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공청회’ 갈등만 키워
‘쌀 관세화 공청회’ 갈등만 키워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4.06.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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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마지막으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가 WTO로부터 받아온 쌀관세화 유예 종료가 다가오자 이에 대한 찬반 양측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농어촌공사에서 열린 ‘쌀 관세화 유예 관련 공청회’에서는 찬성 측과 반대 측 간 고성과 몸싸움 등이 오가면서 공청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농민단체 간 갈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쪽에서는 정부 측 주장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으며 정부를 압박해 나갔지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정부 주장에 동조하며 갈등이 커져 갔다.

여기서 양측은 한동안 ‘xxx’, ‘앞잡이’, ‘매국노’ 등 공청회장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욕설이 오가는 말싸움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으며, 심지어 양측 간 몸싸움까지 벌어져 공청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 뿐만 아니었다. 정부가 경찰력을 동원해 인터넷으로 공청회 참석을 등록하지 않은 농민들을 공청회장에 못 들어가게 하면서 한 때 큰 소란이 일어났다.

그래서 공청회가 한동안 진행되지 못했고 정부는 어쩔 수 없이 현장을 찾은 모든 농민들의 입장을 허용하면서 공청회가 시작될 수 있었다.

아울러 공청회 내내 정부가 발표한 무성의한 자료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며 공청회가 한동안 ‘중지됐다 진행됐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여기에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 대부분이 정부 측 주장에 동조하는 토론자들로 구성돼 농민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한 농민은 “정부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자기에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하는 이 공청회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럴 거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이달 말까지 입장을 정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이곳을 찾은 농민들을 아연실색 하게 했다.

이처럼 정부가 마련한 공청회가 본래의 취지를 잃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끝나 정부와 농민, 농민과 농민 간 갈등만 더욱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유명무실 공청회’가 갈등만 키운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