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홍기 주인농산 대표 “합의금 1억원 회수해 변호사 샀다”
[인터뷰] 정홍기 주인농산 대표 “합의금 1억원 회수해 변호사 샀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8.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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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매인 출하대금 미정산 사태, 법정 간 지 1년
"전차인과 출하자 주먹구구식 밀거래하다 사달
2년 동안 연락 안 받다가 뜬금없이 돈 달라
출하자 보호하려 적정선 주려했지만 너무해
합의는 없다...누구 잘못인지 법정서 가리겠다"

1년간 재판 한 차례도 안 열려...출하자측 자료미비가 원인

표준 송품장 써야 출하자 권리 보호...한 장도 못 내

법에서도 증거 우선, 공영도매시장 기능 들여다볼 가능성도

 

정 대표 "우리 장부 다 뒤져봐라, 미정산금 한 건도 없다"

한 순간 돈 떼먹은 '파렴치한' 되어 공사 불려가 취조받아

시장도매인 이미지 생각해 참았지만, 법정서 끝까지 가릴 것

 

강씨 "내가 받아야 할 돈 3억6천만원"

정 대표 "전차인은 5천만원이라고 해"

전차인 이씨 "주인농산과는 관계없다"

법정서 적정선 조정 가능성도...근거자료 제출이 관건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강서시장 출하대금 미정산 사건의 당사자가 합의에 실패한 가운데 법정에서도 빠른 결말을 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도매인 정홍기 주인농산(주) 대표는 출하자측 증거자료 불충분으로 재판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시장도매인 출하대금 미정산 사태'가 법정으로 간 지 1년여가 흘렀다.

출하자 강씨는 주인농산에 농산물을 보내고 못 받은 대금 3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작년 6월 정 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회장 임성찬)는 공영도매시장의 '출하자 보호 최우선 원칙'에 따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와 함께 사태가 불거진 올해 3월부터 출하대금 보전을 위한 협의를 지속해 왔지만 한 치의 진전도 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는 강씨가 주장하는 미정산 대금 보전 목적으로 연합회에 1억원을 맡겼다가 최근 회수해 갔다. 강씨의 주장 금액을 뒷받침할 근거자료가 없을뿐더러 강씨가 3억6000만원에서 한 푼도 타협할 생각이 없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이날 정 대표를 만나 출하대금 미정산 사태의 현황과 얽힌 문제를 들여다보았다. 아울러 강씨에게도 전화연락과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정홍기 주인농산 대표가 '시장도매인 출하대금 미정산 사태'의 전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지난 3월 초기 출하자가 주장하는 미정산 대금을 보전하기 위해 시장도매인연합회에 1억원을 맡겼다가 최근 회수해 왔다. 정 대표는 이 돈으로 변호사를 사서 돈 떼먹은 파렴치한으로 몰려 땅에 떨어진 명예를 법정에서 가려 회복하겠다고 밝혔다.[유은영 기자]

 

-재판 진행현황은.

재판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출하자측 증거서류 불충분과 증인이 출석을 거부한 때문이다. 9월 18일 변론기일이 잡혔는데 또 연기될 것 같다. 올해도 그냥 넘길 것 같다.

-증인은 누구인가.

강씨와 거래했던 전 직원 이모씨다. 강씨는 못 받은 금액이 3억6000만원이라고 하지만 이씨는 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해 둘 사이 주장 금액의 간극이 큰 상황이다. 둘이서 제대로 된 자료 없이 주먹구구로 거래하다 이 사달이 난 거다.

주인농산(주) 정홍기 대표가 출하자A씨에게 보낸 문자내용.[정홍기 대표 제공]
주인농산 정홍기 대표가 2018년 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출하자 강씨에게 보낸 문자내용. 정 대표는 강씨와 전대인이 거래한 2년 동안 줄곧 출하자측에서 전화연락도 없었을 뿐더러 본인의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홍기 대표 제공]

이씨는 주인농산 前 전대인으로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의 대대적인 집중단속에 걸려 2018년 10월 퇴사했다. 전대는 영업 허가권을 미자격자인 제3자에게 부여하는 행위로 도매시장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은 자본금 등 자격조건이 법률(농안법)로 규정된 강서시장 유통인으로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둘 사이 거래를 대표가 모를 수 있나.

원칙적으로 도매시장에 반입된 물건은 반드시 공사에 신고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물량 탈루’다. 전대가 불법이지만 전차인이 표면상 직원으로 돼 있고 본인이 알아서 물건을 받고 팔아 수수료 수익을 챙겨간다고 해도 거래는 법인 명의로만 해야 한다. 출하자 강씨와 이씨는 물량의 상당부분을 개인 통장으로 거래했다. 강씨도 소속이 영농조합법인이다. 법인 통장에서 모든 거래가 움직여야 정상 아닌가? 게다가 물건을 출하하고 송품장을 제대로 보낸 적이 없다. 미수금 증거로 개인이 작성한 엑셀자료를 제출했지만 송품장이 있어야 객관적인 증거로 인정해 준다. 또 나도 사람인데 잠 안 자고 점포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나 없을 때 얼마든지 물건을 받고 팔 수 있다.

-강씨와 협의되면 주라고 맡긴 1억원을 도로 가져갔다고.

대표인 나 몰래 거래해 놓고 돈을 달라니 황당했지만, 공영도매시장이고 출하자 심정을 이해해 어떻게든 보전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증거자료 한 장 안 내놓고 3억6000만원을 다 달라고만 하니 타협이 안 될 것 같아 법정에서 가려볼 생각으로 돈을 거두었다. 전차인 이씨는 못 준 물건 대금이 아무리 많아도 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강씨 주장 금액과 너무 차이가 큰데 우리 입장에선 증거 없이 달라는 대로 다 줄 수 없지 않겠나.

-출하자는 전대인 아닌 주인농산을 보고 물건을 보냈다고 한다.

둘 사이 거래 기간이 2017년~2019년 5월까지다. 이씨가 주인농산을 퇴사한 2018년 10월 이후에도 7개월가량이나 거래를 지속했다는 얘기다. 강씨도 이씨의 퇴사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못 받은 돈이 있었다면 대표인 내게 전화 한 통이라도 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2018년 2월 강씨에게 미납분이 있는 걸 발견하고 송금  하면서 물건값을 못 받으면 반드시 대표인 내게 전화하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 후 문자 한 통 없고 전화도 받지 않던 사람이 느닷없이 내용증명을 보냈다. 2019년 5월 20일 내용증명을 보냈고 6월 민사소송을 냈다. 수 억을 못 받았다면 그간 단 한번이라도 찾아와 돈 달라고 해야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가. 이씨에게서 ‘사실확인서’를 받아놓았다. ‘강씨와 몰래 거래한 게 맞고 주인농산은 둘 사이 거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내용이다. 둘이서 주먹구구로 거래하다 탈이 나자 엄한 곳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와 공사 강서지사, 정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강씨는 미정산 대금 문제로 3월~7월 사이에 연합회 사무실을 2번 방문했다. 연합회 사무실 건물 바로 지척에 주인농산 점포가 있는데도 강씨는 정 대표를 찾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 점을 지적하면서 수 억원 받을 돈이 있다면 당사자인 자기를 만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강씨와 정 대표는 지금껏 대면한 적이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돈 떼일까 우려하는 출하자도 많을 듯한데.

밀려봐야 일주일분이다. 안 주면 공사에 신고하는데 어떤 도매인이 물건값을 떼먹겠나. 대금 미정산으로 세 번 걸리면 ‘삼진아웃제’에 따라 제재를 받는다. 대금은 정산조합을 통해 출하자에게 송금된다. 출하자가 물건과 함께 송품장을 보내면 도매인이 전산시스템에 등록하고 조합에 대금을 보낸다. 그럼 조합이 그 돈을 출하자에게 송금한다. 난 50년 동안 농산물 도매업에 종사한 사람이다. 거래처에 신뢰를 저버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 장부를 다 뒤져봐라. 미정산 거래처가 단 한 건도 없다. 오히려 내가 떼인 돈이 어마어마하다. 산지 지원 차원에서 먼저 대금을 줬다가 나중에 농사를 망쳐 물건을 못 받은 적이 수두룩하다. 홍성에서만 받을 돈이 2700만원이다.

-결국 사건의 원흉은 ‘전대’인 것 같다.

전대 주는 목적은 매출 증대다. 우리도 매출액 순위 20위 안에 들려고 전대를 줬다. 도매인끼리는 집 사서 전세 주고 방세만 따박따박 잘 들어오면 되지, 매출 올라가고 좋은데 서울시가 왜 간섭하냐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공사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이번 일로 타격이 커 앞으로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건 초기 힘드셨다고.

한순간에 물건값 떼먹은 ‘파렴치한’이 되어 공사에 불려가 취조당하고 연합회에서도 이사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더라. 너무 화가 났지만 내가 떳떳하면 언젠가 통하리라 생각하고 버텼다. 물론 전대는 규정을 어겼으니 잘못이 맞다. 하지만 처벌을 받았으니 그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시장도매인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어떻게든 좋게 합의하려고 했는데 안됐다. 어차피 일이 벌어졌으니 내가 돈을 떼먹은 게 맞는 건지 법정서 가려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겠다.

 

이번 사태의 해결 열쇠는 이제나 저제나 입증자료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강씨가 출하량과 금액을 입증할 송품장, 운송차량 번호, 영수증 등을 지금이라도 제출하면 협상이 빨리 타결될 수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강씨는 송품장을 반드시 작성해야만 권리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증거를 토대로 사실 관계를 판단하는 법원에서 정 대표보다 강씨측 입장이 불리할 거라는 추정이 우세하다. 하지만 법원이 출하자보호를 최우선 하는 공영도매시장의 기능을 눈여겨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산지의 수집상이나 농가들은 송품장 양식이며 절차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교육.홍보가 뒤따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