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소비자들 “싸고 편한 것” 찾았다
농식품 소비자들 “싸고 편한 것” 찾았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2.1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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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연 '2019 식품소비행태 조사결과 발표대회'
쌀 10kg 미만으로 2~3개월 1회 사, 수입쌀 소비도 증가
구매 결정 좌우 요소 '가격', 품질 응답 비중 크게 감소

주 구입장소 ‘대형할인마트’…대기업 중소 슈퍼 증가세

온라인 영향, 거리·교통 비중 줄고 가격·품질 비중 증가

실질 물가상승률 높지 않았지만 경기 불황 체감 반영된 결과

신선편이.밀키트 포함 HMR(가정간편식) 구입 지속 증가세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소비자들은 올해 쌀을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소형 슈퍼에서 10kg 미만짜리를 2~3개월에 한 번씩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가격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으며 수입쌀을 사 가는 사람도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은 지난 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19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은 지난 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19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농경연은 2013년부터 매년 우리 국민의 식품소비 행태와 식생활, 식품정책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농업 생산자와 식품.외식업계뿐 아니라 식품정책 주무 부처에 기초정보로 제공해 왔다.

올해 7년째를 맞은 조사는 3337가구, 성인 6176명, 청소년 6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김홍상 원장은 개회사에서 “농식품 및 식품외식산업의 발전과 건강하고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 소비자 이용행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발표대회를 통해 소비자의 식품소비 행태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연구원 조사자료가 각종 통계에 중요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품질 본다” 가장 크게 감소

국민 주식인 쌀의 구입주기가 길어지고 10kg 미만 소포장 형태를 선호하며 주로 가격이 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품질을 본다는 의견은 전년에 견줘 응답 비중이 가장 크게 감소했다.

김상효 농경연 부연구위원이 ‘가구 내 식품소비 및 식생활 행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상효 농경연 부연구위원이 ‘가구 내 식품소비 및 식생활 행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상효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가구 내 식품소비 및 식생활 행태 분석’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쌀, 과일은 전년 대비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 비중이 높아졌다. 육류, 유제품, 수산물은 구입의 편리성을 가장 먼저 생각했으며, 가공식품은 안전성을 본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년보다 많아졌다. 모든 식품을 통틀어선 채소를 제외하고 맛을 1순위로 꼽았다. 이는 쌀, 과일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수입쌀 취식의향의 증가와 함께 실제 구입 경험도 꾸준히 늘고 있었다. 수입쌀 취식의향은 2017년 5.7%, 2018년 6.9%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 12.8%로 두 배가량 뛰었다. 구입 경험도 같은 기간 9.8%에서 16.0%, 21.9%로 증가했다.

축산류에선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미국산 쇠고기 취식 의향이 감소한 특징을 보인다. 호주산은 소폭 증가했으며 돼지고기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수입 닭고기는 증가했다.

온라인 이용 확대로 거리.교통 덜 봐

식품을 주로 구입하는 장소로는 지난해 전년(36.4%) 대비 비중이 감소했던 대형할인마트가 다시 37.6%로 증가했다. 대기업 운영 중소형 슈퍼마켓의 비중은 2017년 11.0%에서 지난해 16.5%, 올해 19.4%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재래시장과 동네 중소형 슈퍼의 감소세도 이어졌다.

이같은 결과는 올초부터 꾸준히 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형마트의 경영난과는 상반된 것이다. 그러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을 보면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전반적으로 감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김상효 부연구위원은 “대형할인점 비중이 2.0%p 증가한 것은 대형마트 운영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한 응답자들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인터넷, 모바일, 홈쇼핑 등 통신판매 비중은 지난 2년 동안 0.3%에 머물다가 올해 0.8%로 늘었다. 편의점은 0.7%에서 0.8%로 늘었다가 0.5%로 오히려 감소했다.

김 연구위원은 “농소모 회원 가운데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전부 온라인에서 구매한다는 의견도 많다”며 “앞으로 모든 식품 소비가 온라인에서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 구입 장소 선택 이유로 가격, 품질의 비중이 증가한 반면 거리, 교통의 편리성 비중은 감소한 것도 온라인 확대의 영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처리 간편 요리 식품인 밀키트와 ‘마켓컬리’ 등 새벽 배송 서비스 이용이 증가한 것도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친환경식품도 저렴한 대형할인점서 구매

거리, 교통의 편리성이 식품 구입 장소를 선택하는 이유로 여전히 최고를 차지했다. 다만 비중은 35.2%로 지난해 38.5%보다 3.2%p 감소했다. 대신 가격, 품질의 비중은 각각 2.2%p, 1.8%p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소비행태의 특징은 ‘가격’”이라며 “물가가 많이 올랐거나 가계가 많이 어려워졌거나, 아니면 두 가지 다 포함하는 복합적 이유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친환경식품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월 1회 이상 구입경험이 있다는 가구는 전체의 40%로 증가추세이지만 구입 장소는 전문점이 줄고 대형할인점 비중이 늘어났다. 전문점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대형할인점과 대기업 운영 중소 슈퍼에서 구입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구입 장소 선택 기준으로 품질, 가격을 본다는 응답의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구입하는 친환경식품은 채소류가 45.8%로 가장 높고 계란, 과일류, 곡류, 우유 순이다.

친환경식품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로는 전년과 동일하게 ‘일반 식품과 차이를 못 느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구입 이유로는 안전과 건강이 1,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친환경농산물 생산자는 마케팅에서 일반식품과 차별성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HMR 구매 이유 ‘비용효율성’ 1위

식품 구입 빈도는 감소하고 1회 평균 구입액은 소폭 늘었다. 2018년 주 2~3회꼴로 구입하던 것에서 주 1회로 구입주기가 늘었으며 한 번 구입할 때마다 쓰는 돈은 5만6001원에서 5만9792원으로 약 3800원 증가했다. 가구원 수와 가구 소득에 따라 대체로 증가했으며 300만원을 기준으로 1회 구입액 차이가 가장 컸다.

가정간편식(HMR) 구입 주기는 점점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2주일에 1회 이상 구입하는 비중은 2017년 41.2%에서 2019년 49.2%로 크게 증가했다. 먹지 않는다는 응답은 20% 미만에 불과했다. 그만큼 HMR 소비가 늘었음을 반영한다.

특히 신선편이식품을 포함한 밀키트 시장은 맛뿐 아니라 재료나 분량을 가감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으며 새벽배송 서비스와 결합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갈 전망이다.

HMR 구입 이유로는 비용효율성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맛, 귀찮아서, 시간부족 순으로 나타나 비용과 맛이 주요 구매 동기임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귀찮아서’가 1순위를 차지하고 ‘비용 효율성’이 3위를 차지한 것과는 큰 변화다.

이와 함께 구입 단위 및 형태도 소량, 포장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은 10kg 미만, 계란은 10개 이하로 구입한다는 비중이 높아졌다. 우유는 소형(200~300㎖), 중형(500㎖ 내외), 초대형(1.8ℓ 이상) 비중이 소폭 증가한 반면 대형은 감소했다.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는 모두 포장육 형태로 구입한다는 응답이 최근 3년간 빠르게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HMR에 속하는 신선편이 식품의 구매 증가와 함께 더 이상 집에서 손질해 조리하겠다는 생각이 변하고 있다”며 “과일, 채소 등도 전처리 후 포장된 제품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구매는 PC보다 모바일로

온라인 식품 구입은 45%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이들은 전체 식품비의 약 20.4%를 온라인에서 구입하고 있었으며 PC보다 모바일을 통해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 30대 이하, 대졸 이상 학력의 관리자, 전문가, 사무직 종사자의 구매 비중이 높았다. 과일, 곡류 등 신선도와 관련이 적고 생수 등 중량이 무거운 제품을 주로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PC보다 모바일을 통한 구입이 3배 이상 높았다. 오픈마켓 비중은 58.3%에서 51.1%로 감소했고 대형 할인점 온라인 매장도 소폭(1.5%p) 감소했다. 반면 신선편이 식품을 새벽에 배송해주는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 온라인 식품 전문몰이 12.1%로 등장했다.

온라인을 선택한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 비중이 5.3%p 증가한 특징을 보였다.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나 배달 등이 온라인 쇼핑의 주요 이유로 꼽혔다. 다만 품질이나 다양성을 든 비중도 소폭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식품 구입시 가격을 구매 요소로 고려한다는 응답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며 “올해 식품 물가 상승률은 실질적으로 많이 높지 않았지만 가계의 어려움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