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
현장중계-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4.06.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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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현상유지 협상 나서야”
찬성론 “고율관세 확보만 되면 관세화가 유리해”

반대론 “쌀 개방 여부…정부 협상의지 달려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가 WTO로부터 받아온 쌀 관세화 유예가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이에 대한 찬반론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20일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정부·농민단체·농업인·학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는 찬반으로 나눠져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농민단체 간 갈등이 커져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 는 등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찬성 쪽에서는 더 이상 추가 유예는 불가능하고 만약 유예가 된다고 해도 추가로 MMA물량이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의 쌀 산업 기반이 흔들 수 있어 쌀 시장 전면개방으로 갈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반대 측에서는 현상유지에 대한 협상도 안 해보고 무작정 쌀 관세화로 가자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이날 진행된 찬반으로 나뉜 주장과 토론 내용을 정리해 봤다.


◆쌀 관세화 찬성론

“관세율 380%이상…초과 수입물량 없어”

웨이버 TRQ 수입물량 증가 농업 큰 부담

이날 발제자로 나선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세화는 UR 협정문의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며 “관세화 전환은 2004년의 관세화 유예 연장협상보다는 부담이 적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시 유예로 갈 경우 TRQ 수입물량 증가로 수급에 큰 부담될 것”이며 “지난 2005∼2013년간 TRQ 운용 결과를 보면 관세율을 380% 이상 부과했다면 TRQ외 초과로 수입되는 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며, 소비자들도 수입쌀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또 “일본과 대만의 경우에도 관세화로 전환하고 초과수입물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고율관세 확보만 한다면 관세화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도 “관세화와 관세화 유예(웨이버) 중, MMA 물량이 급증할 수 있는 웨이버 방안은 국내 농업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관세화로 갈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관세화 이후 가변성이 많은 만큼 쌀 경쟁력 강화 대책마련과 농가소득 안정방안 마련 필요하고, 특히 추가적인 외국쌀 수입에 대한 현장 농업인의 불안감 안정을 위해 정부의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사무총장은 이런 대책에는 ▲기존 MMA 물량으로 대북지원‧해외원조 가능한 권리 확보 ▲FTA·TPP 협상에서 쌀 양허를 제외한다는 대국민 약속 ▲농업정책금리 인하(3%→1%) ▲국내외산 쌀 혼합금지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 ▲동계논 이모작 직불제 단가 인상 ▲쌀 산업 인프라 지원 확대 등이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WTO 농업협정에 따른 유예 재연장은 불가능하다”면서 “쌀 관세화는 농업협정상 의무로서 DDA 협상과는 별개이므로(현상유지 불가능)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쌀 관세화 의무를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화를 하더라도 국제가격-국내가격 차이의 축소로 관세가 높은 무역장벽 기능을 해 TRQ 초과물량 수입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여 관세상당치를 높게 책정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도 “해외 선례(일본‧대만‧필리핀)를 볼 때 WTO 원칙(예외 없는 관세화)을 따르는 경우 쌀의 추가 수입량이 적었다”며 “관세감축과 의무수입량 증가 중에는 관세감축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쌀 관세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세화를 선택하고 쌀이 수입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관세상당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장기적으로 쌀 산업 정책을 마련‧실행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 측에서는 관세화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쌀 관세화로 전환할 뜻을 내비쳤다.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소비감소 추세에서 MMA 추가 증량은 우리 쌀 산업에 큰 부담된다면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더라도 의무면제 종료 시 관세화 이행 불가피하다”며 “현재는 우리의 쌀 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발굴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할 때”라고 쌀 관세화 필요성을 못 박았다.

박건수 산업통산자원부 통상정책심의관도 “의무면제를 확보하지 않는 한 ‘예외 없는 관세화 원칙’에 따른 관세화 이행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는 모든 FTA에서 쌀은 양허제외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호해 나간다는 방침이며, DDA 협상의 경우 단시일 내 타결 전망은 불확실하나 타결되더라도 관세감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 관세화 반대론

‘유예종료’…쌀 관세화 의미하지 않아

관세화 결정 후 협상하는 것 ‘자충수’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 관세화 유예종료는 관세화를 의미하지 않으며 쌀 관세화 유예는 일시적 조치가 아닌 WTO농업협정의 필수불가결의 일부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발효될 쌀 개방 여부는 협상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협상조차 시도하지 않으며 쌀 관세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기만적인 행위를 펼치고 있다”면서 “이번 공청회도 그동안 설명한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는 재탕, 삼탕한 내용에 불과하고 이 행태는 잘못된 것이고 우리의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현상유지를 위한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또 “식량자급률 추락, 쌀 자급률 100% 붕괴, 고율관세의 가변성 등을 감안해 쌀에 대해서는 식량주권‧농업유지 등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며 “필리핀‧인도의 사례를 본받아 다양한 방식(현상유지, 의무면제, 관세화 등)을 염두에 두고 협상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쌀 협상을 위해 국회-정부-농민이 함께 협의하는 WTO 삼자합의체 구성, 비준동의안 수준의 국회 사전처리 등이 필요하고 선대책은 또다시 농민을 기만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쌀 대책과 외교협상을 연결시키지 말고 현재는 협상에 주력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도 “쌀 문제는 주요 이해당사국과의 복합적인 ‘협상’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며, 처음부터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결정하고 협상장에 나서는 것은 자충수를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상유지를 포함해 최선의 해법을 찾는 것은 논리보다는 정부의 적극적 통상협상 의지에 달린 문제이라며 특별대우의 지속 여부에 대해 협상을 제시할 권리, 관세화 의무 위반 시에도 심각한 불이익 발생하지 않고 통상협상에서 제소‧분쟁이 국제사회의 신뢰도 저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 부소장은 또 “쌀의 특별대우를 지속하는 여부에 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을 제기하고 진행한다면 국제사회에 만연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오히려 불식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한국도 앞으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소와 분쟁을 기피하지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통상협상에 나서는 국가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런 점은 필리핀과 인도의 사례에서 시사점 및 교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 방청객으로 참석한 철원에서 쌀 농업을 하고 있는 한 농민은 “농업을 흥정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 협상도 안하고 쌀 관세화로 가겠다는 주장은 농민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반드시 적극적인 협상을 전개한 후 신중히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읍에서 온 또 다른 농민도 “아직까지 충분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쌀 관세화로 가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런 방식의 공청회나 토론회 방식은 신뢰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전반적인 검토와 의견을 모으고 협상하는 모습을 보인 후 입장을 정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