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확보 어렵다"...RPC 벼 의무매입량 오히려 낮춰야
"벼 확보 어렵다"...RPC 벼 의무매입량 오히려 낮춰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6.23 1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식품부 퇴출규정 2500톤→4000톤으로 상향
20~30% 업체들 정책자금 외 별도로 빚 내야
10년 동안 7~8년 적자…“산물벼 도정 허용을”

경기도 지역은 기존 2500톤도 못 맞출 때 많아

지역별 벼 재배면적 달라 차등 물량 적용 건의도

“빚 내서 사란 거냐” 현장에 맞는 규정 이행 촉구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수확기 산지에서 벼를 사들여 쌀값을 지지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 업계가 바뀐 퇴출규정이 가혹하다며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정부와 RPC 등에 따르면 RPC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평가에서 벼 매입량, 계약재배 실적 등이 퇴출 기준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해 4~6월경 쌀산업기여도평가(구 경영평가)를 통해 이런 규정에 맞춰 RPC를 걸러내고 신규 RPC를 진입시킨다. 쟁점은 벼 매입량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RPC별 연간 벼 매입량과 수확기 매입량, 계약재배 물량 기준을 각각 두 배씩 높여놓았다. 연간 벼 매입량을 3000톤에서 5000톤으로, 수확기 매입량을 2500톤에서 4000톤으로 올리고, 계약재배 물량 1000톤은 새로 도입했다.

안 그래도 시장 상황이 어려워 벼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게 RPC들 주장이다. 특히 수확기 매입량의 바뀐 기준에 대해 난색을 짓고 있다.

한 RPC 공장에 톤백벼를 실은 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한 RPC 공장에 톤백벼를 실은 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경북의 한 RPC 업주는 “우리 지역에서 수확기에 생산되는 벼를 전량 다 사도 4000톤이 안 된다. 지역 농협보다 3만가마를 더 사는데 (기여도평가에서) 등급이 안 나오는 걸 어떡하라는 거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올해 기여도평가에서 매입량 기준을 못 맞춰 퇴출위기에 놓인 업체가 민간 20개, 농협 30개 정도로 총 5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상황을 외면한 규정 변경으로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전북의 RPC 업주는 “4000톤, 5000톤이라고 못 박아 놓는 것보다 전국 벼 재배면적이 다 다르니 RPC로서 2000톤은 수확기 의무 매입량으로 설정해 놓고 전국 재배면적을 5개 등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다르게 책정하는 게 어떠냐”고 제언했다.

고품질벼 생산지역으로 알려진 경기도는 다른 지역보다 벼가 부족해 기존 의무물량도 맞추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경기도의 A RPC 업주는 “풍년 들면 더 사는 거고 흉년 들면 덜 사는 거지, 살 데도 없는데 어디 가서 사느냐, 북한 가서 사라는 거냐”며 “이걸 정해 놓을 게 아니라 자율화해야 한다. 살 수가 없는 양을 안사면 퇴출이라고 하니까 (RPC) 반납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내 B RPC 업주도 “지역별로 생산량이 다르니 현장 상황에 따라 매입량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PC들이 평균 쓰는 정책자금은 40억 정도다. 50억 이상 쓰는 업체들은 보통 A. B 등급을 받는 상위 업체들이다. 문제는 40억 미만의 자금을 쓰는 RPC들이다. 수확기 4000톤을 매입하기 위해선 정책자금 외에 추가로 10억여원가량을 더 융통해 벼를 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업계는 기존처럼 수확기 의무매입량을 2500톤으로 환원하고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있을 때는 탄력적인 운용을 농식품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한편 RPC업계는 경영난 타개 방안으로 RPC가 수매한 공공비축산물벼는 RPC에서 도정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계속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했을 때 RPC가 가공료를 받아 적자를 메울 수 있게 된다. 정부양곡 도정료는 1톤당 10만원 정도이며 2019년 수확기 RPC가 수매한 산물벼 8만톤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80억원가량이 RPC의 경영보전에 쓰이게 된다.

RPC업계는 최근 10년 동안 벼 매입가보다 낮은 쌀값으로 이윤을 못 남긴 해가 7~8년에 달해 대부분의 업체가 경영난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