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석재현 대표 “임금님표 쌀 농민이 만드니 농민이 임금님이죠”
[인터뷰] 석재현 대표 “임금님표 쌀 농민이 만드니 농민이 임금님이죠”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9.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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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편의성 중심 역점 사업 계획 구성
인력·시간 절감 ‘수매통’ 도입 핵심 성과
누구라도 벼 수매...전직원 지게차 운전
2019년 농협RPC 경영평가 대상 차지
'농협맨' 석재현 이천라이스센터 대표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석재현 이천라이스센터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수매 시스템’ 개선이다. ‘수매통’ 제작은 석 대표의 핵심 업적으로 꼽힌다. 30명이 붙어 하던 일이 1~2명으로도 충분해졌고 벼가 아무리 많이 들어온 날도 밤 10시면 끝나 예전처럼 수 십 명이 밤샘근무를 연달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는 언제 어느 때라도 벼가 들어올 때 수매통을 누구라도 옮길 수 있도록 전직원의 지게차 운전을 독려했는데, 그 먼저 솔선수범해 지난해 자격증을 땄다.

“지게차 운전하는 사람, 컴퓨터 보는 사람. 이렇게 두 명이면 됩니다.”

석 대표가 제작한 수매통 한 개에 톤백 포대 두 개 반 분량의 쌀 약 2000kg이 들어간다. 농가가 수매통에 벼를 싣고 오면 라이스센터 직원이 지게차로 수매통을 옮겨 원료 투입구에 붓는다. 예전 800kg 톤백을 일일이 원료 투입구에 붓던 것에서 ‘수매통’이라는 중간 단계를 놓아 인력 및 업무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이렇게 각종 제도개선에 따른 원가절감 등 경영효율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이천라이스센터는 ‘2019년 농협RPC 경영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석재현 대표는 “농협맨으로서 농가소득에 도움 되는 부분이면 먼저 발굴하고 찾아 개선할 것”이라며 “경기 지역뿐 아니라 대한민국 쌀 산업을 이끄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이천라이스센터를 찾아 석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취득한 ‘지게차 운전 자격증’을 들어보이는 석재현 대표. 이천라이스센터 전직원은 지게차 운전 자격자다. 석 대표는 누구라도 농가 벼를 수매할 수 있도록 전직원의 지게차 운전을 독려했다.
지난해 취득한 ‘지게차 운전 자격증’을 들어보이는 석재현 대표. 이천라이스센터 전직원은 지게차 운전 자격자다. 석 대표는 누구라도 농가 벼를 수매할 수 있도록 전직원의 지게차 운전을 독려했다.

 

-전국 최고의 쌀 브랜드 ‘임금님표’ 이천 쌀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가.

이곳 이천 남부지역에서 이천시 전체 쌀 생산량의 34%를 생산하고 있다. 다른 농협은 5000톤 정도, 저희는 1만6000톤 정도 생산한다. 약 1700농가와 계약재배해 1만5600톤을 수매한다. 이는 이천 내 농협RPC 중 최대규모다.

-국산 신품종 재배현황과 추진 배경.

2016년 식량과학원, 이천시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한 사업이다. 기존 대표 쌀 품종은 일본에서 들어온 고시히카리(조생종)와 추청(만생종)이었다. 지금은 조생종 ‘해들’과 만생종 ‘알찬미’를 육성해 지난해부터 시범포와 채종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1900ha에서 재배해 본격 수매한다. 지난해 서울 양재하나로마트에서 시범판매했는데 물량이 금방 동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추청 재배농가 45%는 알찬미 재배로 바꾸었다.

농가편의성과 미질 향상을 위해 품종 전환을 시작했다. 고시히카리는 쓰러짐에 약해서 농가들이 심기 꺼려했다. 밥맛은 좋지만 이맘때 태풍에 거의 쓰러져 기껏 지어놓은 농사를 망치게 된다. 해들은 키가 75cm로 작아 도복에 강하다. 알찬미는 추청보다 수확 시기가 보름 정도 빨라 9월말까지는 거의 수확이 끝나기 때문에 태풍 등 자연재해를 일부 피할 수 있다.

-고품질쌀 생산비결은.

토질과 기후 영향이 클 것이다. 최고 미질과 밥맛 유지를 위해 2017년부터 ‘볏짚환원사업’을 하고 있다. 수확 후 볏짚을 논에 되돌려준 농가와 법인은 2000원(조곡 40kg)을 더 주는 ‘차등 수매제’를 도입했다. 드론으로 전 필지를 촬영해 환원 안 된 농가에 우편으로 고지해 환원하게끔 유도할 계획이다. 축산농가에 볏짚 팔고 질소비료 뿌리면 생산량은 더 늘어나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져 밥맛이 저하된다. 올해부터 수매값에 단백질 측정치도 반영해 6.0%를 기준으로 수매값을 차등지급할 계획이다.

-수출 현황은.

중국으로 나가는 규모가 꽤 컸는데 사드배치 이후로 중단됐다. 홍콩은 작년 한 번, 금년에도 한 번 선적이 됐다. 9월중 또 수출한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도 제안이 꾸준히 들어온다. 이천쌀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해외에서 수요가 있는 것 같다. 수출은 할 생각이지만 국내 공급 물량도 부족해 큰 규모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

이천농협에서 농협맨으로서 생활을 시작했다. 농협의 존재 이유가 농민에게 있는 만큼 농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이면 먼저 찾아 고치고 개선해 농가에 돌려줄 생각이다. 일례로 ‘수매통’ 제작은 농가들의 호응이 커 보람이 컸던 사업이다. 톤백 대신 2000kg 들이 수매통으로 벼를 옮겨 인력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본래 충남 보령 웅천농협 임원이 개발한 건데 크기와 재질을 업그레이드해 개량 제작했다. 정부 정책사업으로 선정해 전국 RPC로 확대보급했으면 한다. 국내 쌀 산업을 이끄는 선도 농협으로서 쌀의 소포장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500g에서 2kg까지 소포장 쌀 자동포장라인 구축을 검토중이다. 정년퇴직하는 날까지 항상 농민을 중심으로 농협이 할 일을 찾을 것이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석 대표가 3개 농협 이사회에 제안해 도입한 수매통. 수매철 30명이 붙어 하던 일을 1~2명으로 대폭 줄인 핵심 성과로 꼽힌다.
석 대표가 3개 농협 이사회에 제안해 도입한 수매통. 수매철 30명이 붙어 하던 일을 1~2명으로 대폭 줄인 핵심 성과로 꼽힌다.

 

[탐방] 이천남부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국산 신품종 '해들·알찬미'로 전면교체

전국 판매량 1~2위 대형 양곡 도매상과 거래

첨단 자동화시스템 갖춘 이천 최대 미곡종합처리장(RPC)

이천남부농협쌀조공법인(대표 석재현)은 을면농협(조합장 박병건, 주관농협), 장호원농협(조합장 송영환), 설성농협(조합장 김춘섭) 등 3개 농협이 통합해 2011년 이천라이스센터를 준공하며 새롭게 탄생했다. 이천라이스센터는 13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2만3074㎡ 부지에 3825.7㎡ 규모로 건설된 이천 최대의 미곡종합처리장이다. 연간 169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약 1만5600톤의 벼를 수매한다.

이천 최대의 미곡종합처리장, 이천라이스센터(대표 석재현) 전경.
이천 최대의 미곡종합처리장, 이천라이스센터(대표 석재현) 전경.

 

이천라이스센터는 최첨단 도정기와 색채선별기.로봇적재기 등을 갖추었다. 대규모 건조저장시설과 저온저장고 등을 갖춰 변함없는 밥맛을 유지한다. 생산에서 출하까지 모든 공정에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연중 균일한 고품질 쌀을 생산할 수 있다.

단백질 함량과 볏짚환원 여부에 따른 차등수매제 실시로 최고품질의 밥맛을 유지하며 가공.판매도 최고를 지향한다. 주요 판매처는 대형유통업체인 홈플러스와 전국 판매량 1~2위를 기록하는 대형 양곡 도매상 3곳이다. 해외수출도 꾸준해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천라이스센터는 고품질쌀 생산을 중심으로 모든 사업을 구성한다. 가격이 고가인만큼 소비자가 밥맛을 통해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시장우위를 금방 뺏기기 때문이다. 기존 계약재배 품종인 고시히카리와 추청을 국산 신품종인 해들, 알찬미로 각각 전환시킨 것도 품질향상을 위해서다. 키가 큰 고시히카리를 작은 해들로 바꿔 태풍에 쓰러져 미질이 저하되는 원인을 줄였다. 또 알찬미도 추청보다 15일가량 수확기가 빨라 자연재해 등 병충해를 비켜갈 수 있다.

특히 재배기술 향상을 위해 농가 교육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대면교육이 어려워 책자와 온라인 동영상을 제작해 농가에 보급했다.

국내 쌀 산업을 이끄는 미곡종합처리장으로서 쌀 소비가 줄어든 현 추세에 맞춰 500g에서 2kg까지 소포장 쌀 자동포장라인 구축도 검토중이다.

석재현 대표는 “다른 잡곡과 쌀을 혼합해 소포장해서 상품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며 “가장 좋은 최적의 방안을 발굴해 먼저 시작하고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