기준 설정 등 절차가 갖춰지지 않아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식적인 공제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개정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김 센터장은 “이 때문에 매우 초보적인 수준의 상호부조 사업 정도를 비공식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수협법과 차별...'생협채권 발행 허용' 대안 제시  

특히 자금조달 수단을 뒷받침할 제도의 부재와 농협법 등 다른 협동조합 법률과의 차별이 생협법 개정을 요구하는 주된 요인으로 해석된다.

아이쿱생협은 조합원으로부터 돈을 빌려 수매자금이나 친환경 농식품 클러스터 조성 등 사업에 사용했지만 ‘유사수신행위’의혹을 받았다. 공제사업은 허용하지만 금융사업은 금지하고 있는 현행 법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아이쿱조합원으로 구성된 ‘아이쿱바로세우기모임’은 연합회가 조합원에게서 빌린 돈을 자회사 형태의 주식회사에 빌려주는 금융업을 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두 번째로 발제한 조제희 변호사는 “타 생협도 매장개설,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조합원으로부터 차입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다”며 제도를 정비해 유사수신 시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두레생협, 한살림연합 등 주요 5개 생협연합회는 연 1조20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리는 대규모 사업을 운영하는 경제단체임에도 출자금 외에 아무런 자금조달 수단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생협의 경우 농협, 수협과 달리 금융업이 허용되지 않는 점을 감안, 조합원에게생협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와 관련된 내용이 국회에 계류중인 개정법안에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