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촌현실 직접 개선나선 '농부 의원' 김성일 농수산위원장
[인터뷰] 농촌현실 직접 개선나선 '농부 의원' 김성일 농수산위원장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5.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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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에서 의회로 농민 애환 살펴 보듬는 전남도의원
감염병 사태로 식량무기화...농도 전남에 기회 '농지보존' 힘써
3년간 표류 '농산물 최저가 보상제' 시행 성공시킨 주인공

“에라~ 까짓거... 내가 직접 농업정책 바꿔야겠다.”

모 심고 소 키우는 농부, 농권운동 '아스팔트 농사'도 지어봤지만

현실 녹록지 않아 직접 의회 입성...현장에 맞는 농업정책 발굴, 적용

 

코로나 겪으며 세계 식량자급률 관심 높아져

'주산지별 쿼터제'로 농산물 재배하면 자급률 '쑥'

작목별 주산지 선정 관건이지만 '신선채소류'부터 시작해야

 

농어촌학생 통학지원, 국산김치 소비 캠페인

김성일 의원 발의로 효과보자 전국적 확대 시행

행안부 주최 '전국 지방의회 우수사례 대회'서 최우수상

귀농 희망자 '임대아파트' 공급 제안...젊은이들 부담 줄어 농촌 돌아올 것  

 

"축산까지 포함시킨 진정한 농민수당, 광역자치단체 최초 시행"

상반기 의정활동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일 꼽아

"농업이 돈 되는 시대 준비...전남 '농지보존' 힘 쓸 것"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전남도의회 김성일 농수산위원장(더불어민주당, 해남1)만큼 하루를 바삐 보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지난 10대에 이어 11대 전남도의회 재선에 성공한 김 의원은 농사짓는 농부로서, 농도의 도의원으로서 밭과 의회를 오가며, 현장에서 겪은 ‘날 것’ 그대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민 삶을 향상시키고 농업을 더 발전시킬 정책 입안에 골몰하느라 24시간이 모자라다.

국내 대표적인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전남도회장이 정치 입문 전 그의 직함이다. 땅에서도 농사짓고 농권운동으로 아스팔트 농사도 지어본 셈이다. 이런 그의 경력은 전남도의회 제11대 전반기 농수산위원회 위원장이란 직책과 너무 잘 어울린다.

벼 4만평, 밭 3000평을 꾸리는 농사도 쉽지 않았지만, 아스팔트에서 짓는 농사도 팍팍하기만 했다. “에라~ 내가 직접 농업정책을 바꿔야겠다.” 그렇게 그는 5년 전 의회에 입성했다.

“농부인 내가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을 정책에 반영해 실현해야겠다, 이것이 동기이자 목적입니다.” 그가 의정생활 중 최고봉으로 꼽는 것은 2017년 12월 ‘주요 농산물 가격안정지원 조례’를 통과시켜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의 기틀을 마련한 것. 3년간 표류하던 해당 조례는 김 의원의 중재로 본회의 문턱을 넘어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을 때 산지폐기나 시장격리로 농가소득을 일정부분 보전할 수 있게 했다.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올해 시행된 농어민 공익수당의 첫 단초를 마련한 것도 큰 보람이다.

의정활동 제1목표가 ‘농가소득 보장’인 김성일 위원장을 지난 21일 도의회에서 만났다. 이날 역시 최근 해남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 현황을 살피러 현장에 나갔다가 약속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돌아온 길이었다.

 

-해남 지진 피해현황이 어떤가.

지난 10년간 미세한 지진까지 합해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1000건 중 70여건이 전남에서 발생했고 신안, 여수, 해남 지역에 집중돼 있다. 3.1 진도 정도라 큰 피해는 없을 것 같지만 땅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정확한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 영광원전도 있고 해남에 간척지들이 많다. 방조제, 배수관문 등 시설들이 지진으로 뒤틀려 문이 안 열리면 농경지 침수로 농업에 지장이 생기니 그런 부분들을 점검해 봤다. 진도 6.0까지 내진설계가 돼 있다고 하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반기 의정활동 마무리 시점에서 감회는.

농도인 전남의 해남지역에서 농사를 직접 지으며 느낀 점은 농업이 가진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연간 28조원 가치의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영위하는 농민에게 보상을 주는 첫 걸음으로 전남에서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농어민 공익수당을 도입했다. 농민과 어민, 축산 모두 포함해 경영체등록자에 한해 공익수당을 올해부터 지급한다. 우리 도를 시작으로 대정부 차원에서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첫 단초를 마련했다.

농업고등학교를 나와 농민단체에서 농권운동을 했다. 농업을 아는 사람이 농수산위원장을 맡아 현장과 농업정책을 접목시켜 전남도 농정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에 큰 기여를 했다고.

주민청구로 제정된 조례인데, 3년간 표류하던 것을 중재해서 2017년 12월 통과시켰다. 의회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부분이다. 농산물 가격 폭락시 산지폐기나 시장격리를 통해 농가소득을 일정부분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제도인데 왜 3년간이나 표류했나.

가격 폭락시 제대로 보상해 준다면 수백억이 들어갈 수도 있다. 예산이 따르지 않는 조례는 무용지물이라 최저가격 보장 품목 지정과 예산 편성 등 누구도 챙기지 않았던 부분을 농민단체와 집행부 사이를 중재해 해결했다. 예를 들면 귀농귀촌을 권유하지만 그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은 부족하지 않나.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학교, 병원, 문화시설 등 근린시설이 안돼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시.군 지자체장이 해야 할 부분이지만 젊은 농.어부 희망자에게 임대아파트를 싸게 공급하면 어떨까 한다. 망설이던 사람들이 부담이 없어져 귀농 시도가 늘고 자연스레 정착하는 사람도 늘 것이다.

 

-의원님이 제안해 전국으로 확대된 제도가 많다.

통학버스 안 다니는 지역의 농촌 학생들과 택시를 연결시킨 ‘전남도교육청 농어촌학교 학생 통학지원 조례’가 지난해 5월 전남에서 시범운영된 뒤 국가시책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돼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학생들은 안전하게 등.하교해서 좋고 지역 택시들은 고정적인 수입원이 생겨 좋다.

또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진행중인 ‘국산김치 소비 캠페인’도 전남에서 시작했다. 국내 소비 김치 100중 40%가 중국산이지만 무 배추 채소류는 물론 마늘 양파 고추 대파 양념류까지 수입산이 점령해 동반 폭락사태가 벌어졌다. 농협과 한국외식업중앙회가 동참하고 전국 광역지자체에 확산시켜 국산 농산물 소비촉진 효과를 보았다. 제329회 본회의에서 발언해 도의원 전체와 도청, 농협지역본부, 외식업중앙회 전남본부와 함께 국산 김치사용 식당이 늘어날 수 있도록 운동을 전개했다. 20여 시군이 다같이 동참했다. 이 사례가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주최로 열린 ‘전국 지방의회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운동도 전남에서 시작했다고.

등교 연기로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친환경농산물 소비가 안돼 도에서 그 비용을 꾸러미로 제작해 학생들에게 보내줬다. 이것이 우수사례라고 해서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4.15 총선 이전에 할 계획이었지만 선관위 자문을 듣고 총선 이튿날 바로 시행했다.

-쌀에 대한 생각은.

국민 주식으로서 가치는 변함없을 것이다. 다만 공급과잉이 문제인데, 화장품 용기를 구곡으로 만드는 것을 신소재산업으로 계획하고 있다. 유럽에선 분해되지 않는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용기를 사용 못하도록 규제개혁을 진행 중이다. 그에 대비해 관련 회사 관계자와 면담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 이후 변화를 예견한다면.

농업 유통 체계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온라인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전남도 쇼핑몰 ‘남도장터’ 판매금액이 기껏 1년에 5~6억이었다. 지난해 신경을 좀 써서 59억으로 올렸고 올해 5월 벌써 60억원어치를 팔았다. 연말 200억 예상한다. 전남도에서 인정하는 농산물이라 신뢰를 얻은 것 같다. 온라인 거래에서 성공하려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보호무역주의로 곡물 수출 금지국이 늘어나면 수입이 안 되니 우리나라의 낮은 곡물자급률도 문제될 수 있다.

-도의원으로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농산물 생산은 앞으로 쿼터제로 가야 한다. 비싼 것은 많이 심어 가격이 폭락하고 좀 부족하면 폭등하는 지금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주산지별로 해남에선 배추만, 신안에선 마늘만, 청양에선 고추만 재배하는 식으로 최저생산비를 보장하는 쿼터제로 가야 한다. 애써 키운 농산물을 갈아엎는 비용도 상당하다. 그 비용으로 생산비를 보장하고 잉여 농지에 수입 곡물 심으면 좋지 않겠나. 현재 23.5%인 낮은 곡물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식생활이 육류 쪽으로 바뀌어 갈수록 곡물자급률은 떨어진다. 다만 주산지별 재배농산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그게 관건이다. ‘낙농 쿼터제’도 시행착오 있었지만 정착되지 않았나. 저장성이 낮은 배추 대파 상추 등 신선채소류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쿼터제로 가면 식량자급률도 높아지겠다.

코로나 이후 곡물자급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았나. 우리나라는 23%밖에 안 되는데 지금 비축한 식량으론 비상시에 두 달밖에 못 견딘다. 외국에서 수입이 안 되면 옥수수, 밀 등 수입에 의존하는 나머지 77%의 곡물은 어디에서 얻겠는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주산지별 쿼터제를 시행해야 한다.

보리 먹인 소는 마블링이 누렇게 돼서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안 먹이는데, 앞으로 그런 패턴도 바뀌어야 한다. 육류 등급제 때문에 고기를 하루 재워 마블링을 만드는데 그게 건강에도 안 좋고 유통비용도 많이 들어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소 한 마리 잡는 데 30~40만원씩 불필요한 돈이 들어가니… 인식을 바꾸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

우리 전남은 전국에서 단연 농도로 꼽히는 지역이다. 농업이 지금은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내다 봤을 때 가장 큰 자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도는 지금 추세를 봐도, 벌써 20개국이 식량 수출을 금지하지 않았나. 이럴 때 식량이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식량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중요한 것이 ‘농지보존’이다. 또 농업에서 먹고 살 만큼 소득을 얻어야 농사를 지으니, 농지를 보존하려면 농업소득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농도 전남에서 농업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농가소득 향상에 주안점을 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