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상기후, 자연재해 그리고 농작물재해보험② 주사옥 보성군 벼 재배 농민 인터뷰] "벼알 하얗게 말랐는데 보험 역할 제대로 할지…"
[기획-이상기후, 자연재해 그리고 농작물재해보험② 주사옥 보성군 벼 재배 농민 인터뷰] "벼알 하얗게 말랐는데 보험 역할 제대로 할지…"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9.23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흑·백수 벼 가축 사료로도 못 써, 고스란히 손실로
자동차보험처럼 할증보험료, 이해 안 되는 제도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1983년부터 전남 보성에 자리 잡고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올해처럼 날씨가 요란한 해는 아마 처음인 것 같다. 장마로 해가 뜨질 않으니 벼가 제대로 자라지도 못했는데, 비바람은 또 어찌나 불던지…”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장마가 그친 것도 잠시, 연달아 찾아온 태풍이 이달 초까지 계속됐다. 전남 보성에서 약 1만8000평 규모로 벼를 재배하고 있는 주사옥씨는 올해 벼 수확량이 흑수·백수 피해로 인해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흑수 현상은 어느 정도 익은 벼알이 바람에 부딪혀 검게 변하는 것이고, 백수 현상은 벼알이 여물기 전 강풍에 의해 짧은 시간 동안 수분이 증발해 하얗게 마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 피해가 나타나면 벼알은 속이 비어 있는 쭉정이가 되는 등 제대로 여물지 못해 그대로 수확량 감소와 품질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주로 보성군 득량면과 조성면 일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주씨는 벼가 도복에는 다소 견뎠으나 벼 이삭에 흑·백수 피해가 심하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현상은 미리 막을 수도 없고, 피해가 발생하면 꼼짝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태풍이 지나간 후 6시간 이내에 10a당 600L 이상의 물을 광역 방제기를 이용해 살포하는 등의 방법이 있지만, 농가에서 개인적으로 조치하기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주씨는 “흑·백수에 걸린 벼는 수확해도 상품성이 완전히 없어지고, 가축 사료로도 사용할 수 없어 전량 폐기처분해야 한다”면서 “수확량 감소는 불 보듯 뻔한데, 이 피해를 보상해주는 농작물재해보험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피해율을 아무리 잘 잡아줘도 25%를 넘지 못하니 올해는 순수익이 자칫 잘못하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바람에 의해 흑수 피해가 발생한 벼 이삭(사진 왼쪽)과 정상적인 이삭.

주씨는 지역 내에서 농작물재해보험 우수고객으로 농작물재해보험에 벼 품목이 생긴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가입해 온 VIP 고객이다. 

그는 “보험을 드는 이유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최대한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인데, 자연재해 피해는 큰 데 보험금은 그에 미치지 못하니 경영비나 생산비도 못 건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처럼 보험료가 할증되는 점도 지적했다.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농민의 과실로 인식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농작물재해보험 벼 품목의 경우 자기부담비율을 가장 낮은 단계인 10%까지 낮추려면 3년 연속 보험에 가입하거나 3년간 수령한 보험금이 순보험료의 50% 미만이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보험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지하거나 보험 가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 

주 씨는 정확한 농작물 피해율 산정과 함께 보상수준이 적어도 수확량의 50%를 넘는 등 지금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현재 7종의 병충해를 보장하는 특약도 추가해 잎집무늬마름병 등 보장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씨는 “농작물재해보험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들었던 사람으로서 보험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진정으로 농민이 원하는 보험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