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쌀전업농 창립 23주년:쌀산업의 선구자에서 지킴이로① 23년간 식량안보 파수꾼으로 걸어온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기획] 쌀전업농 창립 23주년:쌀산업의 선구자에서 지킴이로① 23년간 식량안보 파수꾼으로 걸어온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7.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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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자급 유지에 힘써온 지난 20여년
“쌀전업농 청년기, 쌀 산업 위해 왕성히 활동하겠다”

(한국농업신문= 김흥중, 이은혜 기자) 대한민국 쌀 농업의 최전선에 있으며, 주식 생산 역할과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사단법인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올해로 창립 23주년을 맞이했다.
하루 세끼 쌀밥 먹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과 달리 현재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한 가마가 채 안 된다. 다양한 식재료에 밀려 쌀의 위상이 낮아졌음에도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원들은 “쌀 농업은 국민 주식을 책임지는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이요, 그 중심에는 쌀전업농이 있다”라는 자부심을 품고 묵묵히 논으로 향하고 있다.

전업농 육성 선두주자

영세한 농가가 주를 이루는 한국농업에 있어 일정규모 이상의 전업적인 농가경영을 육성하는 것은 1970년대 이후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였다. 

‘농업기본법(1967)’에서는 일찍이 ‘자립 가족농의 육성’을 천명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시책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다가 1980년대 후반 불어닥친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라 농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또한, 1989년에 발표된 농어촌발전종합대책에서 전업농 중심의 농어업인력 개발촉진계획이 수립되면서 전업농 육성은 본격적으로 구체화됐다.

1996년에는 ‘쌀 산업발전 종합대책’이 추진되면서 2004년까지 논 면적 110만㏊(벼 면적 92만㏊ 유지)를 확보하고 쌀전업농 6만호를 육성해 쌀 산업의 내실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이후 이듬해인 1997년에 본격적인 쌀전업농 육성을 위한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개설됐고, 오늘날에는 벼 재배면적의 50% 이상을 담당하며 우리나라 쌀 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전국 7만여명의 회원으로 이뤄진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고품질 쌀 생산은 물론 국내 쌀 산업의 유지와 발전, 쌀전업농 권익 보호 등을 위해 회원 교육, 정책 건의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쌀전업농의 발생지인 화성시에 있는 우리꽃식물원에 지난 2011년 쌀전업농 발생 기념탑을 세우고 있다.
쌀전업농의 발생지인 화성시에 있는 우리꽃식물원에 지난 2011년 쌀전업농 발생 기념탑을 세우고 있다.

교육부터 정책 토론까지

쌀 산업에서 줄곧 제기된 문제 중 하나인 수급불균형은 쌀값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면적 조정, 양곡관리법 개정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에는 본격적인 추수를 앞두고 쌀값이 계속해서 하락했고, 이에 농민들은 “국민 안전 먹거리 생산을 위해 열심히 일한 대가가 20년째 같은 쌀값이다. 죄가 있다면 열심히 농사지은 것밖에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이러한 농업계 상황의 최전선에 나서며 쌀전업농을 포함한 농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큰 목소리를 냈다. 2016년에는 연합회 회원 300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수확기 쌀값 안정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며 쌀전업농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연합회는 이처럼 전국 쌀전업농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왔던 것 외에도 국내 쌀 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농가 소득 창출의 돌파구를 개척하는 데 노력해왔다.  3년 전인 2017년에는 충남지역 쌀전업농 회원들이 스스로 정부나 지자체, 농협의 도움 없이 국내 쌀을 미국 쌀 시장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들은 직접 미국 LA지역 등을 세 차례나 방문하고, 현지 유통업체와 연방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쌀 시장 개척을 위한 활동을 펼쳤고, 직접 미국에서 세일즈 활동을 하는 등 노력 끝에 54톤의 국내 쌀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연합회에서는 전국 쌀전업농 간 단합을 도모하고 영농의식을 고취하며 각종 농업계 정보 공유와 우수 쌀전업농 시상 등을 한 자리에서 진행하는 ‘한국쌀전업농 전국회원대회’를 2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제6회 전국회원대회는 전국 쌀전업농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지역주민 등 모든 국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치러졌다.

당시 전국대회에서는 쌀값 목표가격을 제창하고, 통일을 위한 초석 마련을 위해 우리쌀을 북한에 원조하자는 제안 등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농업 관련 기관을 비롯한 정부와 지자체도 함께하는 화합의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때 전국대회는 ‘농업과 사람의 교감, 미래의 공존’이라는 슬로건 아래 농업인만의 잔치가 아닌 정부과 국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우리 쌀의 가치를 높이는 자리가 됐다.

이러한 행보와 더불어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쌀 산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인 만큼 쌀 산업뿐만 아니라 농업계 주요 현안에 대한 쌀전업농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명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공익직불제의 본격적인 시행, 양곡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등 농업계의 여러 가지 쟁점 사항이 있었고, 그때마다 연합회는 쌀전업농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최근에는 쌀 자동시장격리와 관련된 세부적인 현안에 대해 정부·민간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인 정책좌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때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위원장은 농민들이 쌀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쌀값 보장이 먼저 돼야 하고, 시장격리 물량은 1% 이상만 증수되더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국내 쌀 생산자의 소득안정 방안을 마련하고, 나아가 쌀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찾기 위해 토론회, 간담회 등을 적극적으로 개최해 참여하고 있다.

2018년 강원도에서 열린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전국회원대회.
2018년 강원도에서 열린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전국회원대회.

쌀전업농 보호가 곧 식량안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공포인 코로나19 사태 영향은 농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정 소비가 늘었지만 외식 소비가 현저히 줄었고, 급식용 농산물을 댔던 농가들은 아직까지도 대체할 판로를 찾지 못해 폐기처분하는 경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1.7%로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곡물자급률은 27.2%보다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쌀의 자급률이 100%를 넘기고 있기 때문에 이 수치도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쌀 자급률을 100%로 유지하는 데 있어 쌀전업농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인 쌀을 공급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쌀전업농을 육성했고 이 결과로 우리의 주식인 쌀 자급률은 100%를 지킬 수 있었다.

김태화 고려대학교 박사의 ‘식량자급률은 식량안보를 강화시키는가?’ 논문에 따르면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식량위기와 같은 위험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한국과 같이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의 경우 이러한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식량자급률 법제화 등의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고 있다. 결국 쌀을 생산하는 쌀전업농을 보호하는 일이 곧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일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쌀전업농 육성에 큰 역할을 해온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쌀전업농이 추구하는 방향이 정책에 반영돼 농민들이 농사를 잘 짓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공사에서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함께 협력해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수립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은만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쌀전업농 창립 23주년이다. 이제는 전업농이 청년이 됐다. 초창기 과도기를 지나 왕성히 일할 나이가 됐다고 보면 된다”면서 “지금 어떻게 하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국가의 쌀 산업이 달렸다. 함께 힘차게 나아가는 협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