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끊이지 않는 기업의 농축산업 진출②]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사육은 오로지 농민이 해야 한다”
[기획-끊이지 않는 기업의 농축산업 진출②]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사육은 오로지 농민이 해야 한다”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7.0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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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독자 출하·판매 불가…소득 감소·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대기업 규제 대책·사회적 책임 강화 촉구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김홍길 한우협회장은 경북 의성군에서 한우를 1000두 이상 키우는 한우 전업농이다. 하늘과 자연의 이치를 따라 정직하게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이는 오로지 농민뿐이라는 소신으로 직접 농장을 운영한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어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지켜낼 수 있어야만 나라가 올바로 설 수 있다는 김 회장.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우와 협회를 지켜가는 김홍길 회장을 만나봤다. 

-현재 한우 분야 기업 축산 진출(생축장)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2017년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연구용역 결과, 기업은 총 13개 법인이 3만6786두를 사육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농협중앙회 조사 결과는 전국 35개 조합에서 2만9192두를 위탁사육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 공식 조사 결과가 아닌 연구진이 직접 조사한 것이라,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정확한 재조사가 절실히 요구된다. 

-어떤 방식으로 기업화가 진행되고 있나.
닭·오리 등 가금류는 계열화를 통한 기업 진출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돼지의 경우 일부는 가금류와 같이 계열화를 통해 이뤄지는 부분도 있지만, 서류상 농가가 사육하는 것처럼 돼 있는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기업이 생산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축산계열화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한우 분야의 특성상, 기업 축산 진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정부 공식 자료에 전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규모로 진출해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대기업의 축산 진출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열화가 거의 완료된 가금류는, 기업 중심 계열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독자적인 출하나 판매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 현재 많이 개선됐다지만 과거에는 실제로 농가가 대기업 말을 듣지 않으면, 입추를 고의로 지연한다거나 질이 떨어지는 병아리 공급비율을 높이는 일도 있었다. 아예 위탁사육에서 제외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4년 전 문제가 됐던 축협의 한우 위탁사육 방식 또한 가금류의 사례와 유사했기 때문에 전국한우협회는 이런 이유로 반대 투쟁을 적극 전개했다. 당시 농축협의 위탁사육 농가 선정 구조도 불투명한데다, 위탁사육수수료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농가는 소득 감소와 함께 생산비 증가 부담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 결과 농축협들은 거액의 흑자를 내는 구조였는데, 협동조합 정체성과 원칙에 맞는 구조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OEM 사료를 출시한 것도 기업 견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도입 계기는.
2017년 전국한우협회가 농협 적폐 청산운동을 전개하면서, 농협사료에 의존도가 높은 기형적인 시장 구조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에 사료가격 인하·동결 투쟁을 적극 전개했지만, 농축협의 브랜드사업과 공판장 계통출하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한우 농가들의 불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타파할 대책이 절실히 요구됐다.

이에 축산 기업들의 한우 생산 진출을 막고, 한우 농가 입장에서 사료 원가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농협 및 민간 사료 업체들을 견제함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을 갖춘 사료로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고자 OEM 사료를 출시·판매하게 됐다. 
출시 1년이 지난 올해 1월 기준, 1개 도지회와 9개 지부 참여로 월 2300여톤으로 확대됐다. 합리적인 가격, 생산자단체가 인증하는 높은 품질에 사료 이용 농가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시장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몇 년 전 무진장축협 사건, 횡성에서 회원 제명 등 현안과 관련해 그동안 개선된 점이나 협회 측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4년 전 전국한우협회가 강력히 전개한 무진장축협 위탁사육 저지 투쟁 이후, 농축협이 위탁사육을 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고 본다. 
횡성축협 조합원 제명 사건은 횡성한우협동조합 조합원이면서 횡성축협 조합원이었던 한우 농민 20명이 횡성축협의 부당한 조합원 제명 조치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며, 1심은 패소한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 과정이 진행중이다. 지난달 17일 3차 공판까지 진행됐으며 빠르면 이달 중 2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2심에서는 유리한 결과가 나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협회 차원에서 이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내 축산 소분과에서 “축산농가 경영 안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협회는 적극 참여해, 대기업이 축산 생산 분야에 참여하기 어렵게끔 합리적인 규제책을 마련하고, 축산환경 문제 등을 포함하여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특정 방법만 고집해서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생각된다. 타 산업 분야에 적용중인 다양한 대책을 참고하여, 축산업 실정에 맞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형할인매장이나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새로 만들 경우, 전통시장 등 기존 상권과 상생할 수 있도록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토록 의무화했다. 

방송법에 규정된 지상파·종편 TV에 대한 일정 비율 이상 외주제작 의무 부과, 보험법에 규정된 방카슈랑스 룰(은행 지점 등에서 특정 보험회사 상품을 일정 비율 이상 판매 금지)도 좋은 사례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참고하여 기업의 축산 생산업 진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 본다. (ex. 계란도매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