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민 (사)한국마트협회장 "골목상권 위기, 시장도매인과 함께 헤쳐나갑니다"
[인터뷰] 김성민 (사)한국마트협회장 "골목상권 위기, 시장도매인과 함께 헤쳐나갑니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9.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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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기다리지 않는 편리함, 신선도 유지 장점
도매상과 대화하며 생산자 농법ㆍ상품 히스토리 파악
강서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사무실 이전한 한국마트협회
"도매시장과 협력, 대기업 유통.온라인 확대 대응할 것"

강서시장에 60곳 시장도매인, 선택지 많아 좋아

위탁도매상, 직거래도매상으로 이름 바꿀 필요도

밤 12시면 전국 출하 농산물 모두 도착..즉시 사 매대 진열

 

대형할인점.온라인 유통 커질수록 마트 매대 사라져

중소마트 살아야 자영업 살고 지역경제 살아 

품질좋고 신선한 물건...공영도매시장 경쟁력 필수 

마트와 도매시장 상생해 유통환경 변화 대응할 것 

 

카드수수료 인하.일본 불매운동 앞장..뿌듯한 일

대기업 1%, 마트 1.9%...수수료 인하 지속해야

대기업 유통 출점규제.대리점 담합 근절 중요과제

스마트에 쏠린 중기 육성자금, 마트에도 스며들기를

 

"소상공인 노력해 중상공인, 중기업 됐다면 규제보다 응원.박수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동네 마트 주인인 저는 100% 시장도매인 쪽입니다. 그날 온 농산물을 바로 사서 바로 팔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물건을 고르면서 맛도 보고 생산자에 대해 설명도 들으면서 그 물건이 가진 역사를 알게 돼요. 얼굴 한 번 안 봤어도 생산자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생겨나게 됩니다.”

전국 6만여 중소마트의 대변 조직인 (사)한국마트협회가 최근 강서농산물도매시장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은평구에서의 5년간의 생활을 청산하고 도매시장으로 근거지를 옮긴 것이다.

김성민 (사)한국마트협회장은 이에 대해 “급변하는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기자가 새 사무실을 방문한 건 이삿짐 정리를 막 마친 지난 11일. 5400여 회원사를 둔 협회의 위용과 함께, 이면에선 최일선 전투부대와 같은 긴장감과 각오가 느껴졌다. 대기업의 대형할인점 및 복합쇼핑몰들에 더해 자고 나면 커지는 온라인 유통 등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비자의 ‘옆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김 회장 자신이 30년 마트업 종사자이자 은평구 푸르네마트 대표, 한국마트공동물류 대표다. 

“농촌에서 배추가 (도매시장)에 올라오면 중소마트가 구매합니다. 그걸 동네 주민이 사 가고 식당도 가져갑니다. 결국 도매시장이 잘 돌아가야 좋은 상품을 마트가 가져갈 수 있고 또 식당이, 자영업이 잘 되는 겁니다. 도매시장과 긴밀히 협력해 골목상권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김성민 (사)한국마트협회 회장
김성민 (사)한국마트협회 회장

 

 

-사무실 이전계기가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그럼 중소마트는 변화의 어디쯤 와 있나.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유통환경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빨라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코로나19도 온라인 거래를 성장시키고 키워주는 매개가 됐다. 동네 마트는 대기업의 대형할인점이나 복합쇼핑몰에 더해 온라인 유통과도 경쟁해야 한다.

파이는 그대로인데 한쪽이 성장하면 한쪽은 주저앉기 마련이다. 따라서 공영도매시장과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히 필요하다. 강서시장으로 사무실을 옮긴 데엔 변화에 대응해 우리의 파이를 지키고 발전시키자는 각오가 담겼다.

-왜 꼭 공영도매시장인가.

대기업 유통들은 자신들의 산지 구매처나 네트워크에서 선점해 상품을 가져오고 쿠팡,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반면 중소마트나 일반 자영업은 공영도매시장에 많이 의존한다. 도매시장이 경쟁력을 가져야 우리도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농촌에서 올라온 무, 배추를 마트가 사 가고 그걸 식당이, 주민이 사 간다. 마트는 소비자의 최접점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잇고 있다. 마트가 잘 돼야 자영업이 살고 골목상권이 살아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그 ‘밑천’을 대 주는 곳이 공영도매시장이다. 마트와 도매시장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생관계다.

-마트 운영자로서 농산물 구매처로 경매동과 시장도매인동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시장도매인을 선호한다. 저는 구매자로서 객관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신선한 물건을 떼다 팔 수 있다는 거다. 경매동은 아무리 물건이 산지에서 빨리 도착해도 경매 시간까지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이튿날 가져가는 경우가 꽤 있다. 사과, 배, 수박처럼 아침 9시쯤 경매를 보는 상품들은 다음날 재고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시장도매인동에는 오후 5~6시부터 시작해 밤 12시면 거의 모든 물건이 다 들어온다.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사서 아침이면 마트에 진열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시장도매인제는 내가 상품을 맛보고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자유롭다. 강서시장에 시장도매인 점포가 60개가 있다. 같은 포도라도 여러 곳을 다니며 맛을 보고 어느 집 포도가 가장 맛이 좋은지 선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판매자와 대화하며 상품과 생산자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생산자의 농사짓는 방식도 알 수 있고 특성도 알게 된다. 생산자를 잘 아는 판매자와 대화를 하다보면 생산자를 선별할 수 있는데다 상품의 히스토리(history)를 알게 되고 신뢰감도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경매동은 이런 대화를 나눌 시간이 일절 없다. 농산물도 경매 시작할 때 잠깐 볼 수 있고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시장도매인제에선 어쩌다 한번 실패했더라도 농사 잘 짓는 분이라면 재평가 기회가 있다고 본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시장도매인제의 단점은 없는 것 같다.

-시장도매인, 용어가 어렵다.

위탁 도매상 또는 직거래 도매상이다. 산지 농민이 ‘팔아 달라’고 강서시장의 위탁 도매상에 물건을 보내면 도매상이 평소 거래하고 있는 자기 손님들에게 팔아주는 것이다.

생산자와 형님아우 하며 통화로 시세며 시장상황, 작황에 대해 수시로 이야기를 나눈다. 산지 수집상 김 아무개가 배추를 얼마에 사들였는지를 위탁 도매상들은 다 안다. 그래서 원가 만 원짜리 귤을 9000원에 팔아놓고도 만원으로 값을 쳐준다. 최소한 원가만큼은 팔아줘야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용어가 어렵긴 하다. 경매동, 직거래동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본인 소개와 기억에 남는 일.

2001년 마포 농수산물 시장에서 농산물 도.소매를 했었다. 시장 운영회사에서 임대수수료를 과도하게 인상하고 마음에 안 드는 매장은 재계약 때 밀어내는 등 횡포가 심했다. 그때 처음으로 제가 집회를 주도했다. 그게 기반이 되어 마트협회장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2019년 7월 5일 일본 경제무역 보복에 대응한 불매운동 기자회견을 했다. 회원사 모두가 매대에서 일본 상품들을 다 뺐다. 맥주며 담배며 된장 등 식품, 세제류까지….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든 일본 제품들을 불매 운동을 넘어 판매 중단 운동으로 강력히 대응했다. 저희 운동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걸 보고 국민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그간 물건 파는 사람으로만 인식됐던 상인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된 것 같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분들도 대상(大商)이었지 않나.

2018년 11월 13일 (사)한국마트협회가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불평등 카드수수료 철폐’ 집회를 열고 있다.
2018년 11월 13일 (사)한국마트협회가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불평등 카드수수료 철폐’ 집회를 열고 있다.

 

-2015년 협회 출범 계기가 카드 수수료 때문이라고.

동네 골목골목마다 중소마트들이 전국에 총 6만개가 있다. 회원사는 5400여곳이다. 90%가 야채, 과일, 신선식품을 취급한다. 동네와 밀접하다는 건 내가 지금 나가서 두부 한 모, 파 한 단을 사와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마트가 저희 회원사다.

2015년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 수수료를 2%에서 2.5%로 또 올렸다. 일반인들은 와 닿지 않겠지만 월, 연으로 계산하면 가게 임대료보다 높다. 2018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50여일 노숙농성한 끝에 마트뿐 아니라 600만 자영업자 모두 카드수수료가 1.9%로 인하됐다. 연매출 30억 이하의 중소기업은 1.6%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아직도 과도하다. 대기업유통은 우월적 지위로 카드사와 협상해 우리보다 훨씬 낮은 1%다. 카드사들이 쓰는 한 해 마케팅 비용이 7조원 정도인데, 마케팅이란 것이 주로 대기업을 지원하는 A라는 카드를 쓸 때 얼마를 할인해 준다는 식이다. 할인되는 금액은 카드사가 지불한다. 자영업자와 마트에서 수수료 걷어다가 대기업 홍보비용으로 쓰는 셈이다.

-앞으로 주력할 과제는.

11대 과제가 있다. 카드수수료 절감은 항상 1위 현안이다. 대기업처럼 카드사와 협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다. 다음으로 업종 특성에 맞게 주 52시간제 특례업종으로 지정되는 것이다. 특히 대형할인점, 복합쇼핑몰 등 대기업 유통들의 출점 규제가 필요하다. 이미 70이라는 파이를 그들이 갖고 있는데 나머지 30은 놔둬야 하지 않나. 대기업이 독점하면 자영업자 쓰러지고 유통 생태계가 망가져 본인들도 함께 망한다. 농협하나로마트는 수입농산물도 다 파는데 생산자단체라고 출점제약을 전혀 안 받아 지방 중소마트들은 굉장히 힘들다. 우려가 굉장히 크다.

또 온라인으로 거래가 계속 옮겨가고 있어서 이쪽 시장이 좁아지고 있다. 어지간한 매장도 아기 분유가 없을 정도다. 온라인에서 박스채로 사니까 매대가 하나씩 없어진다. 제조사 및 대리점의 담합 근절도 중요과제다. 대리점들이 담합해 마음에 안 드는 매장이 있으면 물건을 안 넣는 방식으로 마트를 좌지우지한다. 아이스크림 제조회사 3사가 담합해 마음대로 가격을 올린다. 조금 규모 있는 곳은 가격을 낮춰 넣어주는데 규모 작은 곳은 높게 넣어 굉장히 힘들다. 이밖에 고용인원이 적은 마트에서 아무 때나 공병을 받도록 한 것도 환경부의 졸속행정이라 할 수 있다.

-필요한 정책지원은.

유통은 순환이다. 순환을 잘 되게 하려면 정부정책이 올바로 뒷받침돼야 한다. 전통시장에 몇 조를 들이부었어도 변한 게 없지 않는가. 중소마트 업계에도 슈퍼 쪽 조합들이 전국 45개 물류가 정부 지원으로 생겼는데 몇 군데 빼고는 90%가 적자다. 정책을 짤 때 당사자들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쪽으로 구상해야 한다. 또 소상공인이 노력해 중상공인이 되고, 소기업이 중기업이 됐다면 응원하고 박수를 쳐줘야지 오히려 규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큰 틀에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면서 그 속에서 잘 하는 분들 발굴해 성장을 지원했으면 한다.

벤처와 스마트, IT 쪽으로 중기 육성자금이 많이 흘러가는데 기존 오프라인의 중소상인, 중소기업에도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자금이 한 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 계산대 없애고 로봇을 놓으면 실업률은 어떡할 건가. 5인 이상 규모 마트 운영자들은 한 번 쓰러지면 억대 빚이 생겨 평생 돌이킬 수 없다. 이런 분들에게 저금리 지원이나 회생 지원이 따라야 한다. 끝으로 마트인(人)들 마트업종에 계신 분들의 역량을 한군데로 모아 국가경제에 좀더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