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지나간 뒤 ‘흑·백수’ 급증…피해 벼 전량 수매
태풍 지나간 뒤 ‘흑·백수’ 급증…피해 벼 전량 수매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0.09.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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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피해면적 2만467ha, 더 늘어날 전망 
잇따른 태풍으로 인한 흑수 발생으로 인해 수확을 앞두고 큰 피해을 입은 전남 보성의 주사옥씨의 논.
잇따른 태풍으로 인한 흑수 발생으로 인해 수확을 앞두고 큰 피해을 입은 전남 보성의 주사옥 씨의 논.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둔 지금 태풍 바비·마이삭·하이선 등이 지나간 자리에는 벼 흑·백수 피해가 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최근 유례없이 긴 장마와 집중호우, 3차례 잇따른 태풍의 영향으로 등숙기에 있는 도내 벼가 흑·백수 피해를 입어 안정적인 출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흑수는 어느 정도 익은 벼알이 바람에 부딪혀 검게 변하는 현상이며, 백수는 벼알이 아물기 전 수분이 증발해 하얗게 마르는 현상을 말한다.

전남지역 흑·백수 피해면적은 함평, 해남, 무안, 보성, 신안, 진도, 영광 등을 중심으로 지난 13일 기준 흑수 1만8387㏊, 백수 2080㏊ 등 2만467㏊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흑·백수는 피해 양상이 늦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피해면적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문제는 피해를 입은 벼는 수확량 감소와 함께 미질이 크게 떨어져 공공비축미곡이나 시장 출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피해 벼가 일반 벼와 섞여 시중에 유통될 경우, 전남 쌀 이미지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보성에서 벼를 재배하는 주사옥 씨는 “보성만 피해면적이 대략 35~40%에 달할 것”이라면서 “수확기 앞두고 흑수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이는 곧 농가 수익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종철 전남도 농식품유통과장은 “벼가 흑·백수 피해를 입어 무엇보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농가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흑·백수 등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지난 15일 집중호우, 태풍으로 인한 벼 쓰러짐, 수발아 및 흑·백수 등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 벼 매입을 위해 잠정규격을 신설하고, 농가의 수매 희망 물량을 내달 19일부터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피해 상황과 지역별 피해 벼 수매 희망 물량을 지자체를 통해 조사하고 있으며, 벼를 찧었을 때 현미가 되는 비율, 태풍 등에 손상된 낟알의 비율 등을 조사한 후 피해 정도에 따라 별도의 피해 벼 매입을 위한 잠정규격을 신설할 계획이다.

피해 벼 매입가격은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을 기준으로 피해 벼의 제현율, 피해립 등 비율을 고려해 결정하며, 중간정산금은 매입 직후 지급하고 나머지 차액은 매입가격이 확정된 후 연말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박수진 식량정책관은 “이번 태풍 피해 벼 매입을 통해 예상치 않게 수확기에 피해를 입은 농가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시중에 낮은 품질의 저가 미가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