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물벼 못 받는 민간RPC, 올해 장사도 죽 쒀
산물벼 못 받는 민간RPC, 올해 장사도 죽 쒀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3.19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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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서 비싸게 벼 사와 쌀로 팔 땐 제값 못 받아
4월이면 재고 바닥, 코로나로 힘든데 원료 확보도 난항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가 2019년산 공공비축 산물벼 8만톤 전량을 이관키로 결정함에 따라 재고 소진을 앞둔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원료곡 확보에 애를 먹게 될 전망이다. 이런 걱정은 농협보다 민간RPC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홈플러스 매장에서 지난해 갓 수확한 경기미가 할인 판매되고 있다.
서울시내 홈플러스 매장에서 지난해 갓 수확한 경기미가 할인 판매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부터 지난해 수확기(10~12월) 농협 및 민간RPC를 통해 매입해 둔 공공비축 산물벼 8만231톤 전량을 정부양곡 창고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매해 공공비축미 매입량 중 일정 물량을 농가 편의를 위해 건조되지 않은 산물벼 상태로 매입한다. 2019년산은 공공비축미 35만톤 중 8만톤이 산물벼로 배정됐다. 이를 농협RPC(5만3000톤)와 민간RPC(2만7000톤)가 농가로부터 매입해 이물질을 걸러내고 건조시켜 보관한다.

이듬해 3~4월경 정부는 쌀 수급상황이나 가격을 감안해 산물벼를 전부 가져가거나 일부를 RPC에 판매하는데 올해는 전량 이관키로 결정한 것이다.

통상 지금까지는 RPC의 인수 희망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만 정부 창고로 옮겼었다. 2월 초까지만 해도 19만원대를 유지하던 쌀값이 18만원대로 떨어진 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오는 5월 공익형직불제 시행을 앞두고 쌀값하락에 대한 고민이 여느 때보다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쌀값 보전장치인 변동직불제의 폐지를 골자로 한 공익형직불제에 쌀 농가들의 우려가 컸던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민간RPC들이다. 수확기에 1년 쓸 원료곡을 몽땅 사들이는 농협과 달리 자금에 여유가 없는 민간RPC들은 몇 달치 판매할 양만 그때그때 구매한다. 대부분 4월쯤이면 지난해 수확기 사들였던 벼가 소진된다.

올해는 산물벼 전량을 정부가 가져가는 바람에 민간RPC들은 농협으로부터 벼를 사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시세보다 더 얹어주고 벼를 사와야 한다는 점이다.

충남의 RPC 관계자는 “산지에 벼가 좀 부족하다 싶으면 벼값이 올라갈 것”이라며 “지금 40kg 조곡에 6만1~2000원이지만 농협한테 500~1000원을 더 주고 사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벼값을 높게 줬다고 해서 쌀값을 그만큼 받을 수 없는 쌀 시장의 현실이 민간들을 옥죄고 있다.

이 관계자는 “농협은 민간에게 벼를 비싸게 팔고 대형마트 등 거래처에 쌀을 원가 이하로 납품해 시장 쌀값을 낮춰놓는다”며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줄어 타격이 큰데 원료 수급도 원활하지 못해 민간RPC들은 사지에 몰렸다”고 토로했다.

특히 민간RPC들이 산물벼 판매를 희망한 것은 지난해 세 차례 태풍으로 인한 벼 품질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경남의 RPC 관계자는 “쌀 4만톤이 우리나라 사람들 4일 먹는 양이다. 2만7000톤이면 지극히 미미한 물량이다”며 “우리가 직접 정산해 보관하고 있던 걸 갖고 싶은 거다. 다른 데서 사 온 것은 피해벼가 안 섞였다고 장담 못한다. 나쁜 걸 팔면 거래처가 끊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