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량자급률, 반복되는 동음어들
[사설] 식량자급률, 반복되는 동음어들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0.09.23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업신문 사설) 올해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식량과 농산물을 놓고 수출 제한 조치 등을 취하면서 식량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농업계에서는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농업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명제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농업계에서 주장했던 내용이지만 그동안 사회적인 합의는 없었다. 정부마저도 식량자급률 법제화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물론 농업계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농업농촌식품기본법에는 5년 단위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년에 2022년까지 식량자급률을 55.4%, 곡물자급률은 27.3%로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토론회도 많이 열렸고, 언론 등에서도 식량자급률을 계속 다루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고 밀, 콩, 옥수수의 자급률을 언급하면서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만 반복되고 있다.

이에 한술 더 떠서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해외에서 곡물을 수급하기 위해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 2008년 국제곡물위기를 겪으면서 농식품부 주도로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제도화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곡물엘리베이터 사업을 시행했으나 2013년 곡물회사를 청산하면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농식품부는 전문성을 가진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곡물조달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곡물을 조달하기 위해 대기업의 곡물터미널을 지원한다는 정부 방침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밀과 콩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국내 상황에서 안정적인 곡물조달은 중요하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국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에 앞서 해외곡물조달을 지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식량위기’라는 말과 함께 식량자급률을 높이자는 주장이 자꾸 공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량자급률을 둘러싼 수많은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자꾸 반복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